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맛이 강렬하게 전달되는 월미도 달쭈꾸미
월미도 자체를 많이 가보진 않았다. 정말 태어나서 한 다섯 번도 안 가본 것 같다. 가장 마지막에 간 기억이 친구들이랑 잠깐 바람 쐬러 가봤다. 그때 밥도 먹고 오지도 않고 그 디스코 팡팡인가. 아무튼 붕붕 띄우는 그 놀이기구 타고 사진도 찍고 그러고 돌아온 것 같다. 날이 추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그때를 마지막으로 가보지 않았다. 딱히 갈 이유가 없기도 했는데 뭐 때문에 가야 할지도 몰랐달까. 갈만한 이유가 있으면 가겠는데 딱히 그럴 이유가 있지 않았다. 뭐 근처 지나갈 것도 아니고 여기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집들이 모여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막 기념일에 방문하기도 애매했다. 차라리 바다가 보고 싶으면 을왕리를 가지. 아무튼 나에게 그런 곳이었는데, 딱 갈만한 상황이 생겼다. 여기 근처에 말이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바다도 보고 좀 추억 여행 좀 떠나보자 해서 이렇게 오랜만에 오게 됐다. 오랜만에 왔어도 정말 여전히 그대로였고 잠시 둘러봤다.
그때도 이날도 모두 날이 너무 추웠다. 그래서 계속해서 걷는 것엔 한계가 있었는데 가려고 했던 식당이 아직 오픈을 하지 않아 한 20~30분 대기를 해야 했다. 그래서 그동안 둘러봤는데, 여기 주차가 너무 힘들다. 공터는 많은데 다 사유지인지 유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근데 이 주차 금액도 절대 저렴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 하루 종일 주차하는 것과 시간당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나름 싼 곳을 골라 주차를 성공하게 되었다. 공휴일의 경우 더 비싸게 받더라. 오늘 방문하는 달쭈꾸미 식당에 주차장이 연계되어 있으면 좋은데 그런 것들이 따로 없다고 하니 여기 방문하시는 분들은 주차장을 미리 확보해두시고 오는 것이 좋겠다. 사실 도보로 오는 것이 최고긴 한데 이 지역 자체를 대중교통 타고 오기도 참 애매해서.. 자차로 오는 것이 제일 편하겠다. 유료 주차 이용할 생각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가게가 정해진 시간에 오픈하게 되었고 1등으로 안으로 들어왔다. 추워서 빨리 들어오고 싶었다.
쭈꾸미 자체를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먹어본 경험이 없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해산물에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고기를 더 좋아하지 해산물은 배고플 때는 많이 못 먹겠더라. 물론 쭈꾸미 같은 것은 대게 맵게 나오고 그러기 때문에 양념과 함께 밥 쓱싹쓱싹 먹으면 꿀맛이긴 한데 나름 또 해산물이라고 잘 안 먹게 되더라. 근데 이날만큼은 오랜만에 월미도에 왔고 바다가 근처에 있는 만큼 해산물을 먹어보자 싶었고 서치를 해보다가 이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렇게 오게 됐다. 일단 처음부터 제대로 찾아온 것은 맞다 싶었던 것이 이런저런 디테일한 설명들이 그냥 헛투루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있으니까 이런 표현을 하신 것이지라는 느낌이 왔고 신뢰도가 생겼다. 그리고 오픈 전이고 이날이 아마 좀 한산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손님이 우리 말고 두 팀이 더 있었다. 그 뒤로 한 3~4팀이 더 와서 여기가 입소문이 정말 난 것인지 아니면 나처럼 이렇게 우연히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찾아오는 손님들은 많았다.
