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여행 협재해수욕장 바라보기
(Traveling alone, Jeju Hyeopjae Beach)
이날은 일정을 일찍 마치고 숙소로 빨리 복귀했다. 그 이유는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제주도에 다녀온 친구 두 명이 동시에 제일 좋았다고 말한 협재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나홀로여행이다 보니 바다여도 활동적인 걸 할 수가 없었고 뭘할까 고민하다가 일을 다닐 때부터, 제주도에 오기 전부터 해야겠다고 다짐한 조용하고 좋은 풍경 안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이 아니고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쯤 자리를 잡았다. 가려 했던 카페는 문을 닫았고, 어디에 앉을까 하다가 의자는 아니고 그냥 기둥 같은 곳에 걸터앉았다. 유동인구가 있어서 좀 아쉬웠지만 눈에 담기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코발트 빛깔의 바다. 낮에는 저만큼 물이 빠져있었는데 밤이 되니 물이 이렇게 깊게 들어와 있었다.
가져간 책도 읽고 지루하면 앞도 바라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점점 붉게 물들어간다. 서울에서 책을 읽을 때, 고개를 들면 사람이 많은 카페이거나 혹은 가로막혀있는 벽인데 여기선 그림이 펼쳐져 있으니 솔직히 지루할 틈이 없었다.
책의 글씨가 살짝살짝 눈에 잘 안 들어올 때쯤, 고개를 들고 보니 어느새 석양이 졌다. 사실 석양이란 표현은 오늘 처음 써보는 것 같은데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해가 거의 다 져가고 있었고, 사라지기 전 마지막 제일 밝게 물들이고 있었다.
사실 지금보다 아까 석양이 질 무렵일 때가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금과 같은 풍경을 봤다. 이쁘긴 이뻤지만 사진으로 보니 뭔가 자꾸 컴퓨터 배경화면 같다. 가공된 것이 없는 순수 형태의 자연이지만, 뭔가 인위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자연을 즐길 줄 모르나보다.
아래 사진에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커플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담겨있는데 뭔가 이뻐보인다. 날이 밝았다면 그 사람의 외형에 먼저 눈이가 이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보니 뭔가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나에게 전달된다. 나도 다음에 이렇게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나홀로여행 협재해수욕장 책 읽으며 바라보기. 제주도에서 보낸 제일 좋았던 추억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