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시원한 메밀국수와 촉촉한 수육 끝내준다

디프_ 2022. 10. 4. 20:19
수요미식회에서 줄서도 아깝지 않을 그 집으로 소개된 강원도 양양 공항메밀국수

 

아는 형과 1박 2일로 떠났던 양양 여행의 첫 스타트.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정말 일찍 출발했다. 이 형네 집에서 하루 잤었고, 아침 6시에 출발을 하려고 했는데 둘 다 일어나긴 했지만 귀찮아서 밍기적대다가 한 7시 30분쯤 나왔던 것 같다. 근데 이것도 나름 부랴부랴 나온 것이다. 원래 일어나자마자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대충 3시간이 걸린다고 나왔었는데 7시 넘어서 검색을 해보니 대략 4시간 걸린다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이거 더 늦게 나갔다간 진짜 오래 걸리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나왔다. 근데 예상했던 것보다 한시간 정도 더 걸려서 약 5시간 운전을 해서 여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 목적지는 여기서 더 가야하는데 둘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잠시 쉴 타이밍도 필요해서 여기 식당부터 들렸다. 근데 나름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맛집은 그곳에 가서 찾아도 충분하다.

 

일단 도착하자마자 잘 찾았다는 생각이 든 이유 중 하나가 주차 공간도 널널했고, 우리가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딱 그때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한 커플이 있었는데 뭔가 트렌디한 느낌이 있어서, 저 사람들도 여기 찾아온 것이구나 싶어서 겸사겸사 좋기도 했다. 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좋았고, 안에 들어와서도 일단 넓고 쾌적해서 좋았다. 그리고 이런 나무라든가 화분들이 보여 또 좋았다. 무엇보다 수요미식회에 출연했다는 안내가 붙어있어서 그 부분도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TV에 나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과도한 홍보로 실제 경험했을 때 역효과가 나기도 하는데 여긴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 정말 뭔가 다른 매력이 있어서 출연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여러모로 좋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봤다. 둘 다 굉장히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주문해야 했다.

 

일단 수육 소자 하나와 비빔 메밀국수, 그냥 메밀국수 각각 하나씩을 주문했다. 사실 곱빼기 하나를 시켜서 나눠 먹을까 싶기도 했는데 이형은 물이 먹고 싶었고 나는 그냥 비빔이 먹고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각자 주문하기로 했다. 앞서 배가 고팠다면서 왜 이걸 망설였냐 물으실 수 있는데, 앞으로 먹을 일정이 너무 많았다. 배가 고팠지만 여기서 한 번에 해결해서 점심도 못 먹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때 시간이 대략 점심시간 즈음이었는데 우린 아침도 안 먹은 상태기 때문에 그냥 아침이었다. 첫 끼니는 많이 안 들어가기도 하고 여기서 배부르면 저녁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을 것이기 때문에 나름 자제하자고 말해서 수육도 소자로 주문한 것이었다. 카페 가서 디저트도 먹고 커피도 한잔 해야 하니까 잘한 선택이겠다. 그렇게 촉촉한 수육이 먼저 나왔다.

가까이서 보면 안 그렇지만 멀리서 보면 뭔가 홍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개인적으로 향이 강한 음식을 잘 못 먹는 편이다. 그래서 홍어는 먹어본 적이 없다. 예전에 어느 식당에 갔는데 홍어가 서비스로 제공되었는데 그냥 맛이라도 봐볼까 싶다가 괜히 입맛 버려서 지금 이 순간도 음식을 잘 못 즐길 것 같아 패스했다. 사실 공포감이 없으면 그냥 먹어보고 괜찮다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인데 주변에서 하도 공포를 주니 오히려 더 시작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근데 단순 이 논리가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생 여러 곳에 적용될 수 있겠다 싶다. 일단 그냥 해보고 판단하면 되는데 의도적이든 아니든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 함부로 못 행동하는 것들이 있겠다. 물론 그게 때론 나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지의 상태로 빠지게도 만들겠다. 아무튼 그렇게 바로 수육 첫 점을 먹었다.

 

아 근데 여기 진짜 대박이었다. 우리가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근데 진짜 수육 한입 먹고 나서 둘 다 완전 감탄을 했다. 새우젓부터 마늘 쌈장까지 그냥 다 대박이었는데 최고는 따로 있었다. 그냥 보쌈 같은 것을 시키면 나오는 무말랭이인 줄 알았던 것이 어떤 무침이었다. 근데 어떤 무침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근데 저게 여기 수요미식회에서 줄서도 아깝지 않을 그 집으로 소개된 강원도 양양 공항메밀국수 가게에서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가게에 가도 비슷하게 나오더라. 아마 강원도 양양에서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침 같은데 저게 진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고기랑 잘 어울렸다. 식감도 좋고 맛도 좋고 양념도 잘 되어있고. 둘 궁합이 아주 딱 잘 맞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먹는데 새우젓도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통통해서 한두개만 올려도 짭조름하고 진짜 그냥 너무 맛있었다.

