아직도 이 가격에 이 양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고!?
요즘 여행을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솔직히 비행기만 탄다고 하면 부산을 내려가도 1시간, 제주도를 가도 1시간이면 충분히 출도착을 한다. 국내 비행기의 경우 해외여행과 다르게 출발하기 30분 전에만 도착해도 웬만하면 탑승이 가능하니 체감상 더 빠르게 도착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비행기 안에서도 이착륙 과정 때문에 1시간을 잡는 것이지 거의 30분이면 도착하더라.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가까운데 왜 막상 이런 여행을 오갈 때 일정을 잡고 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예를 들어 그냥 서울 끝에서 서울 끝까지 간다고 하더라도 환승하고 뭐하면 1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것보다는 확실히 이렇게 어디로 떠나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더라. 어차피 같은 한국인데 말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숙박비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요즘 숙박비 게스트하우스부터해서 마음 먹고 저렴하게 구하면 일단 잘 곳은 많겠다. 그래서 그 이유도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 것 같고, 제일 큰 이유는 낯설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진짜 어떻게 보면 그냥 제주도 갈 때도 딱히 계획 짜지 않고 주말에 잠깐 다녀올까 싶어서 1박 2일 다녀올 수도 있는 곳 아닐까 싶다. 물론 교통비나 이런게 넘사벽으로 비교 불가하겠지만, 솔직히 다들 소비하는 것을 보면 그게 또 주된 이유는 아닌 것 같다. 뭐 사람마다 돈을 쓸 때 그 기준이나 가치가 다르긴 하겠지만 아무튼 뭐 내 생각은 그렇다. 위에 계속 주절주절 떠들었던 말은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라기보단 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겠다. 지금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 그래서 떠들어봤다.
그럼 다시 먹는 이야기로 돌아와, 오늘 소개할 곳은 2인 기준 만원이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제주도 봉분식이라는 곳이다. 여기는 요즘 유명한 프랜차이즈들과 다르게, 정말 오리지널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다. 요즘 치킨들 중에 옛날통닭이라고 불리우는 메뉴가 있다면 여긴 정말 옛날떡볶이 느낌이 난다. 요즘처럼 자극적이게 맵거나 달거나 그렇지도 않고 적당히 심심하게 천연 재료로 맛을 내는 것 같은 그런 기본적인 맛이다. 그래서 뭐 입 안이 얼얼하다거나 다 먹고 나서 물을 찾는다거나 그런 것 없이 보이는 그대로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떡볶이와 순대다. 그리고 여기 무엇보다 가격이 착하다. 둘이 와서 솔직히 메뉴 하나씩만 시켜도 저렇게 양껏 나오기 때문에 딱히 추가로 뭘 주문할 필요가 없겠다. 개인적으로 팥빙수까지는 먹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솔직히 제주도까지 가서 숙소에서 배달 시켜 먹는 것도 아니고 밖에 나와 이렇게 분식집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겠다. 일단 내 기준 보진 못했다. 뭐 주변에서 여행 갔던 사람이 한 끼 한 끼 뭘 먹었나 공유한 적이 없어 잘 모르기도 하겠지만, 일단 분식집 갔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떡볶이 종류를 먹더라도 시장에 갔을 때 그냥 한입씩 먹는 것이지 이렇게 가게를 찾아가진 않더라. 근데 나의 경우 저번 여행에서도 그렇고 이번 여행에서도 그렇고, 매번 비슷한 음식을 먹으니 이런 색다른 메뉴를 먹어보고 싶더라. 여기 오기 전에 친구에게 떡볶이와 피자 중에 뭐가 더 땡기냐고 물었고, 친구가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여길 온 것이었다. 나도 처음 왔었을 때 기억이 나쁘지 않아서 이렇게 또 올 수 있었다. 여기의 경우 사장님께서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다 손질하시는데 그 모습을 보고 괜찮다 싶었다. 요즘 그런 가게가 많지 않으니까.
정말 이 가격에 이정도 양이면 혜자라 생각한다. 요즘은 물가가 올라서 다들 너무 비싸졌다.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은 곳은 양을 줄여서 원가 절감을 한 것 같고. 사실 이게 비교하는 게 맞나 싶긴 한데, 명동 길거리 음식만 보더라도 하나에 그냥 5천 원이 넘어간다. 사실상 그거 그냥 한입 먹으면 사라지는 것인데. 물론 타겟이 내국인이 아니라 관광객이라 좀 다르긴 하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주변에서 어느 정도 평균이 다 올라갔으니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면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긴 했겠다. 근데 여긴 작년에 왔을 때나 이번에 방문했을 때나 여전히 가격은 비슷했다. 양도 줄지 않았고. 그리고 여긴 앞서 말한 것처럼 나와 같은 관광객이 온다기보단, 여기 근처 거주하시는 현지인 분들이 와서 단골이 되는 케이스 같아서 더 변화가 없을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좋다.
2인 기준 만원이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제주도 봉분식. 일단 떡볶이가 가래떡 스타일이라 먹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정확히는 씹는 맛이겠다. 하나씩 크게크게 먹을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요즘 트렌드에 맞겠다. 순대의 경우에도 뭐 익숙한 비쥬얼과 익숙한 맛이긴 했는데, 소스에 찍어 먹으면 역시나 촉촉하니 담백하고 맛있었다. 중간중간 아삭하고 입맛을 리프레시 시켜주는 단무지도 괜찮았고. 요즘 또 저렇게 얇게 나오는 단무지는 분식집에서 찾기 힘드니까. 나름 삼합처럼 소금까지 콕콕 찍어 먹기도 하면서 열심히 잘 먹었다. 근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보다 양이 꽤 많다. 물론 친구와 내가 식사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간식 느낌으로 또 먹은 것이긴 한데 꽤나 많은 양을 남겼다. 이거 2인분도 아니고 1개씩 주문한 것인데 말이다. 그릇 자체가 작은 사이즈가 아닌데 꽉 찬 순대만 봐도 대충 감이 오시겠다. 결국 좀 남기긴 했지만 그래도 맛있으니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