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가볼만한곳 서울로 7017을 걷다왔어요.
(seoullo 7017 travel in seoul with child)
오랜만에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곳 서울로'로 일상 포스팅을 작성한다.
지난주쯤이었나 생전 안가던 서울역에서 약 6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평소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터라 잘 안 가는 주의인데 유동인구도 많고 소음도 심하고 해서 어디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다. 같이 시간을 보낼 책과 노트북은 챙겨왔는데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다. 카페에도 웬만한 곳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도로 위에 놓여있는 다리가 들어왔다. 저게 뭐지 하다가 아 최근에 완공돼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던 seoullo인 것을 깨달았다. 갑자기 신이나 가보았다.
아직 개장한 지 얼마 안 돼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었다. 복잡하지 않아 좋았는데 무엇보다 조용해서 좋았다. 바로 아래만 해도 차 소리, 사람 소리 등 여러 소음 때문에 정신없는데 위에는 조용히 멍때릴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해 신기했다.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을 펼쳐 잠깐 읽긴 했는데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 다시 덮고 그냥 잡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평소 남들이 보기엔 무의미해 보이지만 이렇게 한량처럼 보내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의인데 이런 시간을 잘 못 갖게 되는 것 같다. 근래에 제일 기분 좋았었던 때가 안경점에 들리느라 연남동에서 혼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강아지도 보고 어떠한 스트레스도 없이 그 시간만을 즐겼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 이런 시간을 너무 안 갖으면서 보내고 있었구나 생각하고 조만간 또 나와야겠다' 하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강제성이 부여되어서야 오랜만에 혼자 밖으로 나왔다.
1시간 정도 앉아있었나. 엉덩이가 아프기도 하고 그래도 처음 와본 곳인데 구경이나 좀 해볼까 하고 일어났다. 작게나마 공연을 하는 홀도 보이고 카페도 있고 이렇게 철길과 시야가 탁 트인 도로도 보였다. 그리고 길 사이사이 꽃과 나무들이 놓여있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매미도 보았다. 여기서 태어난건지 날라온건진 모르겠는데 도로 위 한복판에 매미가 있다는 게 좀 신기했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대부분 회식을 하거나 집으로 가는 회사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근데 child를 위한 놀이시설도 약간씩 있는 것으로 보아 주말에는 가족 단위가 많을 것 같다.
해가 져갈 때쯤 도로 위에 놓인 이 다리가 사진찍기 좋은 명당자리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누가 봐도 비싸 보이는 카메라 5~6대가 한 자리에 놓여 동호회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가르쳐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또 하나 신기했던 점은 서울역에는 노숙자가 많은 편인데 이곳에 오기 전 여기에도 노숙자가 있겠거니라는 생각을 했다. 근데 한 분도 보지 못했다. 그 이유를 보니 관리인분들이 수시로 다리와 다리를 돌아다니고 계셨는데 아마 정부 차원에서 제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연한 기회로 들리게 된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곳 서울로 7017'. 언뜻 뉴스로 봤을 땐 꽤 긴 거리로 넓게 이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아보였다. 그래도 복잡한 공간 안에 이렇게 쉼터를 마련해준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여유를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런 공간은 끊임없이 주어져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