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조명, 적당한 소음, 맛있는 안주까지 너무 괜찮았던 합정 별그리는바다
친구들 얼굴 보기가 정말 힘들다. 물론 어떻게 만나자고 하면 얼굴이라도 보든가 아니면 밥이라도 먹든가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것도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어릴 때야 지나가다 보거나 아니면 자주 모이는 장소가 있어서 거기에 가면 누구든지 있거라 그랬었는데 이젠 연락을 하지 않으면 그 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약속을 잡지 않으면 보기 힘들겠다. 물론 이전이 그립고 지금이 못마땅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이제는 함부로 약속을 잡긴 힘드니까 그게 불만도 아니겠고. 그냥 상황이 달라진 것이겠다. 아무튼 이날 오랜만에 뒤늦은 생일 축하를 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였다. 내 생일은 아니었고 친구 생일이었다.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어찌 됐든 이렇게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합정까지 출동했다. 예전엔 자주 왔었는데 이 멤버로 안 온지는 몇 년이 흐른 것 같다.
사실 여기 사진을 찍을지 말지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기도 하고 테이블이 붙어있어서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 다 티가 난다. 이쯤 되면 민망해하지 않을 정도도 되긴 했지만 여전히 누가 옆에 있으면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친구들이면 괜찮겠지만! 근데 요즘 소재가 부족하기도 하고, 솔직히 이런 이자카야 같은 곳을 너무나도 오랜만에 오기 때문에 기록에 남겨보고 싶기도 했다. 포스팅에서 매번 가게는 다르지만 그래도 식당 위주로 올렸었는데 가끔은 이런 술집도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다만 내가 술을 자주 안 마시기 때문에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진 모르겠다. 좀 TMI를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술을 잘 안 마신다. 마셔도 맥주 한잔 정도가 딱 좋다. 근데 이날 하이볼에 소주 반잔씩 네 잔, 그리고 보드카 샷잔으로 2잔을 마셨는데 정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술은 백해무익이라 느꼈다.
이자카야 포스팅을 하면서 술은 백해무익이라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아무튼 뭐 내가 든 생각이니까. 이날 같이 있었던 친구들은 숙취가 하나도 없었고 멀쩡했고 오히려 술 마시지 않은 것 같다고 할 정도니 내가 얼마나 술을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있겠다. 저렇게 마신 것이 한 장소에서 바로 마신 것도 아니고 한 시간도 아니고 거의 꽤 오랜 시간 동안 저렇게 마셨는데도 머리가 아픈 것이니 정말 말 다했겠다. 아무튼 여기 합정 별 그리는 바다 솔직히 그냥 매번 지나갈 때마다 사람도 많아서 그냥 홍대니까, 합정이니까 사람이 많다 생각했다. 처음에 친구들이랑도 여기 오려고 온 것도 아니고 지나가다가 괜찮아 보여서 이렇게 온 것이었다. 근데 여기 인기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일단 가격은 둘째치고 비주얼도 좋고 심지어 맛도 괜찮았다. 정말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안주 천국인 그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분위기도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너무 환한 곳보다 이렇게 적절히 어두운 곳이 좋은데 여기가 딱 그 느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 장소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테이블이 막 넓고 쾌적한 것은 아니지만 이자카야 자체가 또 그런 느낌이 있으니까. 아무튼 적절한 조명, 적당한 소음, 맛있는 안주까지 전체적으로 너무 괜찮았다. 일하시는 분들 역시 에너지 넘치시고 친절하시고 그랬다. 나 역시 오랜만에 이런 장소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친구들은 소주를 마시고 나의 경우 하이볼을 마셨는데 하이볼을 조금 약하게 타 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을 깜빡했다. 개인적으로 너무 세서 기분 좋게 마시지 못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술맛이 나더라. 음료수 같아야 하는데! 근데 여기 안주 비주얼에서 알 수 있듯이 구성 너무 좋고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도 맛있었다. 나름 그냥 술집이라 대충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저 끓여먹는 음식의 경우 처음에 국물이 전혀 없었다. 근데 끓이면서 채수가 나와서 저렇게 보글보글 끓여진다고 했는데 정말 나중에 국자로 국물과 함께 안에 있는 내용물을 떠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채수가 같이 나왔다. 신기했다. 그리고 그런 국물의 경우 정말 맹물이 아니고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찐이겠다. 그래서 짭조름하고 깊은 맛을 나타내면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같이 주문한 튀김 역시 주문과 동시에 갓 튀겨져 나와서 그런지 바삭바삭 맛있었다. 솔직히 술집 같은 곳에서 안주를 주문하면 기성품으로만 뚝딱 나온다. 그래서 아는 맛이긴 한데 어느 곳은 너무 맛없기도 하고 그렇다. 가격만 비싸고. 근데 여긴 그 값어치만큼 퀄리티가 있었다. 그래서 좋았고 여기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맛있었다. 나의 경우 술을 안 좋아해서 그 진가를 느끼기엔 좀 부족할 수 있었겠지만 안주털이 하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리고 모듬사시미가 나왔다. 솔직히 나의 경우 안주 두가지 정도만 주문하고 2차를 가서 또 먹길 원했지만 친구들은 이것까지 시켜서 먹어야 딱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뭐 술을 마시려는 친구들이 주인공이지 나처럼 배를 채우려는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조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따랐다. 근데 이 모듬 사시미 역시 훌륭했다. 그리고 이게 뭐 냉동이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중간중간 테이블을 지나 주방으로 살아있는 횟감들이 지나가는데 바로 떠서 올려주시는 것이겠다. 그렇다보니 싱싱하고 신선도는 뭐 말할 것도 없겠다. 실제로 맛있기도 했고. 아마 소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모듬 사시미 하나 주문하시면 정말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렇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합정 이자카야 별그리는바다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전복까지 있었고 통 연어는 이렇게 와사비를 톡 올려서 먹었다. 안 시켰으면 서운했을 정도로 맛있게 잘 먹었다. 아마 처음 한 번에 주문할 때 내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냥 번화가에 있는 술집 안주 수준이겠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편견이었다. 여기 그냥 동네에서 작게 장사를 했어도 대박 날 느낌의 그런 곳이었다. 입소문이 충분히 날만한 분위기와 실력을 갖추고 계셨다. 맛있었다. 다만 하이볼이 예상보다 좀 세서 그게 아쉽긴 했는데 아마 다음에 가면 맥주 마시면 되니까 괜찮겠다. 술집 재방문은 나의 경우 정말 힘든 영역인데 여긴 가능하겠다 싶었다. 맛있게 잘 먹었고 잘 마셨다. 다음에 뭐 또 비슷한 모임이 있으면 여길 추천해서 데려가 봐야겠다. 금액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았던 그 중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