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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시간 숙성을 해야만 손님에게 나갈 수 있는 제주도 흑돼지

디프_ 2022. 11. 6. 20:43
이름도 생소한 웻에이징 72시간, 드라이 에이징 48시간을 거쳐 손님에게 내어지는 제줏간 흑돼지

 

최근 3년간 해외를 원활하게 나가지 못하면서 한국에서도 제주도 여행이 정말 급 부상을 했다. 개인적으로도 부산, 경주 등 서울에서 좀 먼 곳에 여행을 가기 좋은 지역들이 좀 있지만 아무래도 뭔가 제주도보다는 여행을 가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았다. 개인적일 수도 있는데 아무튼 그 이유를 왜 일까 고민해보다가 두 가지 이유를 찾았다. 첫 번째 교통수단. 개인적으로 비행기를 탈 때 뭔가 이제 여행 가는구나 싶더라. 물론 부산도 요즘엔 김해공항을 이용해 이동하긴 하는데 뭔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찾은 두 번째 이유가 확실히 제주도는 제주도만의 감성이 있다. 뭐 자연 풍경부터해서 말이나 그 담벼락부터 해서 말이다. 근데 부산은 뭐 음식은 다를 수 있지만 서울과 외관부터 전체적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겠다.

 

저런 이유 포함 각자만의 이유로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일본 자유여행이 풀린 이후로 제주도 찾는 사람이 좀 줄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은 많다고 하더라. 근데 아직 떠나기엔 여러가지 제도가 남아있어서 섣부른 판단은 시기상조이긴 한데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제주도만의 매력은 확실히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제주도 컨셉을 담은 고깃집들이 많이 보이더라. 실제로 장사가 잘 되기도 하고. 오늘 소개할 제줏간이라는 곳이 그중 한 곳이다. 여기 외관부터 제주도임을 명시하고 있고 내부 인테리어도 꽤나 신경 쓰셨다. 그렇다 보니 젊은 층의 손님도 많고 확실히 뭔가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게 이색적이긴 하더라. 그렇게 주변을 구경하며 약간의 대기를 한 뒤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처음 찬이 기본 셋팅되었다. 근데 양을 보면 전체적으로 그냥 구색만 갖춰놓은 느낌이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고 나머지는 원하는 대로 셀프바에서 가져와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저 도라지였나. 아무튼 저것부터 해서 묵은지 등 기타 밑반찬이 다 맛있었다. 다만 찬 종류에선 제주도 특색이 그렇게 크게 드러나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일반적인 느낌? 불의 경우 이렇게 따로 처음에 넣어주시고 나중에 잘 조절해서 구워 먹으면 되겠다. 이 가게 컨셉은 원래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주는 시스템인데 손님은 많고 일하시는 분은 부족하고 바쁘다 보니 막 1:1 밀착 케어까진 못해주신다. 정말 고기 하나 건드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탈 수 있으니 알아서 좀 조절은 해줘야 한다. 근데 확실히 여기도 고기를 잘 구워야 더 맛있긴 하더라. 마지막에 좀 여유가 생겨서 사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적이 있는데 그게 배부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제일 맛있었다.

찌개의 경우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이때 뭔가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주문을 했고 어떻게 하나씩 챙겼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장 내부가 좀 복잡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나도 오랜만에 만나는 일행이 있어서 대화를 나누느라 하나하나 신경 못 쓰기도 했다. 그래도 맛있는 것은 그 와중에 잘 느꼈다. 앞서 밑반찬들이 괜찮았던 것처럼 이 찌개 역시 괜찮았다. 근데 돌이켜보면 고기가 맛있는 곳들이 찌개도 맛이 괜찮았다. 아무래도 그 고기가 안으로 들어가 맛을 낼테니 말이다. 다만 고기를 먹는 중간마다 먹는 느낌보다는 먹기 전에 찌개를 먹는 것이 더 맞겠다. 아무래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고기가 들어가니 기름기가 있는데 그게 고기를 먹을 때 그 국물까지 먹으면 개인적으로 조금 물리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된장찌개 같은 것들이 때론 더 좋기도 하다.

고기가 알맞게 구워지기 시작했다. 여기도 불을 활용하여 나름 사장님께서 구우시는 방법이 있었다. 아무래도 가운데가 화력이 세다보니 처음부터 직접적으로 올리면 겉만 타고 안까지 안 익는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고기 두께가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끝쪽에 세워두고 잔열로 천천히 구워줘야 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적당히 구워졌을 때 좀 잘라서 가운데로 옮겨가며 굽고 그러시더라. 근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만히 가운데에 오래 뒀다간 타서 먹어야 하는 부분을 버리게 될 수 있으니 그냥 개인 능력껏 적당히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한 가지 부위만 주문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시켰고 먹어본 뒤에 제일 괜찮은 부위를 추가로 먹기로 했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빨리 다 구워지길 기다렸다.