처음 느낌도 좋았지만 그냥 한입 먹고 나서 둘다 잘 찾아왔다고 이야기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보다 이 순간이 더 행복했다. 물론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에 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너무 맛있고 괜찮았다. 근데 이따가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시원한 메밀국수가 나오면 비빔냉면에 고기를 올려서 육쌈냉면처럼 먹듯이 함께 먹고자 조금 자제하면서 먹었다. 소자라 그런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둘이 먹다가 대자 시킬걸 그랬나 하다가 앞으로 먹을 것들 이야기하면서 덜 배부르더라도 이게 맞았다 이야기하면서 그냥 식사를 즐겼다. 솔직히 수육 삶는 방법의 경우 뭐 가게마다 크게 뭐가 다를까 싶다. 고기 자체가 들어간 것도 똑같겠고 양념이 발라져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순수 고기 맛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이런 같이 곁들일 찬이라든가 부드러움, 촉촉함 정도는 구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여긴 꽤나 높은 점수였다.

 

그리고 드디어 동치미 국물과 함께 메밀국수가 나왔다. 솔직히 이 국수가 더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면을 삶고 바로 내어주시는 것인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오히려 수육이 더 먼저 나올 줄이야. 그래서 좀 아쉽긴 했지만 조금이나마 빨리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어서 괜찮았다. 일단 개인적으로 동치미 국물 정말 좋아한다. 어릴 땐 저기에다 밥도 말아먹고 그랬다. 물론 그 이후엔 그러지 않았지만 아직도 저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꽤나 좋아한다. 근데 요즘은 예전처럼 파는 곳도 별로 없고 가게에 가도 나오는 곳도 많지 않다. 그래서 아쉽다. 그리고 먹으면 그 맛도 잘 안 난다. 시골에 가면 식혜가 맛있듯이 정말 시골에 가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여기의 경우 저 동치미가 바로 육수였고 물이나 비빔도 솔직히 큰 차이 없이 육수를 넣느냐 안 넣느냐 차이겠다. 고명 정도에 차이가 좀 있겠고!

 

서로 각자 열심히 비빈 뒤에 먹기 시작했다. 일단 색깔도 붉게 알맞게 변했고 저 명태였나. 아무튼 고명도 적절히 잘 분배되어 있어 한입 가득 넣으면 딱 맛있을 것 같았다. 근데 둘 다 한입을 하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맛 자체가 너무나도 건강한 맛이었다. 그리고 면발은 메밀 함유량이 꽤 높은지 찰지기보단 툭툭 끊겼다. 근데 이 식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쫄면처럼 뭔가 쫀쫀해야 맛있는 것도 아니고 이 자체가 매력이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근데 간이 너무 약해서 이게 맛이 맞나 싶었다. 앞서 촉촉한 수육과는 꽤나 대비됐다. 그러다 옆을 살펴보니 여러가지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설명이 있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안내가 있었다. '메밀국수 맛있게 드시는 방법!! 동치미 두 국자와 식성에 맞게 식초, 설탕, 겨자를 넣어 드세요.'라고 말이다. 비빔에도 동치미는 한 국자 넣으라고 적혀있었다.

 

그니까 여긴 애초에 그냥 나오는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기호에 맞게 이것저것 넣어서 비벼 먹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 맛이 이렇게 심심했지. 그래서 둘다 '그래 이거지'하면서 각종 소스를 알아서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빈 다음에 한입 먹었다. 그러니 딱 맞았다. 솔직히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것보다 이렇게 넣으니 더 맛있었다. 그래서 다시 야무지게 먹기 시작했다. 근데 역시 첫끼는 많이 먹지 못한다. 앞서 수육도 은근 배가 찼는지 면이 후루룩후루룩 들어가지 않았다. 배가 차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배가 좀 불렀다. 그래서 아쉬웠다. 분명히 맛있는데 더 안 들어가니까. 그리고 애초에 여기서 이런 배부름까지 느낄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꽤 되었다. 수육 자체도 각종 찬들 포함하면 소자여도 저 가격이면 착하다 생각한다.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겠지만!

 

아껴둔 고기와 함께 비빔 메밀국수를 먹기도 하고 이 형이 덜어준 동치미 국물이 들어간 메밀국수를 먹기도 했다. 시원함이 계속해서 펼쳐졌고 중간중간 촉촉한 수육으로 입 안의 허함을 달래주었다. 전체적으로 궁합도 좋고 여기 가게 분위기도 좋고 음식 자체도 맛있었다. 왜 여기 강원도 양양 공항메밀국수 가게를 수요미식회에서 줄서도 아깝지 않을 그 집으로 소개했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솔직히 먼 곳까지 와서 재방문은 잘하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평소 들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봤던 곳보다 새로운 곳을 가면 좋으니까. 근데 여긴 만약 근처에 오면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그리고 또 먹어보고 싶다. 만약 사람이 북적북적했으면 이런 생각까지 안 들었을 텐데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그냥 이 공간 자체가 힐링이었고 너무 좋았다. 음식 맛있게 잘 먹었고 이번 여행 첫 스타트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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