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국물 맛은 말할 것도 없는 풍미 곱도리탕 먹고 왔어요~
가볍게 등산을 하기로 했던 날이다. 원래 등산 후에 좀 고생하기도 했고 또 산을 오르기 전에 속을 가볍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이후에 먹어야 했는데 이날은 가기 전에 먹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식사 때가 애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등산이 그냥 친구 말로는 차를 타고 많이 올라가기 때문에 가볍게 걸어서 올라가면 된다고 말해줬기에 그냥 좀 걸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먹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근데 착각이었다. 군인 친구 체력엔 가볍게 걷는 수준이었지만 나에겐 꽤나 힘든 거리고 높이였다. 그래도 1시간은 넘게 오른 것 같은데. 계단도 엄청 많고 말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충분히 쉬면서 움직여줬기 때문에 여기 풍미에서 먹었던 식사가 부담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체력의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아마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처음 포스팅하는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술안주로 딱 제격인 것 같은 메뉴인데 뭐 술집을 안 다니기도 하고 술을 야외에서 먹어본 경험이 근 몇 년간 많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할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비슷한 음식이라고 떠오르는 메뉴가 낙곱새가 있는 것 같은데 엄연히 낙지와 닭은 다르니까. 그래도 이 곱도리탕 역시 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메뉴라 생각한다. 곱창을 따로는 잘 먹고 곱창전골도 종종 먹었는데 이상하게 왜 이 메뉴는 잘 안 먹어봤는지 모르겠다. 아 파는 곳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 메뉴를 판매하는 곳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친구가 이날 여길 꼭 가보자고 했었나. 술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가보고 싶은 가게가 있다고 하여 이렇게 데려온 것이었다. 물론 낮이기도 했고 운전을 해야 했기 때문에 따로 술을 마시진 않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다.
이때가 아마 한 2시였나 3시였나. 굉장히 어정쩡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매장 내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여기 오픈도 거의 하자마자 들어온 것 같은데. 그리고 주변에 유동 인구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여기도 밤에 좀 핫해지는 곳인가. 난 처음 와봐서 잘 모르겠다. 친구 아니면 여기 올 일도 없었겠다. 그래도 복잡한 것보단 한산한 것이 좋아 기분 좋게 밑반찬을 즐기고 있었다. 아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사장님이 이것저것 주천을 해주셨는데 그냥 처음 계획했던 대로 닭도리탕과 곱창, 대창이 더해진 곱도리탕으로 주문했고 4인으로 정하여 주문했다. 그리고 별도로 김치전 하나를 주문하였다. 서브로 딱일 것 같았다. 여기 나름 맛집들처럼 주문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담야의 유명한 승일식당이라는 곳의 자브랜드여서 그런가 보다. 검색해보고 알았다. 처음에 들어왔을 땐 여기 3대 천왕에 나온 곳인가 했지. 그것까진 아니고 그렇게 유명한 가게에서 차린 분점 같은 느낌인 것 같았다. 아예 다른 메뉴로!
그렇게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사장님께서 한번 푹 끓여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끓기만 하면 바로 먹어도 된다고 말씀 주셨지만 나의 경우 뭔가 국물이 쫄아가면서 그 육즙을 다 흡수한 짭조름한 상태가 좋기 때문에 더 끓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국물이 넘쳤는데 따로 국자와 빈 그릇에 국물을 좀 덜었다. 나중에 졸았을 때 더 넣으면 되니까! 처음 양을 보고 이걸 어떻게 다 먹나 싶었는데 숨이 죽으니 또 나름대로 괜찮은 양이 되었다. 4인 기준 절대 부족한 양은 아니었다. 물론 알맹이인 재료들이 실하게 들어있어야 하는 것이긴 하겠지만. 그렇게 더 끓을 때까지 기다렸고 그동안 김치전을 먹었다. 처음에 이게 주문한 게 맞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우리가 주문한 것을 까먹으셨고 서비스로 내어주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먹다 보니 나중에 배가 불러 별도 김치전 주문한 것은 취소하고 이렇게 메인과 서비스만 먹었다. 양이 상당하다.
