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감칠맛 있는 베트남식 비빔국수 분팃느엉 먹어봤어요
해외에 나가보면 물론 그 현지 음식이 맛집인 곳들도 있지만 대게 또 그 나라에선 즐길 수 없는, 외국 음식이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아 현지인 맛집을 가고 싶은데 일본인데 왜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왜 이렇게 유명하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딱 그 생각이 들자마자 아차 싶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한국에도 한식 맛집이 있지만 데이트 코스라든가 그 동네에 가봐야 할 곳들을 찾아보면 대게 파스타부터해서 스테이크, 중식, 일식까지 우리 집에서 먹기 힘든 것들이 주로 유명한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도 일반적으로 안 가본 곳을 가려고 맛있고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아마 현지에서 그 동네만의 정말 찐 맛집을 찾기는 현지인이 아니고서야 더 힘든 것 같긴 하다.
오늘 소개할 당산 포옹남 가게의 경우에도 한국 음식이 아닌 베트남 음식이지만 이 근처에서 입소문이 나기도 하고 맛있고 가격도 착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 가게로 알고 있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충분히 여길 데려오고 싶지만 그 친구가 한국에 놀러왔는데 여길 오고 싶어 할지는 모르겠다. 정말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외국에 놀러 가서도 가고 싶은 가게들을 잘 찾아가긴 해야겠다. 아무튼 이날 친구와 동네부터 여기까지 걸어왔다. 대략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돌아갈 때는 친구는 힘들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갔고 나는 친구와 전화하면서 그냥 걸어서 돌아왔다. 요즘 걷는 것이 그렇게 좋다. 걷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것인지 걷는 행위를 통해 생각을 잠시 돌릴 수 있어서 좋은 것인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밖에서 어쨌든 뭔가를 하니까 그 자체로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살면서 정말 많이 걷고 있는 요즘이다.
나의 경우 이 가게 방문은 세번인가 네 번째 방문이다. 처음 와보고 여기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고 너무 괜찮아서 다음에 또 와야지 싶었다. 원래는 항상 야외에 자리를 잡았었는데 이날 밤이기도 하고 좀 추워서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근데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실내든 실외든 큰 차이는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친구에게 쌀국수보다는 여기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베트남식 비빔국수 분팃느엉을 먹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여기 올 때마다 저 메뉴를 먹었었는데 개인적으로 쌀국수보다는 괜찮게 느껴졌다. 쌀국수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저 메뉴 자체가 희소성이 있고 적당히 감칠맛이 있어서 중독성 있게 먹을 수 있어서 처음 와본 사람에겐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여태까지 몰랐는데 쌀국수 국물을 별도 요청드리면 주긴 주시더라. 친구가 요청드리니 주셨다. 그래서 그렇게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윙봉은 그냥 심심하니까 사이드로 시켜봤다. 근데 배가 고프지 않을 경우에는 기본 메인 메뉴 양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굳이 먹지 않아도 되겠다. 이날 먹긴 먹었는데 친구가 윙봉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조금 남기게 되었다. 차라리 메인을 다 먹었어야 했는데. 일단 분팃느엉 딱 처음 비주얼만 보면 좀 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게 무슨 맛일까 하면서 말이다. 근데 하단에 소스가 깔려있었고 그걸 위에 올려진 것과 함께 비비면 그때부터 새콤달콤 감칠맛이 살아나는 것이겠다. 테이블에 별도 소스가 이것저것 있긴 한데 활용법을 잘 몰라 그냥 주어진 것들만 먹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간이 충분하다. 간이 세게 먹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하다 느껴지니 아마 다른 분들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여기 안에 고기와 짜조가 조금 들어있어서 단순 면만으로 배를 채우는 것도 아니겠다.
그렇게 열심히 먹었다. 솔직히 보기엔 간이 싱거워 보이지만 정말 안 그렇다. 그래서 그게 여기 또 매력이기도 하겠다. 친구의 경우에도 처음엔 여기가 어딘가 싶더니 나중에 돌아가는 길을 보고, 차를 타고 여기 종종 지나가봤다고 하면서 아는 곳이라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자기 와이프랑 여길 와야겠다고, 와이프 좋아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딱 처음 내가 왔을 때 그 느낌이다. 이 공간에 오면 정말 누굴 데려오고 싶다. 그 자체만으로도 여긴 이미 재방문 합격이겠다. 입소문도 저절로 나겠고. 다만 추운 겨울보다는 봄, 여름, 가을이 훨씬 더 좋긴 하겠다. 바로 앞에 한강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서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볍게 한강 산책을 하면 솔직히 소개팅 장소로도 괜찮겠다. 가격 부담도 없고 말이다. 뭐 물론 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문득 지금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리고 나름 먹어봤다고 짜조 별도 메뉴가 있는데 여기 베트남식 비빔국수 분팃느엉 안에 일부가 들어가 있는 것을 알아 별도 추가 주문을 안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윙봉은 이날 처음 먹어봤는데 그나마 여기 이색적인 느낌을 더 살리려면 세 가지 사이드 메뉴 중에 새우볼을 드셔 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나름 새우볼이 실하게 잘 나온다. 윙봉은 그냥 아마 냉동을 데우신 것이 아닐까? 그래도 맛있긴 했지만 새우볼보다는 아쉬웠다. 그렇게 쌀국수 국물까지 시원하게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성인 기준으로 저녁 한 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에 비해 양은 충실하고. 또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맥주도 같이 한잔하셔도 좋겠다. 물론 난 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가볍지만 기분 좋은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