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숙성돼서 더 맛있는 부산 포항물회 모듬회

디프_ 2022. 4. 19. 22:01
매운탕 마무리는 못 참지~

 

현지에 가면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곳을 가면 된다. 막 여기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곳보다 그냥 가봤는데 맛있었다고 하는 곳을 조용히 따라가면 된다. 나름 여행을 다녀봤다고 어느 정도 필터링할 줄 알게 되었다 생각했는데, 이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 한계점이 있음을 느꼈다. 가기 전에 아차 싶긴 했다. 그래도 그냥 눈에 보이는 곳 가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 들어갔는데 너무나도 별로였다. 가성비가 괜찮긴 했지만 맛이 없었고 저번에 놀러 왔을 때 맛있다고 느꼈던 매장이 차로 바로 5분 거리에 있었다. 거기나 갈 걸이라는 후회가 몰려왔지만 또 먹을 수도 없고 그냥 경험이라 하며 넘겼다. 그래도 찝찝했다. 아무튼 그 인터넷 맛집들의 그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도 실수를 반복하겠지만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포스팅이 밀려서 이제서야 다시 시작하는 김해 여행 포스팅이지만, 오늘 소개할 곳은 친구만 믿고 따라간 횟집이다. 이름은 포항물회지만 위치는 부산과 김해 사이에 있다. 솔직히 이 근처에 가면 뭐 해운대나 어디 가서 또 비싸게 회를 먹었겠지만, 이 친구가 자기가 아는 곳이 있다고 데려갔다. 근처에 주차할 곳도 딱히 없어서 주택가 골목길 어느 주차 라인에 주차를 하고 살짝 걸어서 가게 안으로 도착했다. 확실히 여행 감성의 가게는 아니고, 놀러 온 관광객 기준에서 들릴 수가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뭐 예쁘게 사진 찍으며 먹을 것도 아니고 조용히 사람 없는데 맛있는 곳이 좋았다. 그래서 이 분위기가 시작부터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주문 역시 친구에게 맡겼다. 여기 모듬회가 숙성되어서 나오는데 그게 엄청나게 맛있다고 했다. 자기 가족들이 놀러 와도 여길 꼭 데려온다고 했다. 심지어 회를 다 먹고 나서도 또 먹고 싶어 추가 주문을 했다고. 그때까지 안 믿긴 했는데 이때 우리 역시 한번 더 먹고 한 접시를 더 시켜서 먹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막 이전에 들렸던 뒷고기처럼 인생 횟집 그런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길 다녀온 뒤로 여러 곳에서 회를 먹긴 했었는데 가격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여기가 떠오르긴 했다. 딱 비교하기 좋은 느낌의 퀄리티랄까. 아무는 가성비는 꽤나 괜찮은 곳이었다. 나에게 가성비란 맛까지 포함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나를 실패하게 만들었던 곳의 경우 가성비에 맛은 없었다. 그래서 우울했던 것이고!

 

열심히 간장 와사비, 초장 와사비를 섞고 막장을 섞고 있으니 주문한 모듬회가 나왔다. 2인 35,000원, 3인 47,000원 식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날 뭘 먹었는진 잘 기억나지 않는다. 포스팅이 꽤나 많이 밀려서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후다닥 포스팅을 해야겠다. 근데 요즘 일상이 너무 힘들어서 잘 될지 모르겠다. 친구만 믿고 따라온 여기 부산 포항물회 가게의 경우 광어, 우럭, 도다리, 전복, 멍게, 쌀 모두 국내산이다. 우린 이날 모듬회로만 즐겼는데 참돔이나 돌돔 등 돔라인도 나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성돔이나 그런 돌돔 라인을 제주도에서 엄청 비싸게 먹었었는데.. 포스팅에서도 많은 분들이 너무 비싸게 먹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셨었는데 새삼 여기 가격을 보면 어마 무시하게 비싼 돈을 주고 먹었구나 싶다. 근데 뭐 그 당시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돈이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꼭 가보고 싶었던 가게이기도 하고!