친구가 계속해서 슬슬 먹어도 될 것 같다 말했고 내 기준으로 더 끓어야 할 것 같지만 단체 생활에서 개인 고집만은 주장할 수 없기에 먹자고 말을 하였다. 나도 그래서 그냥 한두 번 먹다 보면 내가 원하는 상태가 되겠지 하며 내가 원하는 만큼 별도 접시에 떠서 먹기 시작했다. 그동안 따로 끓여준 면이 나왔는데 이것 역시 양이 어마 무시했다. 내가 네 명이서 식사를 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라 그런지 양들이 굉장히 낯설게 다가왔다. 아마 기존 내 포스팅에서도 보기 힘든 단일 양들일 것이다. 그렇게 면사리를 넣었고 그동안 곱창과 닭도리탕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곱도리탕을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게 안에 곱들이 들어가 있다 보니 국물이 굉장히 걸쭉했다. 개인적으로 가벼운 맛보단 깊고 진한 맛을 선호하는데 딱 내가 좋아하는 간과 탁함이었다. 탁함이라고 표현하면 이상하나. 농도 비스무리 그런 표현이다. 깊은 맛이 느껴져 좋았고 적당히 매콤하여 감칠맛이 돌아 느끼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메뉴는 몇 번 안 먹어봤어도 따로따로는 정말 많이 먹어봤으니 그 매력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불이 세다 보니 금방 펄펄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면 사리가 들어가니까 국물이 금세 졸았다. 면발이 육수를 다 흡수해버렸다. 그래도 다들 개인 접시에 덜어뒀기 때문에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처음 걱정했던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한 숟갈씩 뜨면 그 안에 곱창이나 대창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닭도리 역시 충분히 들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가격이 나가더라도 이렇게 메인 재료들이 충실한 것이 좋다. 애초에 여기가 가격이 비싼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밥과 함께 계속해서 먹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조금 더 매콤하면 좋았을 것 같은데 뭐 맵기는 우리가 알맞게 선택한 것이니까 매운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조절해서 드시면 되겠다. 밑반찬들도 적당히 감칠맛 나게 괜찮았지만 기본 메인 메뉴 자체에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 있다 보니 따로 뭐 손이 가진 않았다. 김치전 역시 관심이 끊겨버렸다. 안에 감자도 들어있어 포만감도 금세 차올랐다.
네 명이서 정말 말도 안 하고 흡입을 했던 것 같다. 다들 분명히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먹는 순간엔 진심이었다. 그만큼 맛이 괜찮았다는 의미겠다. 나 역시 애초에 여긴 사는 곳과 너무 멀기도 하고 한번 오면 다시 또 올 일이 거의 없을 테지만 친구는 여기 맛있어서 또 와봐야겠다고 말하더라. 아마 그때 이 친구는 술도 함께 먹지 않을까 싶다. 나야 술맛을 잘 모르긴 하지만 술안주로 딱일 것 같다는 느낌은 왜 때문일까. 여기 볶음밥이 있는지 없는진 모르겠지만 우린 다 별도로 밥을 먹었기 때문에 국물이 점점 사라져 가도 크게 개의치 않고 식사를 즐겼다. 다들 슬슬 배가 부르다 말했고 그에 맞춰 음식 양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근데 음식 포스팅이 참 힘든 것이 배고픈 지금 이 시간에는 이 사진들을 보고 군침이 돈다. 저땐 배불러서 남겼는데 말이다.
아마 이 국자가 나에게 마지막 국자였던 것 같다. 배가 불렀지만 또 손이 저절로 가기에 마지막이라 하고 멈췄다. 아무리 가벼운 등산이라고 예상했어도 배가 너무 부르면 걷기도 힘들고 식곤증이 몰려오기 때문에 적당히 참을 줄도 알아야 했다. 이 정도의 국물이 또 그렇게 매력적이긴 한데 또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짜게 먹는 습관도 줄이긴 해야 한다. 먹방 포스팅을 하면서 별말을 다하긴 하는데 요즘 속이 말이 아니라 이렇게 반성의 시간도 가져본다. 이렇게 친구의 소개로 오게 된 풍미갈비찜닭 명지점에서의 곱도리탕 식사를 마쳤다. 가격은 4인 기준으로 딱 적당히 나온 것 같다. 비싸지도 저렴하지도 않은 그런 금액 말이다. 모두 만족도 높게 식사를 즐겼고 무엇보다 양이 부족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