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먹어보는데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우 오마카세 우직
너무나도 오랜만에 이렇게 맛집 포스팅을 하고 있다. 경험상 글을 오랜만에 쓰면 잘 안 써지더라. 지금도 첫 문장부터 조금 버벅이고 있다. 오랜만에라는 말을 두 번 이상 반복하고 싶지 않았는데 뭐 다른 대체 단어가 생각이 안 나네. 아무튼 이렇게 글이 늦어진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요즘 개인적인 삶이 바빠 티스토리 신경을 쓰지 못했다. 에너지를 한 곳에 쏟을 필요가 있어서 잠시 쉬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두 번째는 티스토리 자체의 문제인데 이게 도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객센터 답변도 늦게 오고.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나서 뭐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 기다려봐야지. 아무튼 그러면 오늘 주제인 먹방 포스팅이나 집중해서 써봐야겠다.
오늘 간 곳은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스타일의 가게다. 처음에 여기에 이런 장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가격도 괜찮아서 한번 가봐야겠다 싶었다. 근데 역시나 나만 안 가본 것인지 이미 입소문이 나기도 했고 주변에도 여길 가 본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리고 다들 후기가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나도 가봐야겠다 싶었고 전화를 통해 예약을 했다. 피크 타임엔 자리가 없었지만 위치가 번화가도 아니고 애매해서 그런지 다른 타임들엔 널널했다. 그래서 저녁으로 예약을 하고 가게를 방문했다.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니 굳이 일찍 와서 기다릴 필욘 없겠다. 그리고 주차 공간이 넉넉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
한우 오마카세 메인인 목동 우직. 앞서 이런 스타일의 가게는 처음 와본다 했는데 여태까지 오마카세 가게는 스시가 나오는 곳으로만 다녔다. 사시미가 나오고 초밥 스타일이 나오고 뭐 그런 곳들 말이다. 종종 포스팅하기도 했고 근 한 달간 쉬는 동안 또 다녀오기도 했다. 이제 포스팅을 시작했으니 조금씩 업로드하면서 다시 익숙해져야겠다. 티스토리를 영원히 떠날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앞서 포스팅을 쉬게 만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해결이 되면 지금보다 더 바빠지긴 할 테니 예전처럼 1일 1포스팅은 못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름 최대한의 노력은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소고기 오마카세 집을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여기 우직이 나에겐 첫 방문이었다. 그리고 여길 택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바로 가성비! 다른 곳들은 매우 비싸다. 강남 쪽은 뭐 1인에 2~30만 원짜리 가게도 많다. 근데 여긴 1인 5.5로 상대적으로 저렴했고 스시와 비교해서도 가격이 매우 착했다. 안 올 이유가 없었고 첫 경험으로 딱이다 싶었다.
본격적으로 먹기에 앞서 잠시 가게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메뉴판에 적혀있는 내용인데 시간이 되시면 먹기에 앞서 한번 다들 읽어보시면 좋겠다. '우직은, 우직하게 맛있는 고기를 오는 이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우직은, 재일교포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야키니쿠가 일본 본토 음식이 아닌 한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리고 싶습니다. 3가지 종류의 한국 간장을 블랜딩 하여 만든 특유의 소스를 기본으로 우리네 고유의 맛과 멋 분위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양질의 고기, 좋은 술, 그리고 이 공간을 찾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우직하게 임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요즘 더더욱 느끼는 것이지만 그냥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이런 색깔을 가지고 운영하는 가게들이 장사가 더 잘되는 것 같다. 음식에도 정말 철학이 있어야 하는 시대인가 보다.
