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 넉넉하고 식사하며 가볍게 한잔하기도 좋은 화양연화 중식당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네인 마곡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사실 방문한 것 자체는 오랜만이 아니겠다. 워낙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하고 그냥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겹치는 지역이다 보니 뭐 이젠 익숙해졌다. 근데 이날 오랜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약속을 잡은 것이 오랜만이다. 어떻게 보면 나의 직장터가 될 수도 있었던 이곳. 아는 형이 여기서 일을 다니고 있다. 그래서 자주 오고 싶은데 아무래도 유부남이다 보니 예전보다 자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뭐 예전에 막 그리 자주 만났던 것은 아닌데 사람이 없으면 괜히 필요하게 느껴진다고 괜히 더 찾는 것도 있는 것 같다. 뭐 요즘 상황이 상황인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급으로 평일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고 퇴근하자마자 이 동네에 도착했다. 여전히 사람이 많고 여기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다. 뭔가 복잡함 속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이랄까.
처음부터 이 화양연화 가게를 올 생각이 아니었다. 일단 뭘 먹을지 둘다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나가다가 괜찮은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려고 했다. 이 형이 여기에서 바로 회사를 다니다 보니 맛있는 곳을 많이 알 것 같았고, 막 찾아서 가기보단 형이 자주 가는 곳을 가자고 말했다. 그러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백종원이 새로 차린 중식당이 있어서 거기 가자고 했다. 빈 테이블이 있어서 일단 앉았는데 나중에 일하시는 분이 오더니 앞에서 대기를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린 후문으로 와서 그냥 앉은 것이었고 정문 쪽에 웨이팅 라인이 있었다. 한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여긴 다음에 오기로 하고 다른 곳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형이 이 가게를 가리키며 점심시간에 종종 가는 곳인데 맛있다고 말해서, 이름부터 마음에 들어서 일단 그럼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일단 가게 내부가 적당히 어두워서 좋았다. 그리고 안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게 내부가 그리 넓지 않다보니 적당히 소음이 있었고 뭐 그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 술 한잔 하러 오셨지만 우리처럼 식사만을 하러 온 테이블도 있었다. 가족 단위도 있었고. 물론 이날 이 형이 소주를 마시긴 했지만 난 따로 마시지 않았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메뉴를 주문했다. 둘 다 배가 고팠기 때문에 서로 메인 메뉴 하나씩을 정하고 나눠 먹을 수 있는 메뉴 하나를 주문하기로 했다. 원래 짬뽕이나 짜장면 하나가 필수로 들어갔겠지만 이날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 형은 여기 깐풍기가 맛있다고 하여 깐풍기를 주문하고, 난 가지튀김을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어 가지튀김을 주문했다. 그리고 둘이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볶음밥 하나를 주문했다. 둘이서 메뉴 3개면 충분할 것 같았고 어서 빨리 메뉴가 나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중식 경력 24년 쉐프가 만드는 가지튀김과 깐풍기의 비주얼이다. 솔직히 딱 처음 생김새만 봤을 땐 개인적으로 위 두 메뉴를 다른 음식들보다 많이 먹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떤 느낌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가지튀김 위에 놓여진 고수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고, 개인적으로 잘 못 먹기 때문에 이 형에게 모두 주었다. 이 형은 싱가폴에서 오래 산 경험 덕분에 저 맛에 익숙하고 또 좋아했다. 요즘은 자주 안 먹는 것 같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했다. 솔직히 오기 전에 치킨도 괜찮다고 치킨 먹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여기 안 왔으면 서운할 뻔했다. 그리고 나름 깐풍기 매력으로 치킨을 대신하기도 했으니 완전 좋았던 선택이겠다. 진짜 막 찾아서 새로운 곳 가는 것도 좋지만 일단 근처에 사는 사람, 경험이 많은 사람의 말을 믿고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겠다. 여기 잘 찾아왔다.
일단 처음에 양이 넉넉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근데 먹다 보니 이게 양이 좀 괜찮았다. 가격도 메뉴의 특색을 고려하면 그리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딱 중간 느낌이고. 그냥 전체적으로 다 만족스럽고 뭔가 아쉬운 점을 꼽을 것이 없는 느낌이랄까? 이따 볶음밥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런 식사류 양은 어마무시한 것 같다. 사장님 센스도 딱 느껴지고. 그건 이따 다시 이야기하고, 아무튼 그렇게 요리를 한입씩 먹으며 즐기기 시작했다. 일단 깐풍기의 경우 겉 튀김 껍질이 굉장히 바삭했다. 바삭하며 소리가 날 정도였다. 근데 안에 있는 살은 촉촉하고 부드럽고 맛있었다. 그리고 가지튀김 역시 정말 순수 가지만 어떻게 튀겨내신 것 같은데 상상한 그 맛 그대로 맛있었다. 다만 겉에 좀 양념이 뿌려진 것 같은데 순수 가지 맛이 더 잘 느껴져 나중에 깐풍기 소스를 좀 찍어 먹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것도 괜찮았다.