처음에 원래 다른 메뉴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그건 너무 맵다고 사장님이 말씀 주셨다. 따로 맵기 조절도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삼겹살, 철판쭈꾸미, 연포탕이 같이 나오는 지구식량으로 2인분 주문했다. 우쭈식량이 메인인 것 같은데 뭐 치즈 토핑이나 이런 것들은 따로 굳이 안 필요할 것 같아 주문하지 않았다. 그냥 메인만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일단 여기 재밌는 것이 기본 찬들은 로봇이 배달을 해주었다. 그리고 조금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이 여기 사장님이 센스가 좀 있으신 것 같다. 뭔가 굉장히 맛집스러운 것들을 많이 추구하신달까? 일단 기본적으로 위생이 너무 깨끗해 좋았고 그렇게 작은 것들까지 신경 쓰시는 모습을 보고 나처럼 좀 이상하게 까다로운 사람들 기준에선 꽤나 만족스러웠다. 아무래도 대충 나오는 곳들보단 이런 세심한 곳들을 좋아하는 편이다보니 좋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겠다. 일단 메인이 자글자글 볶아지기 전에 연포탕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메인 식사도 아니고 서브로 나온 것이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나름 실하게 나와 놀랐다. 역시 바다 근처인가?
2인 이서 충분히 서로 덜어먹기에 충분한 양이었고, 밖에서 추워 고생한 몸을 녹이기에 딱 좋았다. 국물 자체가 황태 육수 베이스로 끓이셨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깊은 맛이 느껴졌다. 뭔가 시원하고 몸에 열도 나게 하고 식전으로 딱이었다. 솔직히 이것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매운맛을 품고 있는 삼겹살과 주꾸미가 다 볶아지기 전까지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나름 고기도 실하게 들어있고 말이다. 이렇게 애피타이저 느낌의 연포탕을 즐기고 있다 보면 메인 메뉴가 불그스름한 모습을 보이며 먹어도 되는 상태가 된다. 이때 사장님께서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가볍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참고하여 그냥 본인 기호에 맞춰 먹으면 되겠다. 아니면 한쪽 벽에 '우쭈식량과 지구식량을 더 맛있게 먹는 법'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것을 참고해도 되겠고! 소스를 어떻게 조합하는지 아니면 반달만두라는 것을 추가 주문하여 조합을 살려 먹는지 이런 설명이 있어 나름 초보자에게도 유용한 부분인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이런 디테일들이 좋을까? 매출에도 직결되는 부분이라 사장님에게도 좋겠다.
그래도 여기 월미도 맛집 달쭈꾸미 내부를 구경하고 있으면 하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향토, 특색 음식 경연대회 수상업소라는 것! 언제 어디서 무슨 메뉴로 받으셨는진 안 나와있지만 아마 여기서 판매하시는 메뉴로 받으신 것 아닐까 싶다. 우수상을 수상하셨고 뭐 생생정보 안심식당 맛집으로 방영되기도 했고 그러셨나 보다. 이래저래 홍보를 열심히 하신 것 같고 소비자들도 만족을 하니 이렇게 평점도 좋고 재방문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싶다. 사진을 하나하나 보시면 아시겠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맛있고 양도 괜찮고 서비스도 좋고 다 좋았다. 앞서 말했듯이 해산물에 약한 편인데 만약 이 쭈꾸미 메뉴가 먹고 싶어진다면 여길 충분히 또 방문할 의사가 있었다. 뭐 멀리서까지 찾아오진 않겠지만 근처라면 말이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월미도 자체에 딱히 뭐 맛집이 많은 것 같진 않다. 뭔가 전체적으로 딱 그런 느낌이 없달까. 근데 여기는 충분히 괜찮고 여러모로 메리트가 있어 보였다. 실제로 맛있기도 했고!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방법대로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소스만 곁들여서 먹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먹었다. 일단 이게 첫끼니라 배가 금방 차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내용물 양이 나름 괜찮았다. 해산물이 좀 비싸서 이런 메뉴를 시키면 먹다가 만 기분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 열심히 움직여가며 먹을 수 있어 괜찮았다. 