 

일단 비쥬얼은 너무 좋다. 살도 도톰하니 씹는 맛도 나고 먹기도 좋다. 개인적으로 너무 얇게 나오면 식감도 안 살아있어서 별로고 또 너무 두꺼워도 내가 회 초보자이기 때문에 먹기 부담스러워서 좀 그렇다. 근데 여긴 그런 걱정 없이 딱 적정해서 좋았다. 뭐 근데 이런 두께감이나 사이즈 역시 다른 가게에서도 흔하게 만나볼 수 있긴 하다. 애초에 내가 너무 별로인 가게는 안 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지노선은 있겠다. 그렇게 숙성회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여기 은근 별미인 김치전을 함께 곁들였다. 튀긴 것은 언제나 맛있지만 이렇게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김치전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뭐 딱히 특정한 요리법이 있다기보단 그냥 김치 자체가 맛있다 느꼈다.

 

그리고 이 무생채 같은 것, 이게 완전 별미였다. 친구가 이게 엄청 맛있다고 회랑 함께 먹으면 그 조합이 엄청 좋다고 했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먹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정확히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새콤하니 회와 어울렸고 회를 많이 먹으면 그 특유의 느끼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그 부분을 확실히 잡아주어 좋았다. 이것 역시 여러 번 요청하여서 먹었던 것 같다. 솔직히 이 포스팅을 보시는 분들 중에 이 가게 위치가 워낙 애매해 근처 사시는 분이 아니라면 가기 힘들긴 하겠지만 그냥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괜찮겠다는 마음으로 포스팅한다. 나중에 내가 이 근처에 가서 여기나 가볼까 하고 기록 저장 용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 앞서 말한 특유의 회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이 미역국도 큰 역할을 했다. 미역 자체가 뭔가를 했다기보단 저 뜨거운 국물이 다시 입안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었다. 아마 무슨 말인지 드셔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리고 여기 초밥도 이렇게 따로 내어주셨다. 솔직히 그냥 친구만 믿고 따라왔기 때문에 뭐 이렇게 나오는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구성이 알차게 나왔다. 금액 역시 다른 곳들에 비교해서 먹은 것에 비해 크게 나오지 않았는데.. 여기가 저렴하긴 했다. 근데 그 저렴함이 퀄리티 있게 괜찮아서 정말 가성비 좋은 가게였다. 회는 잘 못 먹지만 이상하게 초밥은 그렇게 좋아한다. 간장 와사비 콕 찍어서 먹으면 정말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다. 공교롭게 오랜만에 포스팅하는 지금에도 방금 전 저녁으로 초밥을 먹었다. 특히 초밥은 이 광어가 맛있다 말이지. 한 한 달 전쯤인가 친구와 오마카세를 다녀왔는데 내가 이상하게 우니에 빠져버렸다. 그 성게알 고소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평소 성게는 먹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런 괜찮은 가게 갔을 때 그나마 도전해보는데 정말 맛있더라. 역시 안 먹어보던 것들도 평소 좀 먹어봐야 한다. 새로운 맛을 알 수도 있으니! 다만 거기가 괜찮은 가게라는 선에서 말이다. 괜히 잘못 시도했다가 평생 못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평소 삼겹살이나 소고기 등을 먹을 때 쌈을 거의 안 싸 먹는 편이다. 뭐 간혹 깻잎이 있으면 그것이나 같이 먹을까? 물론 먹방 포스팅을 하면서 사진 기록용으로 몇 번 먹긴 하는데 막 손이 저절로 가서 쌈을 먹어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냥 고기에 소금이나 혹은 마늘 쌈장 그렇게 찍어먹는 것이 제일 맛있더라. 쌈을 싸서 먹으면 그 상추나 깻잎의 향이 고기 맛을 다 잡는 느낌이다. 앞서 간혹 먹는다는 깻잎은 그 절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근데 그런 쌈을 회를 먹을 땐 자주 먹는다. 이상하게 쌈이랑 회랑 잘 어울리는 기분이다. 맛도 딱히 깨지는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적당히 먹다가 물린다는 기분이 들 때 이렇게 쌈을 싸서 먹곤 한다. 비주얼도 좋고 맛도 좋고 굉장히 기분 좋게 잘 들어간다. 그리고 이날 초장 사진이 많긴 한데 이젠 초장보단 막장이랑 함께 먹을 때 그 맛이 더 좋다 생각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뭘 선호하시는지 궁금해진다.