그렇게 먹으면서 수다를 떨고 있으니 마지막 볶음밥까지 나왔다. 볶음밥 그릇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릇도 큰 편인데 그 안에 양이 꽉 차 있겠다. 사실 주문하고 나서 '이거 곱빼기도 있는데 이 형이 곱빼기로 시킬걸' 이랬는데 그냥 메뉴 3개 시켰으니 괜찮겠지라는 말을 했었다. 근데 사장님께서 알아서 양을 맞춰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짬뽕 국물도 알아서 이렇게 2개를 챙겨주셨다. 솔직히 하나만 주는 곳이 대부분일텐데 전체적으로 역시 중식 경력 24년 쉐프님의 센스가 느껴졌다. 이제 화양연화 주문한 메뉴가 모두 나왔으니 더욱더 음식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이 형은 오랜만에 반주 느낌으로 소주 한잔씩 하면서 마시니 기분이 좋아 보였고, 난 오랜만에 맛있는 것을 먹어 기분이 좋았다. 여기 분위기도 너무 좋고 이 순간 대화도 대화지만 음식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순간이다. 여기 정말 양도 넉넉하고 식사하며 가볍게 한잔하기도 좋은 중식당이다.
볶음밥 자체는 양이 평범했다. 평범했다고 해서 그냥 동네 가게랑 비교할 느낌은 아니고 확실히 밥알 고슬고슬하고 맛있었지만 상상할 수 있는 그런 맛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짜장 소스가 뭐 더이상 특별할 수도 없고. 짬뽕 국물도 시원하고 너무 맛있었다. 정말 볶음밥과 짬뽕 국물 조합도 무시 못한다. 기름진 맛을 짬뽕 국물의 매콤함이 잡아주니 번갈아 가면서 먹으면 계속해서 들어가겠다. 근데 아마 메뉴 전체적으로 배달을 통해 2~30분 뒤에 먹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자마자 바로 먹으니 더 맛있는 것도 무시 못하긴 하겠다. 기름으로 튀겨낸 요리는 더더욱! 근데 이 형이 여기 점심시간에 정말 많이 온다고, 이 근처 직장인들 많이 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나만 맛있게 느끼는 것은 아니겠다. 진짜 인생 맛집이다, 여긴 무조건 와야 한다 이런 느낌은 아니지만 재방문하기에도 좋고 부담도 없고 편하고 불만이 없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계속해서 열심히 먹었다. 솔직히 중국 음식 먹으면 단무지나 짜사이 등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인데 이날은 요리가 나올 때부터 가지튀김 한입 먹고 그다음에 깐풍기 한입 먹고 그러다 깐풍기 소스와 함께 야채 먹기도 하고 볶음밥 먹고 짬뽕 국물 한입 먹고 이러니까 그런 밑반찬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에 잘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볶음밥엔 단무지가 은근 잘 어울리니 이렇게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 깐풍기랑 더 잘 어울리는 느낌도 있겠다. 솔직히 깐풍기 대부분 잘 안 시켜 드시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오프라인에 와서 종종 시켜 먹지. 나의 경우에도 주로 탕수육을 먹는 편이긴 한데 이날 메뉴를 바꿔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둘 다 오기 전에 앞서 말한 것처럼 치킨을 고민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탕수육 맛도 궁금하긴 하다. 다음엔 메뉴를 한번 전체적으로 바꿔봐서 다시 주문해야겠다. 이 형이랑 언제 만날지 몰라 또 언제 갈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확실히 둘다 이제 먹는 양이 늘었다. 메뉴 이렇게 시켜서 좀 남을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살펴보니 거의 다 먹었다. 나도 나지만 이 형이 정말 잘 먹게 변했다. 그만큼 살도 쪘지만 뭐 이제 둘 다 운동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겠지. 아무튼 이렇게 양도 넉넉하고 식사하며 가볍게 한잔하기도 좋은 화양연화 중식당에서 식사를 맛있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식 경력 24년 쉐프님의 실력이 느껴지는 식사였다. 메뉴 자체도 동네에 흔하게 있는 곳들과 비교할 수 없는 느낌이었고, 이 직장인 상권에서 은근 숨겨진 맛집들이 많은데 그중 한 곳이라 느꼈다. 충분히 경쟁력도 있고 아마 오래오래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너무 잘 먹었고 다음엔 다른 메뉴들을 공략해봐야지. 즐거웠던 저녁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