야채만 많은 것이 아니란 의미다. 그리고 맵기가 걱정스러웠는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물론 메인만 먹으면 좀 매울 수 있는데 쌈무라든가 상추 이런 것들로 매운맛을 좀 줄일 수 있어 괜찮았다. 그리고 이날 깜짝 놀란 찬 중 하나가 바로 저 천사채다. 천사채 자체를 별로 먹어본 기억이 없다. 저거 뭐 곤약처럼 식감만 있고 거의 맛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여기 마요네즈 양념을 잘해주신 것인지 너무 맛있었다. 식감도 배로 즐기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쭈꾸미 매운맛을 개인적으로 저것으로 다 잡아가며 먹었던 것 같다. 식감도 살고 조합이 너무 괜찮아 한번 리필까지 했다. 천사채가 이렇게 맛있다는 것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양념에 공깃밥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는 처음에 주문할 생각이 없었다. 아침 첫끼에 많이 못 먹기도 하고 먹다가 양이 부족하면 그냥 볶음밥이나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근데 먹으면서 보니 흰쌀밥 위에 여기 쭈꾸미나 삼겹살 올려서 소스 더 뜬 다음에 먹으면 정말 꿀맛일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에 부랴부랴 공기밥을 하나 추가했고 이렇게 숟가락 들고 열심히 먹어주었다. 물론 중간중간 연포탕은 잊지 않고 곁들어 주었다. 적절하게 간이 되어있어서 입 안의 감칠맛을 살려주고 전체적인 메뉴 조합도 괜찮아 어느 하나 톡 튀지 않고 다 조화를 이루었다. 만약에 잘 먹을 수 있고 배고픈 시기인 오후에 왔으면 3인분 정도 시켜서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웠을 것 같다. 나의 경우 매운맛을 잡기 위해 저 마요네즈 천사채 등을 같이 곁들었지만 매운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시는 분들도 매운맛 그 자체도 즐길 수 있겠고! 여기 먹어보니 인위적인 캡사이신 매운맛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근데 더 매운맛은 먹어보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내가 먹은 맛은 그랬다.
우리의 경우 지구식량을 시켰지만 다른 많은 테이블의 경우 여기 시그니처인 우쭈식량을 많이 시키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요즘은 맛집에서 치즈가 빠지면 어색할 정도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 달쭈꾸미 자세히 살펴보시면 각종 이벤트도 나름 많이 한다. 나도 갔을 땐 몰랐다가 지금 포스팅하면서 검색해서 알았는데, 뭐 100원의 행복이라고 볶음밥이 1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구성도 있고 반달만두도 100원에 먹을 수 있고 그런 것 같았다. 솔직히 이날 반달만두를 따로 시키지 않아 여기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를 실천하지 못했었는데 왠지 담백하니 맛 괜찮을 것 같아 다음에 가게 되면 먹어볼까 싶다. 아무튼 확실하게 다녀왔던 소비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여기 아무리 단일 메뉴만 추구하더라도 그것만 시키시지 마시고 연포탕이 같이 나오는 세트로 시키시는 것이 좋겠다. 연포탕이 은근 매력 있고 감칠맛 살려주고 여기 꿀 아이템이다. 어떻게 보면 메인보다 훌륭할 수도 있는 느낌?
그렇게 월미도 맛집에서의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안에선 따뜻했지만 밖에 나오니 역시나 추웠다. 날이라도 좋았으면 바다라도 조금 더 보다 갈까 싶었는데 바람도 불고 추워서 다시 차로 복귀했다. 그리고 서울로 향했다. 오랜만에 온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떠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름 맛집 같은 곳을 방문하여 평소 잘 먹지 못하는 메뉴도 먹어볼 수 있어 좋았다. 요즘 뭔가 돼지불백처럼 그냥 양념에 고기에다가 젓가락 필요 없이 숟가락 하나만으로 팍팍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싶긴 했는데 타이밍 좋게 잘 찾아왔다. 여기 데이트 코스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겠다. 나름 가격도 괜찮아 보이고 양도 괜찮다 생각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