아 그리고 여기 120시간 숙성을 해야만 손님에게 나갈 수 있는 제주도 흑돼지 제줏간 좋았던 점 하나가 이 소금이다. 꽃소금이라고 표현해주셨었나. 아무튼 그런데 일반 소금과는 다른 소금이 제공된다고 한다. 색깔부터 확연히 다르다. 근데 개인적으로 뭐 히말라야 소금, 뭐 천연 어쩌고 소금 다 먹어봤는데 이 기본 맛 자체는 짠맛이기 때문에 뭐 향이 느껴질 정도로 많이 먹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먹기 때문에 그냥 입자 크기에 따른 차이는 있어도 뭔가 맛 차이는 못 느껴봤다. 여기 역시 그랬다. 근데 뭐 소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눈으로라도 즐거우니 이 부분이 좋았다. 괜히 이색적이기도 하고. 그렇게 고기가 적당히 다 구워진 것 같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요즘 트렌드는 바싹 구우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굽는 것이다.

 

예전엔 아무래도 돼지고기가 빨간 빛이 있는데 먹어도 되나 싶었다. 근데 맛있다고 유명한 가게들마다 다 돼지 고기임에도 덜 익혀 주시더라. 덜 익히는 것이 안 익히는 것이 아니라 7~80% 정도만 구운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목살의 경우 겉은 다 구워졌어도 가위로 단면을 잘라 보면 가운데 속살 정도가 어느 정도 빨갛게 되어있다. 근데 그 정도가 딱 맛있다고, 오히려 다 구우면 이 부드러운 식감이 안 느껴진다고 그때 먹어야 한다고 말씀 주시더라. 그래서 그렇게 먹어보니 정말 그랬다. 오히려 다 구워서 먹으면 육즙도 사라지고 부드럽지도 않고 그렇더라. 단순 맛뿐만 아니라 요즘은 또 그런 위생도 예전과 다르게 잘 되어있어서 충분히 그렇게 먹어도 된다고 하니 굳이 맛있게 먹는 방법을 피할 이유는 없겠다.

중간중간 고기에서 오는 특유의 기름짐을 잡아주기 위해 파김치도 먹고 파채도 먹고 그랬다. 요즘 왜 이렇게 새콤달콤한 파채가 맛있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냥 맨 밥 먹을 때는 그런 느낌이 살지 않는다. 고기와 함께여야 계속해서 손이 가더라. 그래서 먹을 기회가 고기 먹을 때 말고 없긴 한데 그럴 때가 제일 잘 어울리니 이럴 때는 열심히 찾고 있다. 이날도 셀프바에서 추가로 가져와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고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다시 추가 주문을 했다. 여기 이름도 생소한 웻에이징 72시간, 드라이 에이징 48시간을 거쳐 손님에게 내어지는 제줏간 흑돼지의 경우 1인분 평균 약 15,000원 정도로 그 금액 자체는 저렴한 편이 아니지만 요즘 다른 곳들과 비교하면 보통 수준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가격은 다른 곳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버섯도 열심히 구워서 먹었다. 잘 구워진 버섯은 진짜 웬만한 고기를 압도한다. 그 버섯 특유의 향 때문에 피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이런 고깃집에서 중간 즈음에 먹는 버섯은 정말 맛있다. 쌈장에 찍어 먹어도 괜찮고 소금에 콕 찍어 먹어도 괜찮겠다. 두툼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있다. 누군가는 치즈 맛이 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까진 못 느껴봤고 그냥 버섯 그 자체로 맛있더라. 추가로 시킨 고기를 불판 위에 올렸고 알맞게 구워지길 기다리면서 아까 먹는 것에 집중하느라 못 나눈 대화를 나누고 그랫다. 화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살아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 끝쪽에 고기를 숙성시키는 공간이 있는데 그런 곳을 오픈시켜 놓는 아이디어도 좋은 것 같고 손님으로서 한 번씩 보는 재미도 있었다.

소금의 경우 셀프바에 따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다 먹은 뒤에 사장님께 추가로 요청 드려서 이렇게 받았다. 소금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다들 아시겠지만 그냥 소스 자체를 좋아한다. 소스를 뭐 거의 푹푹 찍어서 먹으니. 그렇다고 음식 본연의 맛을 안 즐기는 것도 아닌데 소스도 그냥 기성품을 내어주는 것이 아닌, 직접 개발하여서 내어주는 가게도 많으니 요리 중 일부라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겠다. 그렇게 고기를 다 먹은 뒤에 볶음밥을 추가로 주문하였다. 사실 밥까지 먹을 필요는 없었는데 여기 제줏간 좀 이색적으로 한라산 컨셉으로 나온다고 하여 주문해봤다. 나름 겉에 이렇게 계란물을 두르고 가운데 밥을 쌓아 올려 느낌을 살리긴 했다. 화려하진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나중엔 이렇게 치즈까지 둘러주시더라. 따로 치즈 추가나 이런 것 없이 이게 기본 구성인 것 같았다. 아닌가. 내가 잠깐 어디 간 사이에 일행이 치즈 추가를 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때 별로 지나지 않은 얼마 전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먹었던 기억만 남아있고 세부적인 사항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 없긴 했나 보다. 아무튼 그렇게 120시간 숙성을 해야만 손님에게 나갈 수 있는 제주도 흑돼지를 해치우고 마무리로 이렇게 볶음밥까지 끝냈다. 오랜만에 너무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요즘은 정말 위가 줄어서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예전 보통 먹는 보통 수준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소화력이 좀 늘어난 느낌? 그래서 기분 좋게 이 배부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제주도 컨셉의 제줏간, 당분간은 계속해서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싶다.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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