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간짜장은 국물이 없어야 진짜라고 배웠다

디프_ 2022. 9. 28. 23:23
기대 없이 갔는데 가격 착하게 맛있었던 윤사부 간짜장

 

예측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측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기보단 그냥 그런 과정을 연속적으로 하면서 살아왔다. 그 예측을 통해 만약의 상황에 잘 대비할 수 있었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오더라도 이건 내 예상 밖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면서 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근데 앞으로 내가 맞닥트려야 하는 상황은 내가 예측한 상황도 아니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정말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대책 없이 저질러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다. 어릴 때야 그렇다고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20대 초반 아니고서야 그랬던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지금에서야 이러니. 근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막연하게 이런 상황도 한 번쯤은 부딪혀봐야 한다는 이상한 도전 심리도 발동하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한번 잘 헤쳐나가 봐야겠다.

 

원래라면 일상 글이나 그런 포스팅에 적어야 하는 글이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서 적어봤다. 그나마 연결고리를 이어보자면, 오늘 소개할 여기 중식집 윤사부 역시 내 예상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지나가다가 마음에 들어서 안으로 들어온 것이니까. 원래 뭘 먹을지 생각도 없었다. 그냥 배가 고프진 않지만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길을 방황 중이었다. 그래서 지나다니면서 여러 가게를 지나쳤는데 딱히 뭔가 당기는게 없었다. 그런데 이 가게가 보였고 그냥 메뉴판이나 볼까 싶었다. 근데 간짜장이 7천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포스팅하면서 생각해보면 이게 저렴한 금액이 아니다. 근데 이땐 뭐에 홀렸는지 이게 굉장히 저렴하게 느껴졌고, 먹어볼만 하겠다 싶어서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사진도 찍고 TV도 보면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혼밥을 할 때 오는 이런 평온함이 좋다.

개인적으로 단무지보다 생양파를 춘장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근데 그냥 일반 짜장도 아니고 간짜장을 주문했으니 적당히 먹어야할 것 같아 하나만 먹고 좀 멈췄던 것 같다. 양파도 조금 먹으면 몸에 좋지만 괜히 빈속 아닌 빈속에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으니 나름 자제했다. 예전에 어릴 때였나. 간짜장 덜 볶아진 것을 왕창 먹다가 한번 배탈이 난 적이 있다. 그때가 문득 떠올랐다. 아무튼 시간이 좀 지나니 요리가 나왔다. 짜장면처럼 바로 나오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들어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렇게 잘 볶아진 간짜장 비주얼이다. 일단 딱 이 모습을 보자마자 기대감이 확 올라왔다. 어디선가 들었다. 간짜장은 국물이 없어야 진짜라고 말이다. 근데 간혹 배달이든 뭐든 시키면 소스에 물기가 있는 곳들이 있다. 근데 원래 그게 간짜장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요리 프로그램이었나, 아무튼 어디서 봤는데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말은 기억하고 있다.

 

근데 여기 윤사부가 그랬다. 비비는 모습을 봤을 때도 면이 좀 뻑뻑해 보일 정도로 윤기가 없다. 축축한 느낌이 하나 없다. 오히려 이게 좋았다. 솔직히 짬뽕 국물이 같이 좀 나와서 뭔가 살짝 넣어서 먹을 수 있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런 서비스는 없었다. 아마 요청드리면 챙겨주셨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 와서 7천 원짜리 메뉴 하나 주문해서 먹으면서 그런 것까지 요청드리긴 좀 뭐해서 테이블 위에 놓인 고춧가루 정도만 활용했다. 솔직히 안 뿌려서 먹어도 되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톡톡 뿌려봤다. 그리고 다시 야무지게 비비는 모드에 들어갔다. 보이는 것처럼 정말 수분기가 하나도 없다. 국물도 없고. 그래서 더 기분 좋았고 빨리 맛보고 싶었다. 그냥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기 윤사부 뭐 소문난 맛집 그런 느낌도 하나도 없었는데 은둔 고수인가 싶을 정도로 기대감이 높아질 때였다.

 

야무지게 잘 비빈 뒤에 바로 먹어봤다. 모든 짜장면이 그렇지만 면만 먹는 것보다 면 먹은 뒤에 바로 숟가락으로 이렇게 소스를 같이 먹어주는 것이 더 맛있겠다. 개인적으로 면만 먹으면 아무리 소스 맛이 난다고 해도 이렇게 진득하게 나진 않기 때문에 따로 한번 더 먹어주는 편이다. 물론 젓가락질을 할 때 다 같이 올라오면 좋겠지만 대부분 소스는 따로 아래로 내려가 있더라. 근데 나름 이렇게 양손 스킬을 발동해가면서 먹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나의 경우 사진을 찍어야 해서 오로지 집중은 할 수 없었지만! 역시나 맛은 예상한 대로였다. 그냥 맛있었다. 솔직히 뭐 중식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여기가 진짜 다른 데랑 뭔가 다르다 이런 표현은 못하겠다. 모르니까. 근데 그냥 이날 맛있었다.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스 진득하고 간 적당하고 면발 탱탱하고, 식감 좋고 소스랑 잘 어우러지고 맛있었다.

 

원래 이 집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추가적으로 메뉴판을 보고 다른 메뉴 뭐 먹어볼까 고민을 한다고 한다. 근데 이날 내가 그랬다. 혼자 왔기 때문에 군만두나 탕수육을 먹을 수 없었지만 같이 먹어보고 싶었다. 이게 혼밥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겠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폭식을 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웨이팅 하며 방문해야 하는 맛집에 갈 때에는 메뉴 한 가지밖에 못 먹고 나온다는 것이 꽤나 아쉽다. 유럽에 갔을 때 욕심이 생겨서 한 가게에 가서 남길 생각을 하고 이것저것 주문한 적이 있는데, 꼭 실력 있는 가게들은 말리시더라. 혼자 다 못 먹는다고 말이다. 문득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 자유롭고 좋았었는데! 뭐 물론 지금도 자유롭지 못하고 안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그때가 조금 더 행복했겠다. 아무튼 간짜장 포스팅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는데 하나만 기억해주시면 되겠다. 간짜장은 국물이 없어야 진짜라고 말이다. 윤사부 중식당에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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