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인 감자탕보다 오히려 더 잘 팔리고 입소문 났다는 신동궁감자탕 뼈숯불구이
개인적으로 감자탕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아 처음부터 안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초창기에 하도 많이 먹어서, 이제 질려서 안 먹게 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꽂히면 정말 질리도록 먹고 그렇게 먹은 다음에 한번 질렸다는 생각이 들면 1년이 지나서 먹든 얼마나 기간이 지나서 먹는 것에 상관없이 딱히 뭔가 새롭지도 않고 별로 먹고 싶어지지 않아진다. 그래서 끊게 된 것들이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하나가 페레로로쉐겠다. 어렸을 때 병원에 잠시 입원한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매일 그것만 먹었었는데 그 뒤로 그 초콜릿을 안 쳐다보고 있다. 비싼 만큼 정말 맛있는 쵸콜렛인데 가끔은 아쉽다. 이제 그 맛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근데 저렇게 감자탕 메뉴에 나름 질려버린 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감자탕 집이 있다. 바로 신동궁감자탕이라는 가게다. 역삼에 본점이 있고 선릉과 명동에 직영점이 있더라. 아마 본점에서 장사가 잘 되니까 다른 지역에 직영이 생긴 것이겠다. 그래서 언제 가나, 다들 잘 안 가는 지역인데 언제 한번 가긴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을지로입구에서 저녁을 먹을 기회가 생겼고 그냥 아무런 가게나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 딱 여기가 떠올랐고, 어차피 갈 곳 없으면 여길 가자고 하여 이렇게 오게 되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다행히 웨이팅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근데 역시나 여기 직영점도 인기는 최고였다. 매장이 넓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올 때쯤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더라. 이미 예약석도 꽤나 있었고.
그래서 더욱더 기대가 컸다. 뭐 친구들이야 아직도 종종 해장이나 식사로 감자탕을 먹는 것 같긴 한데 나의 경우 그럴 때마다 다른 곳을 가려고 했다. 근데 확실히 이도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닌 것이 24시간 장사하던 집들이 예전만 하지 않더라. 물론 사람들은 꾸준히 있는데 넓게 장사하던 곳이 폐업을 하기도 하고 매장 내부가 꽉 찬다기보단 드문드문 있는 정도더라. 뭔가 이젠 인기 메뉴이기보단 일상에 녹아든 평범한 메뉴가 된 느낌이다. 근데 여기는 달랐다. 그리고 내가 감자탕을 먹기 위해 이 가게를 방문한 것도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뼈숯불구이라는 메뉴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굉장히 이색적인 비주얼이었다. 그래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고 이렇게 드디어 오게된 것이었다. 주변에 먹어본 사람도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바로 먹게 되었다.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다. 그동안 밑반찬을 즐겼고, 서브로 제공되는 감자탕 국물을 마셨다. 국물 자체가 어떤진 잘 모르겠으나 같이 온 일행의 경우 맛있다고 말해주었다. 근데 셋다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뭘 먹든 아마 맛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드디어 맞이한, 중독성 있는 매콤함으로 계속 먹게 되는 신동궁 뼈숯불구이 비주얼이다. 젓가락으로 뼈다귀 살을 분리해서 먹어도 되고 이렇게 비닐장갑을 활용하여 뜯어먹어도 되겠다. 근데 다들 감자탕을 드셔 보셔서 아실 텐데 그거 젓가락으로 발라먹기가 상당히 힘들다. 나중에 손이 아플 정도다. 그래서 손 씻을 생각하고 아예 처음부터 손을 활용하여 먹는 것이 편하겠다. 그렇게 먹는 것이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일단 개인적으로 이건 도대체 어떤 맛이고 어떻게 만들어지나 궁금했다. 근데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가 평소 먹던 국물에 담겨오던 그 뼈가 있는 살코기가 그냥 국물이 아니라 이렇게 특별히 양념되어, 구워져 나오는 것이다. 그니까 사용되는 메인 재료 자체는 동일하고 요리 방식만 달라진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 보니 살 부위 맛은 똑같았다. 양념만 다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먹다 보면 처음엔 굉장히 이색적인 맛처럼 느껴지지만 나중엔 익숙한 맛으로 다가온다. 근데 확실히 영역이 다르다 보니까 느낌이 다르긴 하다. 앞서 말했듯이 감자탕은 꽤나 물려서 이젠 먹어도 잘 못 먹는데 이건 완전 게눈 감추듯이 해치워버렸다. 매움 정도는 지속적이기보단 먹는 동안만 짧게 있다가 사라지는 매움인데 얼얼하면서도 계속해서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여기 사장님께서 이 소스 자체를 잘 만드신 것이겠다. 그리고 이렇게 적당히 구워내는 것도 여기만의 노하우겠고. 실제로 다른 테이블들을 보니 뭐 물론 메인 메뉴인 감자탕을 즐기는 테이블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럿이서 올 경우 기본적으로 이 신동궁 뼈숯불구이 메뉴 하나는 깔고 들어갔다. 이게 사이즈가 있어서 어떻게 주문해야 하나 고민만 했지 다들 시키더라. 아마 나처럼 어디서 보고 이렇게 찾아온 손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 비주얼 때문에 SNS에서 홍보 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렇게 비닐장갑 낀 손으로 열심히 계속해서 먹었다. 뼈를 뜯는 맛도 있고 살도 실하게 잘 붙어있고 그냥 먹는 재미도 있고 맛도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렇게 매콤한 음식을 먹는데 땀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기분도 좋았다.
그리고 확실히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면 좀 힘들다. 탄산도 매운맛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하는데 뜨거운 국물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근데 이때 우리 테이블이 유독 매운맛을 못 즐기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다들 맵찔이다. 근데 이게 인위적인 캡사이신 맛이 아니라 매콤에서 살짝 매운 느낌이라 못 먹을 정도가 아니고 계속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첫맛만 보면 좀 맵다 생각할 수 있는데 먹으면서 적응이 된다. 그리고 만약 살이 조금만 붙어있거나 그랬으면 노동 강도 대비 수확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을법한데 다들 감자탕 맛있는 곳에서 드셔 보셔서 아시겠지만 살코기들이 실하게 떨어져서 좋았다. 그렇게 안쪽 양념이 안 붙은 살들이 많이 나올 경우 아래 모여있는 소스를 따로 찍어서 먹기도 했다. 정말 매워하면서 맛있게 잘 먹었다.
살코기도 연하고 확실히 왜 여기가 평일에도 웨이팅까지 생겨가며 사람들이 찾아오는지 알 수 있었다. 본점은 거의 1~2시간 넘게 기다린다고도 하니 뭐 말 다했겠다. 그리고 볶음밥의 경우 잘 안 먹는 편인데 여기선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하나만 주문해봤다. 근데 괜히 내가 오자고 해서 더 맛있게 느끼는 것인지 볶음밥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적당히 구워진 파 향이 조금씩 올라오면서 식감도 살려주고 볶음밥 자체가 누룽지가 중간중간 있는 것이 바삭한 식감과 함께 불향이 느껴지면서 너무 맛있었다. 볶음밥 자체도 다른 느낌이랄까? 그리고 신동궁 뼈숯불구이 소스와 함께 조금씩 먹으니 그게 또 매력 있었다. 오랜만에 매콤한 음식 기분 좋게 너무 잘 즐겼고, 다 먹고 난 뒤에 여긴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