물론 무조건 여기에 오면 오마카세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단품 고기들을 먹어도 된다. 근데 내가 방문했던 시간 기준으로 단품만 즐기는 테이블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꽉 차기도 해서, 아무튼 인기도 있고 보증된 가게는 확실한 것 같다. 애초에 장소 자체가 입소문 아니면 찾아오기 힘들기도 하니까! 일단 처음엔 우설이 먼저 나온 것 같다. 우설이라함은 소의 혀 요리인데 이게 질감이 되게 독특하다. 두껍게 썰려 나오면 진짜 그 탱글탱글한 식감이 난달까. 소의 혀 요리를 드셔 보신 분은 많지 않겠지만 다들 혀가 있으실 테니 무슨 느낌인진 아실 것이다. 딱 비슷한 그 느낌인데 여기 가게에선 초보자들도 배려해주신다고 나름 얇게 썰어서 식감을 덜 살려 내어 주신 것 같았다. 이게 고기가 나올 때마다 설명을 해주시는데 녹음하지 않는 이상에야 다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일단 개인적으로 고기는 무조건 씹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육즙도 그렇고 온도도 그렇고 두께도 그렇고 상태도 포함되겠다. 근데 또 육즙을 살린다고 너무 두껍게 하면 입 안에서 잘 안 씹힐 수 있으니 그 적정한 두께가 중요하겠다. 물론 모든 고기가 두껍다고 질긴 것은 아니지만. 여기 우설의 경우 얇긴 하지만 넓게 퍼져있어 잘 구워졌을 때 한입 크게 먹기 좋았다. 그렇게 먹기 시작하니 꿀맛이었다. 원래 들어올 수 있는 시간보다 시간이 좀 남아 앞서 한 20~30분 대기를 했었는데 추운 상태에서 안으로 들어와 먹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조금씩 나오는 게 야속할 정도랄까. 그래도 다 먹고 난 뒤엔 배부를 것을 알고 있었으니 조금씩 천천히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또 맥주를 빼먹을 수 없지.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하기 때문에 뭐 사케나 다른 오래오래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술들을 이런 장소에서 마셔본 적이 없다. 그나마 내가 즐길 수 있는 것은 시원한 생맥주인데 이 생맥주마저도 안 파는 가게들이 종종 있더라. 병맥주만 팔고 말이다. 그런 곳에 가면 아쉬운데, 여긴 오기 전에 맥주가 있는지 확인을 해보고 와서 다행히 별 걱정 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기린 생맥주 하나를 주문하고 다시 고기를 구워서 먹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여기 한우 오마카세 가게는 처음이지만 다른 스시 가게들을 다녀본 결과 조금 비교해보자면, 여기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에 고기를 올려주시고 설명을 해주시지만 그다음부터는 손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테이블 위에 있는 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게 어렵진 않지만 FM적인 의미와는 좀 다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있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일단 뭐 제주도 흑돼지처럼 두툼하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화력도 세고 소고기 특성상 살짝만 구워서 먹으면 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도 아니라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가격이 착하니까 더더욱 좋았고. 포스팅을 하면서 가성비라는 표현을 많이 쓰게 되는데 내가 은근 가성비 괜찮은 곳들만 즐겨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이제 밀린 포스팅들을 하나하나씩 더 해보면 더 잘 알 수 있겠지. 아무튼 그렇게 맥주도 한잔하면서 고기도 구우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매장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테이블 간격을 어느 정도 조정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4인이 오면 좀 좁을 것 같지만 2인이 오면 널널하게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우설이 끝나고 아마 등심이었나 잘 모르겠다. 여기 A코스 55,000원짜리 구성이 소고기 6종(육회, 시그니처 메뉴 포함), 가리비 관자, 새우, 냉우동 식사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인데 이게 날마다 나오는 고기가 다른 것인지 뭔가 순서대로 설명이 되어있진 않았다. 근데 뭐 그날그날마다 신선도나 상태가 다르다고 하니 정식적으로 표기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더 상태 좋은 것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니까 딱히 나쁠 것도 없고! 불판 위에서 열심히 구워가며 와사비도 올리고 소금도 찍어먹고 그랬다. 여기서 뭐 트러플이었나. 아무튼 버섯을 말려서 특별히 만든 소스 같은 것을 주셨는데 역시나 나에겐 그것보단 소금이 짱이었다. 고기랑 소금은 왜 이렇게 잘 어울리지? 돼지는 소든 상관없이 말이다.
숯불이라 그런지 이 열기가 얼굴까지 다가왔다. 그래서 이게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편인데 그것에 더해 열기 때문에 얼굴이 좀 터질 것 같긴 했다. 겨울에도 이 정도인데 여름엔 어떨까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시원해서 더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고기는 고기대로 열을 받아 맛있게 구워지고. 그다음은 새우와 관자가 나왔고 양념이 된 고기가 나왔다. 나름 여기가 굽기 어려운 레벨인데 스스로 잘 해내야 했다. 만약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주는 것만 먹으면 되는 그런 가게를 생각하고 오셨다면 좀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가격을 생각하며 이겨내야겠다. 근데 이 가게만 그런 것이지 뭐 강남이나 그런 유명한 곳들 비싼 곳에 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주시지 않을까? 유투브를 보긴 했는데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 아마 그렇겠지? 원래 오마카세의 의미가 그런 것이니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
솔직히 이 비주얼과 이 퀄리티를 보고 맛이 없다면 거짓말이겠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느낌이다. 일단 재료 자체가 신선하고 좋은데 불까지 괜찮으니 먹기도 편하고 맛도 있고 그렇겠다. 고기 맛에서 불도 정말 중요한 것이 화력이 세야 그 안에 육즙도 가둘 수 있고 안 질기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맛집들을 보면 불이 정말 좋은 곳들이 많다. 지금 생각나는 곳은 삼각지에 있는 몽탄인데, 거기 우대갈비도 아마 볏짚이었나 그것으로 향이 스며들게 하여 맛있는 것으로 안다. 여기도 뭐 그 정돈 아니지만 어쨌든 저 숯에서 나오는 화력으로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새우, 관자 탱탱하게 먹고 고기는 또 고기대로 두툼하고 식감 좋게 잘 즐겼다.
