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돌판삼겹살 감성 제대로 살려주는 마루벌돌구이 백석점

디프_ 2023. 4. 12. 23:41
테이블만한 돌판 덕분에 시골집에서 우루루 먹는 기분이 나는 마루벌돌구이

 

천안 지역에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장어 맛집이 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우연히 TV에서 봤었는데 확실히 내가 알던 곳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짚불에 바로 구워주는데 정말 그 비주얼에 처음 압도되고 그 짚불향이 장어 안에 다 스며들어서 원래도 잡내가 없겠지만 굉장히 구수하면서도 좋은 향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정말 기회가 없었다. 뭐 서울에서 거기를 위해 찾아갈 것도 아니고. 가면 1박으로 다녀와야 하는데 1박의 여유가 주어지면 천안 보다는 다른 곳을 가야 할 것 같고. 뭐 그렇게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가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가지 못했다. 시간도 그렇고 타이밍도 그렇고 입맛도 맞지 않았다. 혼자 가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그렇게 거길 포기하고 저녁으로 급 갈만한 곳을 찾아 이렇게 고깃집에 오게 되었다.

이름은 마루벌돌구이 백석점으로 찾아보니 체인점인 것 같았다. 사실 체인점 방문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뭐 동네 가게를 갈 때야 상관이 없는데 낯선 곳에 갔을 때 거기만 있는 곳을 가고 싶지 굳이 다른 곳에서도 갈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어하는 편은 아니다. 왜냐면 희소성이 중요하니까. 근데 이날은 좀 연휴철이기도 했고 문을 연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했다. 그리고 이날 감성이 고기긴 했다. 맛있는 고기 먹으면서 맥주 한잔 시원하게 하고 싶었다. 어차피 운전할 일도 없고 집 가서 씻고 자면 됐으니까 말이다. 우리 집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게에 내렸고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은 꽤나 넓었는데 역시 시간이 시간인지라 손님이 없었다. 나중에 한 테이블이 들어오긴 했는데 거의 우리만 가게 안에 있었다.

일단 여기 컨셉은 확실했다. 아마 이 컨셉 때문에 우리가 그나마 여길 찾아온 것 같다. 그 컨셉은 바로 테이블만한 돌판. 솥뚜껑은 아니었지만 이 자체로 매력이 있었다. 이 비주얼은 확실히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비주얼은 아니다. 뭔가 어느 옛 감성이 가득한 곳에 가서 우루루 먹는 기분이 나는 느낌이랄까. 뭘 먹어야 할지 몰라 일단 메뉴판을 살펴봤다. 근데 뭐 특별한 메뉴가 있는 양식집이나 일식집이 아니니까 그냥 우리가 먹고 싶은 부위로 주문해서 먹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먹고 싶은 부위를 각자 정하여 나름 의견을 맞춘 뒤에 주문을 했다. 그리고 밑반찬의 경우 아주 기본적으로는 제공되었으나 나머진 셀프여서 먹고 싶은 만큼 편하게 가져오면 되는 구조였다. 개인적으로 뭐 셀프에 대한 선호도는 반반이다. 귀찮긴 하지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눈치 없이 편하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점은 좋은 것 같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자 사장님께서 먼저 숙주를 불판 위에 올려주셨다. 처음부터 불을 켜서 이 커다란 돌판을 좀 달궈주셨던 것 같다. 아 그리고 여기 마루벌돌구이 백석점의 경우 사장님이 꽤나 친절하시다. 우리에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시고 하나하나 안내를 다 해주셨다. 사실 나름 안 가본 곳에 갔을 때 아는 것이라도 설명을 한 번 더 들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으니까.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은 존중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의 지식은 그 사람들에 비하면 겉핥기니까. 아무튼 그렇게 숙주나물이 다 볶아진 뒤에 가생이로 빠지고 이것저것 올려주신 뒤에 고기가 올라갔다. 일단 배고픔을 달래고자 대패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름 국룰 순서다.

아무래도 두께가 얇기 때문에 금방 구워졌고 미리 구워둔 숙주 위에 사장님께서 센스 있게 올려주셨다. 그리고 나머지 고기들을 올려주셨다. 이게 구워지는데에 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 대패를 이것저것 다양한 소스와 함께 즐기라고 하셨다. 개인적으로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을 적어도 20% 정도 먹고 난 뒤에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탄산음료를 마실 때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서 먹기 때문에, 맥주도 하나의 탄산음료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근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면서 술을 바로 주문하더라. 나의 경우 그럴 때 미리 나오면 맥주가 식는 것이 싫어서 친한 사람과 먹을 때면 맥주는 이따 주문하자고 말하는 편이다.

