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다이몬 역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기 위해 방문한 칠리 토마 땡크 (チリトマラーメン)
개인적으로 여행을 다닐 때 계획을 디테일하게 잡는 편은 아니다. 또 요일별로 짜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여긴 꼭 가야겠다, 이 식당은 가봐야겠다 이런 것들만 추린 뒤에 가서 좀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다. 사실 요일별로 짜고 움직이는 것은 정말 쉽지 않더라. 그렇게 될 경우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이라 뭔가 피곤함도 배가 되는 것 같고. 물론 예전에 어릴 때는 그렇게 FM처럼 움직이긴 했는데 그 덕분에 뭐 체계적으로 여기저기 많이 살펴본 것 같긴 하다. 근데 이젠 뭔가 여유로운 것들이 좋고 무계획 속에서 만나는 자연스러움들이 좋아서 웬만하면 좀 자유롭게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이 도쿄 여행기 전에 다녀온 오사카에서는 너무 계획이 없었다. 일정도 긴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뭐 유니버셜을 다녀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너무 심심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도쿄 여행은 한국에서 출발 전부터 나름 계획을 짰다. 처음 가보는 곳이기도 했고 이전처럼 아무것도 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일정이 짧기도 했고. 주목적은 쇼핑과 카페투어였다. 먹방은 기본이고. 근데 진짜 도쿄가 수도긴 수도다. 갈 곳이 너무 많았다. 여기 잘못 걸리면 웨이팅도 길어서 일정에 차질이 있다고 해서 좀 이래저래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그래도 일단 가봐서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겠지만. 뭐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시스템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번거롭기도 하고 너무 신경 쓴 느낌이다. 그렇게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이번 도쿄 여행길을 떠났고 이렇게 첫날 도착한 뒤 숙소에 짐을 두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다행히 숙소 근처에 이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가게가 있었다. 여긴 패션 유튜버가 그냥 일본 여행을 하면서 들렸던 곳인데 이색적인 느낌이 들어서 가보고 싶었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의 경우 도쿄타워 근처에 있었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숙소여서 정했는데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은 따로 있었다. 근데 거긴 1박에 너무 비쌌기 때문에 어차피 혼자 자는 내가 그렇게 비싼 곳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혼자 자는 숙소 기준으로 이 정도 컨디션이면 나에게 딱 맞았다. 애초에 침대도 2개인데 도쿄타워가 보이긴 하니까. 그래서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넓어서 오히려 공허함이 몰려왔던 것 같다. 근데 일단 짐을 두고 식사를 하러 와야 했기에 그런 감정은 금세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걸어서 한 10분 정도 걸려서 이렇게 칠리 토마 땡크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이몬 역에서 한 7분 정도 걸으면 된다. 그냥 산책 겸 들리기 괜찮은 곳이랄까. 메뉴 자체가 라멘이라 헤비한 감도 덜하고. 그렇게 키오스크 같은 자판기로 주문을 한 뒤에 자리를 안내받아 앉았다.
시간이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었다. 여기 웨이팅도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도 매장 안에 사람들이 있었다. 테이블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내가 딱 들어왔을 때 3~4명이서 온 한 그룹이 있었고 나머지는 나와 같은 혼밥하는 사람들이었다. 직장인들이 일을 마치고 혼밥을 하러 많이 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남자보다는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아 보였다. 우연일 수 있겠지만 내가 갔을 때 혼밥하러 오시는 분들은 다 여성분들이셨다. 아무튼 그렇게 자리에 앉았고 메뉴를 추천받아 주문하였다. 여기 시그니처를 먹고 싶었다. 근데 이게 나름 면발을 고르고 그런 것 같다. 일본 라멘 집은 면발을 어떻게 하는지 항상 고르는 것 같다. 당연히 의사소통이 조금 힘들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여 뭐 다 기본으로 잘 주문한 것 같다. 알바생 분이 영어가 힘드셔서 여기 사장님 같아 보이시는 분이 와서 주문을 마저 받아주셨다. 그렇게 잘 주문하였고 메뉴가 나왔다.
반숙 계란이 들어가 있고 잘 구워진 고기가 토핑으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국물은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띄고 면발은 초록색이다. 사실 이 초록색 면이 여기 시그니처이기 때문에 추천을 받아 잘 주문한 것 같다. 초록색이 사람의 입맛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것을 떨어트린다고 하는데 여긴 붉은색 바탕에 있어서 그런지 거부감이 없고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이름 그대로 칠리 토마토 라멘이기 때문에 일부러 토마토 꼭지 모양을 본따서 색을 저렇게 입히신 것 같기도 하고.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긴 했지만 캐리어를 나르고 모르는 길을 오고 그랬기 때문에 배가 살짝 고팠다. 그리고 이 비쥬얼 꽤나 맛있어 보여서 빨리 먹고 싶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본격적으로 한입 하기 시작했다. 따로 뭐 섞거나 그래야 할 것들은 없었다.
가격은 저렴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양은 꽤나 상당했다. 그래서 단순 간식 느낌이 아니라 한끼를 해결한다는 마인드로 방문해도 괜찮은 칠리 토마 땡크다. 사실 관광객들이 여기 다이몬 역에 올 일이 그리 많이 없겠다. 대부분 시부야나 신주쿠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으로 안다. 아니면 긴자나. 근데 나의 경우 여기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내가 타고 오는 비행기가 여기서 10~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쪽으로 왔다. 근데 다음에는 이 경험을 살려서 긴자 근처로 잡을 것 같다. 그래야 쇼핑을 하고 짐을 두기도 편한 것 같다. 시부야나 그쪽으로 숙소를 잡으면 굳이 하네다가 아니어도 도착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큰 메리트가 없는 느낌이다. 다시 먹방 이야기로 돌아와, 여긴 간단하게 한 줄로 평가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먹는 이야기를 할 때 이것저것 많이 말하게 되는데 여긴 정말 한 줄 정리하면 이해가 명쾌하실 것 같다.
면 색깔이 초록색인 도쿄 칠리 토마토 라멘 칠리 토마 땡크, 여기 마라탕이나 훠궈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정말 찐 맛집이라 생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육수나 향 자체가 그런 베이스이다. 나의 경우 마라탕이나 훠궈를 먹으면 먹을 수 있지만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다. 근데 전체적으로 그런 맛이 났다. 테이블마다 단무지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사이드를 떠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런 것들 마저도 그런 느낌이 났다. 그래서 여긴 정통 일본 라멘보다는 뭔가 중국 사장님이 이 음식을 개발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나처럼 입맛이 초딩 계열이면 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런 중국 스타일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보면 인생 라멘 집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잘 살려냈다. 애초에 초보자인 나도 나름 맛있게 즐길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도쿄 여행 첫 스타트가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