그리고 이제 슬슬 끝이 다가오는 것인지 양념으로 된 소고기와 또 야채들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구운 야채에 특별히 매력은 못 느끼는 편이다. 누군가는 구운 방울토마토를 그렇게 맛있어하고 그런다는데 개인적으로 뭐 양파나 마늘 이런 것은 선호해도 다른 것들은 잘 모르겠더라. 아스파라거스 같은 것도 괜찮고! 옥수수는 그리고 정말 잘 구워야 한다. 옥수수 맛있게 구워본 적이 없다. 다 실패했다. 내가 이 정도면 익었겠지 하고 먹어보면 수분 다 빠지고 딱딱하고 다 탔더라. 여기서도 반쪽 중에 하나는 실패했고 하나는 그나마 맛이라도 볼 수 있었다. 막 길거리에서 파는 것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것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지? 버터를 발라서 가능한 건가. 아무튼 뭐 그렇다.
그리고 육회가 나왔다. 육회는 이제 마무리 감칠맛을 살려주기에 적절했다. 예전에 마장동에서 고기를 사 왔던 때가 기억난다. 고기 그 자체로만으로도 맛있을 줄 알고 육회를 아무런 양념 없이 먹었었는데 정말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육회도 양념을 해야 할 줄이야. 난 몰랐지. 근데 여긴 역시나 밖에서 먹는 것이기 때문에 목동 우직만의 노하우가 담긴 육회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었다. 정말 이 가성비가 55,000원이라니. 물론 주류가 별도여서 다 먹고 나면 생각보다 금액이 더 나오긴 하지만 일단 메인 그 가격만으로는 충분히 메리트 있었다. 무엇보다 한우 오마카세니까! 식사를 다 마치기 전부터 여긴 재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 이게 여기 시그니처인진 모르겠지만, 작은 공깃밥과 같은 그릇에 밥이 담겨 있고 노른자가 같이 나왔다. 그리고 큰 덩이의 고기가 불판 위에 올려졌다. 이걸 자르지 않고 양 옆을 다 구운 뒤에 밥 위에 올려서 싸서 한입에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다. 약간 이건 스시 가게들 갔을 때 한입 꽉 채운 크기의 김밥말이 같은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걸 따라한 것인지 원래 이렇게 나오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슷한 느낌이었다. 가르쳐 주신 대로 흉내 내어 먹어봤는데 확실히 크기가 크다 보니까 입을 크게 벌려야 했다. 근데 이렇게 먹으라고 추천해주신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어 먹어야 그 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괜히 잘라먹으면 맛이 덜한달까. 역시나 한입 꽉 찬 느낌도 좋고 맛있고 좋았다.
마지막은 냉우동으로 입안의 기름기를 쭉 내려주고 입가심을 하면서 저 꼬들꼬들한 양대창과 같은 것을 구워 먹었다. 이게 아쉬운 것이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뭐 어느 식당을 방문할 때 굳이 모든 것을 알고 갈 필욘 없겠다. 내 포스팅을 보러 오신 분들 중에서도 아마 사진만 보고 가시는 분들도 있으실 테니 그 설명에 대한 큰 부담은 느끼지 않는 편이다. 뭐 동영상으로 찍은 것도 아니라 어쩔 수도 없겠고. 이렇게 깔끔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너무 한 끼 푸짐하게 오랜만에 잘 먹었다. 기념일에 와도 좋고 조금은 특별한 일상적인 날을 보내고 싶을 때 와도 괜찮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경우 더치페이한다고 생각하고 와도 나름 나쁘지 않은 금액이고. 뭐 고깃집 가도 먹다 보면 이 정도 금액은 나오니까 말이다. 한우 오마카세,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워낙 좋은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이제 당분간 더 찾게 될 것 같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