일단 여기 돌판삼겹살 감성 제대로 살려주는 마루벌돌구이의 경우 개인적으로 재방문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체인점이기 때문에 좀 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본의 아니게 있는데 그 가게가 체인점이 될 정도면 분명히 메리트는 있다고 보면 나름 섣부른 판단인가도 싶다. 아무튼 여기를 좋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고기 자체가 신선하고 맛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돈을 내고 먹는 가게에서 잡내나 이런 것이 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질기다거나 그런 부분도 말이다. 근데 여기의 경우 그런 포인트가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이건 장점이라기보단 기본이라 생각한다. 그다음 높은 점수의 경우 일단 여기 비주얼적인 희소성이 있겠다. 서울 도심에서 이런 스타일의 가게는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다음은 적절한 재미 요소랄까. 사실 불쇼 같은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뭐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무서운 순간이다. 그래도 이때는 사진을 찍었구나. 아 나도 평소에 불쇼를 보면 사진을 찍는구나. 애초에 불쇼를 제공하는 가게들에서도 그런 순간에 사진을 찍으라고 권장하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뭔가 본질적인 목적보다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하는 퍼포먼스라 생각한다. 근데 동영상에서 그 불쇼 전에 뿌리는 그거를 잘못 사용한다거나 그래서 사고 나는 것을 좀 보다 보니 그 이후로 좀 무섭게 느껴지는 편이다. 그래서 사실 하나 안 하나 큰 차이가 없고 만약 선택지가 없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선 이날 결과적으로 그 순간에 좀 유쾌하긴 했다. 나도 이랬다 저랬다가 좀 심한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은 조합이다. 사실 여기 숙주부터 구운 김치, 떡, 마늘 등은 뭐 누군가는 익숙하고 누군가는 낯설 수 있겠다. 근데 여기 밑반찬들이 정말 미쳤다. 소스도 소스인데 여기 뭐 특제 어떤 밑반찬이 있었는데 그게 매콤하니 너무 맛있었다. 아마 고추채였던 것 같다. 매워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니고 딱 입맛을 정갈하게 잡아주는데 꽤나 매력적이었다. 고기 먹을 때 꿀조합이랄까. 느끼함도 싹 가셔준다. 그래서 솔직히 그 밑반찬이 생각나서 다시 갈 정도라 생각한다. 약간 과장해서! 일단 이런 장점들이 있으니까, 다른 곳들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아니고 나름 보통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충분히 다시 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언제 다시 이곳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이런 만남이 다음에 이뤄지기도 힘들 것 같고 내가 굳이 천안까지 가지 않을 것 같고. 서울에 체인점이 있나? 있으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근데 그때 이 기분이 나진 않겠지.

먹으면서 워낙 다양하게 이것저것 고기 부위를 먹기도 하고 여러가지 종류들을 곁들여 먹어서 좀 정신이 없었다. 분명히 고깃집에 왔는데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만큼 좀 선택지가 많아 손님 입장에선 좀 지루하지 않은 곳이겠다. 한쪽 벽에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 붙어있는데 공유해 본다.

'고기+특제소스+숙주야채볶음으로 풍미 있게 즐기기. 고기+숙주야채볶음+고추채를 곁들여 담백하기 즐기기, 고기+깻잎장아찌+무채를 곁들여 깔끔하게 즐기기+돌판볶음밥 강력 추천! 맛보기 호박주스는 덤!' 

아 이 호박주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탄산과 맥주를 먹어와서 시원함이 그리 그립지 않았는데 너무 시원하고 달달하니 깔끔하고 맛있었다. 사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 꼭 마셔보시길  추천드린다.

 

냉면을 주문했다. 사실 이 정도면 과식 수준을 넘어섰다. 근데 그만큼 여기 맛있기도 했다. 그리고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서 먹기 때문에 더 잘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게 먹고 그냥 누우면 바로 체하기 때문에 의견을 모아 숙소까지 다 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한 30~40분 정도 걸어서 도착했던 것 같다. 그 정도면 겨울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봄, 가을엔 좀 부족한 것 같고. 추우면 추울수록 열량이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소화도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해야 더 잘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누워서 하는 스포츠나 계속해서 뛰어야 하는 경우는 제외지만. 아무튼 냉면과 좀 곁들이고자 대패를 추가로 주문했다. 분명히 지금 포스팅하면서 사진을 보면 이때 이거 욕심이 맞는데 이날 왜 그렇게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마무리로 평소 안 먹는 볶음밥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그런 점을 보면 여기 마루벌돌구이 백석점 맛집은 맞다 생각한다.

 

근데 개인적으로 이날 테이블만한 돌판 덕분에 시골집에서 우루루 먹는 기분이 나는 가게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고기는 삼겹살이라 생각한다. 그냥 내 입맛이 삼겹살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목살 맛있는 곳도 좋긴 한데 삼겹살의 첫 입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여기 돌판삼겹살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맛있었다. 마무리로는 볶음밥이 나왔는데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주셨다. 사실 이런 것에 뭐 감동하거나 그러는 편은 아니다. 근데 분명히 이런 것을 사진에 담고 좋아하는 고객은 있을 테니 그런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난 그냥 식사하러 온 손님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 이날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과식한 것에 소화도 잘 된 것으로 보아 여러모로 퀄리티도 괜찮았다 생각한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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