운전을 안 해도 되니 테라 병맥주 한잔하면서 수다도 나누고 하니 어느새 한판이 다 사라져 갔다. 솔직히 난 여기서 이미 배도 부르고 그냥 매운탕에 밥 한 공기 먹으면 깔끔하겠다 싶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의 경우 슬슬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고 한판 더 추가 주문을 외쳤다. 나의 경우 '정말 다 먹을 수 있냐'라고 확인만 할 뿐 뭐 말릴 마음도 없었고 '나도 그럼 조금 더 먹어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정말 다들 잘 먹는다. 근데 갑자기 나도 왜 군침이 돌지. 이상하게 오늘 저녁을 많이 안 먹었나 먹고 나서 과자랑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는데도 배가 그렇게 안 찬 기분이다. 거짓 배고픔인 것인지 아니면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열량을 많이 소모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날은 정말 배 터지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회로 승부 보긴 했다.

 

버섯도 먹고 김치전에 빠진 친구가 있어 김치전을 추가 요청드리기도 하다 보니 어느새 추가 주문한 부산 포항물회 숙성 모듬회가 나왔다. 위치는 간판을 같이 보여드렸으니 따로 검색하여 보시면 되겠다. 이게 가게 이름만 딱 치면 워낙 비슷한 가게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뜨는데 부산과 김해 사이에는 저 가게 밖에 없어 마음만 먹으면 찾아가기 쉬우시겠다. 리필 가게도 아니고 정식적으로 돈을 내고 추가 주문한 것이기 때문에 이전이나 재주문이나 퀄리티와 양은 동일하게 나왔다. 솔직히 이때 거의 배부름이 만땅 상태여서 이거 누가 다 먹나 싶었는데 술 드시는 분들의 경우 조용조용하게 다 드시긴 하더라. 마지막에 매운탕을 거의 못 먹긴 했어도 이 회만은 다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의 경우 추가로 나온 숙성회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매운탕을 요청드려서 매운탕을 먹기 시작했다. 매운탕의 경우 버너 위에서 보글보글 끓여서 먹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뚝배기에 끓여진 상태로 나왔다. 이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솔직히 일반적으로 횟집에 가면 매운탕이 나오자마자 끓여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바로 드셔도 된다고 말하는데 바로 먹은 기억은 거의 없다. 그게 졸을 정도로 끓여야 그 깊은 맛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여기 역시 그렇게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뚝배기에 담겨 나와 그럴 수도 없었다. 그래서 좀 비쥬얼을 보고 실망을 했었는데, 기본적으로 여기 실력이 있는 가게였다. 아니면 내 입맛에 맞거나. 다른 곳에서 졸은 상태로 느껴지는 맛이 여기서도 나고 있었다. 막 짜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칠맛 있게 깊은 맛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냥 내 스타일이었다.

안에 내용물도 실하고 건더기도 많고 정말 괜찮았다. 한 끼 정식 백반으로 이렇게 나오면 혜자 같은 기분이랄까. 근데 뭐 그렇게 판매 하시진 않겠지만 말이다. 너무 배가 불러서 많이 못 먹었지만, 그래도 이 맛을 기억하고자 나름 밥도 말아서 먹고 그랬다. 국물이 시원하고 깊어서 좋았고 적당한 매콤함으로 느끼함을 잡을 수 있어 좋았다. 남들과 비교하면 거의 마시지 않은 것과 동일한 맥주 한잔이지만 얼굴과 몸 전체가 빨개지는 나에겐 해장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친구 추천 맛집에서의 행복한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솔직히 배고픈 상태에서 회를 먹는 것을 선호하진 않지만 초밥도 나오고 나름 맛있게 잘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날 숙성회의 매력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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