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진을 정말 잘 안 찍는다. 사진만 안 찍는 것이 아니라 옷도 따로 챙겨입지 않는다. 나에게 옷은 사복아니면 추리닝 둘 중 하나인데 정말 추리닝만 줄곧 입고 다녔다. 회사 옷도 따로 있긴 한데 하의는 매일 똑같고 상의만 맨투맨, 린넨 셔츠 등으로 갈아만 입는다. 그만큼 일상에서 옷 고민을 최소화하는 편이다. 예전이야 혼자 돌아다닌다고 평일에도 옷을 입을 일이 많았지만 이젠 거의 없어서 정말 사복을 입고 나가는 경우가 손에 꼽는다. 주말에도 어디 놀러가서 사진 찍는 것 아니고서야 편한 추리닝을 입고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내가 사진을 워낙 안 찍다 보니 사진을 찍어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었다. 문제는 일단 살이 쪄서였다. 몸이야 옷을 크게 입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얼굴 살은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다. 난 내 얼굴이 원래 이러나 했지. 아니었다. 얼굴 살이 쪄서 모든 것이 문제가 된 것이었다.
아무튼 이날 입은 자켓도 작년 10월인가 백화점에서 구매한 옷이었는데 갑자기 올해 3월인가. 자켓을 샀었나 싶은 것이었다. 샀는지 안 샀는지도 가물가물했다. 그래서 주변에 확인을 해봤고 구매를 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옷장을 살펴봤다. 택도 안 땐 상태로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그래서 이날 이렇게 입고 나왔다. 거의 5개월 동안 옷을 사고도 산지 모를 정도로 안 입었으니 얼마나 옷에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 나갈 일이 있더라도 입던 것만 입고 말이다. 반성 좀 해야겠다. 원래도 추리닝만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이건 선을 넘은 것 같다. 근데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일단 살 좀 빼고 뭘 하든지 해야겠다. 어제 오늘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다. 이 놀러갔을 때만해도 전혀 생각 없었는데 말이다.
아무튼 여기 담양 명옥헌원림은 2월인가 3월에 다녀왔다. 역시나 날씨운이 따라주지 않듯이 비가 왔음을 사진을 통해 알 수 있겠다. 그래서 꽃들도 별로 없고 우산 쓰고 다녀야해서 귀찮기도 하고 좀 추워서 딱히 신나지도 않았다. 근데 여기서 나름 그 운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다음에 꼭 다시 와보고 싶었고 이렇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근데 이미 여긴 유명한 곳인 것 같다. 가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주차는 네비게이션을 찍은 곳에 해야하고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와야 한다. 여기 앞까지는 입주민만 들어올 수 있다. 근데 어떤 분은 자주 오시는 것인지 이 근처 사시는 것인지 차를 타고 이 앞까지 오셨다. 우산을 쓰긴 했지만 비를 맞으며 위아래를 걸어다녔는데 내려갈 때는 내심 부러웠다. 살짝 춥기도 했어서.. 그래도 지킬건 지켜야 하니까! 앞서 말했듯이 이때는 봄이 아니기도 해서 풍경이 그렇게 예쁘지 않다. 꽃이 만개했다거나 그런 모습은 없고 소소하게 있었다. 그래서 여기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에서 작년이나 최근 글을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난 굳이 찾아보지 않았다. 왜냐면 다음에 다시 가볼 예정이니까! 인터넷이 아니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이렇게 나무만 앙상하게 있어도 솔직히 예쁜데 꽃이 만개하면 정말 예쁠 것 같다. 여기 백일홍 풍경이 예쁘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니 설레이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내가 여길 자신있게 또 온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광주 갈 일이 많으니까. 광주에서 담양까지 차를 타고 30분이면 온다. 신기하다. 엄청 가깝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이 기본으로 넘게 걸리는데 차를 타고 오면 금방 온다. 그래서 저번에 쏘카를 빌려서 이동했다. 근데 쏘카도 솔직히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차를 타고 가기도 뭐하고. 왜냐하면 난 운전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갈땐 가더라도 돌아올 때 그 피로감을 이길 자신이 없다.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그 운전 피로도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다음에도 여길 또 오게 된다면 쏘카를 빌려서 오지 않을까 싶다. 비싼만큼 그 값어치를 해야하기도 하고. 아무튼 여기 담양 명옥헌원림 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유명한 장소이니만큼 상대적으로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소개해본다. 비록 사진이 비도 오고 우중충해서 꽃과 어울리지 않지만 나름 그 매력이 있는 곳이다.
땅바닥에 붉게 떨어진 꽃잎들도 눈으로 볼땐 굉장히 예뻤는데 사진으로 보니 빈틈도 많아 보이고 그 멋이 안 산다. 어떤 분 블로그를 보니 딱봐도 고급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데 그냥 그 이미지만으로도 분위기가 느껴졌다. 다 설정을 하시는 것인가? 근데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찍는 나에겐 그런 멋은 없다. 그래도 눈으로 담은 것을 이렇게 포스팅하면서 다시 상상할 수 있으니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충분히 실제로 봤을땐 멋있었던 곳인데 말이다. 백일홍이라는 꽃도 여기를 오게 되면서 처음 알았는데 나중에 만개된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다. 물론 그때는 사람들이 많아져 이렇게 한적하게 시간을 못 보낼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또 그건 그것대로 매력이 있겠지 싶다. 그래도 어디 놀러갈 때 비오는 것은 싫다. 이제 지긋지긋하다. 어떻게 이렇게 날씨 운이 안 좋은지 모르겠다. 날씨 운 좋으신 분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여기 정자에 앉아 정말 담양을 온몸으로 느꼈다. 꽤 오랜 시간 앉아있었던 것 같다. 평소라면 추워서 좀 앉아있다가 내려갔을텐데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사진을 못 찍어서 기다리다가 본의아니게 오랜 시간 앉아있었다. 근데 그게 좀 좋았다. 빗소리도 들리고 나무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솔직히 혼자 있었으면 무서웠을텐데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무섭지 않았고 조용하고 좋았다. 뭔가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이랄까. 대충 뭔지 아실 것이다. 근심 걱정없이 말이다. 요즘 정말 스트레스를 이곳저곳에서 많이 받는데 여기서만큼은 다 잊었던 것 같다. 뭐 다시 나오면 시작이었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진짜 요즘은 마음에 여유가 없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유도 없고 형체도 없는 무언가에 자꾸 쫓기고 있어 불편하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특별히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덕분에 이렇게 에너지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