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워도 부드럽고 맛있는 숙성 목살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 고깃집에 재방문을 하였다. 한번 더 온다 온다 했었는데 거의 한 두달이 지나서 온 것 같다. 뭔가 고기를 먹은지 좀 된 것 같아 제대로 한번 먹어보고 싶었고 첫 방문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던 여기가 딱 생각이 났다. 이 상권은 약간 직장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별도 예약을 한다거나 못 먹을 것을 걱정하고 방문하진 않았다. 주말이라 여유가 있었고 막상 도착하니 자리도 좀 널널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더 그랬고 다 먹고 나올 때쯤엔 사람이 어느정도 차기 시작했다. 1인분 가격이 저렴하다고 볼 순 없는데 사람들이 맛이 좋아서인지 잘 찾아오시는 것 같다. 그냥 내 추측이다. 나도 여기 지나갈 때는 뭔가 모를 촌스러움이라고 해야하나. 간판 네이밍이 특별할게 없어서 방문을 안하게 됐는데 딱 한번 오고 나니 또 이렇게 오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옆에 문을 닫아두고 운영을 하셨었는데 지금은 활짝 열어두셨고 덕분에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반찬 셋팅부터 바로 먹기 직전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해주신다. 손님 입장에서는 뭘 먹을지만 정하고 아무런 것도 안하고 수다도 떨고 소주 한잔 하다가 바로 먹기만 하면 된다. 말을 길게 했는데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간편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렇게 두꺼운 고기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먹기 좋게, 알맞게 굽기 상당히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다 처리해주셔서 괜찮았다. 아마 1인분 가격에 이런 서비스 비용도 다 포함된 것이겠지. 단순 고깃값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겠다. 이렇게 맛집 포스팅을 하면 가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씀 주시는 부분이 있는데 나도 그렇게 느낀 가게들이 있고 아니면 이런 서비스 적인 요소들이 마음에 들어서 나름 합리적이라 느낀 가게들도 있다. 그래서 단순 1인분 가격으로 전부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메뉴판은 각 테이블마다 이렇게 간략하게 적혀있었고 메뉴가 애초에 많지 않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서도 심플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첫 방문에서 느낀 바대로 삼겹살보다 숙성 목살 부위가 더 맛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 부위로 2인분을 주문했다. 그리고 된장찌개도 하나 추가했다.
밑반찬의 경우 파채와 파김치, 상추쌈, 열무김치 정도가 나왔고 같이 나온 버섯, 양파, 꽈리고추 등은 직접 고기를 구울 때 같이 구워주셨다. 그리고 소금이 따로 나오는데 나름 고기에 소금만 찍어먹는 것이 여기 팁 중 하나다. 대부분 기름장으론 나와도 저렇게 소금만 주는 곳은 많이 없지 않나 싶다. 근데 생각해보니 합정에 좀 유명한 곳도 소금만 따로 주기도 하는구나. 맛있는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겠다. 원산지 표기의 경우 고기는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 역시 국내산, 쌀도 국내산이었다. 전부 국내산을 쓰시고 주방 내부가 보이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음실을 내어주는 창구 같은 곳이 있었고 거기서 주방장님들의 모습을 잠깐 잠깔 뵐 수 있었다. 아직 테이블이 많이 차지 않았음에도 꽤 바빠 보이셨다. 아 그리고 나의 경우 포스팅을 방문한 당일에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정보가 조금 틀린 부분이 있는데 이 포스팅 역시 그랬구나. 처음에 목살만 2인분을 주문한 줄 알았는데 하나씩 먹어보고 추가로 1인분 주문하자고 삼겹살과 각각 1인분씩 주문했구나. 지금 사진을 보고 알았다. 보시는 분들이 혼동 없으시길 바란다.
알맞게 잘 구워진 두툼한 숙성 목살 비쥬얼이다. 다 구워지면 첫 점은 소금에만 살짝 찍어서 먹어보라고 말씀 주신다. 예전에 여기 단골인 아는 형과 왔을 땐 정말 사장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고 더 많이 상세히 알려주시고 그랬는데 오늘은 내가 굳이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아르바이트생 분이 관리를 해주셔서 그때보단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였기에 나름 와본 척을 하면서 먹기 시작했다. 사실 뭐 어려운 것없이 그냥 먹기만 하면 됐다. 원래 밖에서 뭘 사먹으면 돼지고기 삼겹살만 먹는 편인데 특별히 여길 재방문하면서까지 다른 부위를 먹은 이유는 여기가 두터움에 비해 굉장히 부드럽다. 그게 에이징 과정이었나. 아무튼 숙성을 지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잘 구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두 조화가 잘 맞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부드럽다. 소고기까진 아니더라도 정말 그 느낌마냥 부드럽게 잘 씹힌다. 먹다 보면 이렇게 두꺼운데 이렇게 녹나 싶다. 그만큼 맛있고 무엇보다 육즙이 가득 살아있다는게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딱 입 안에 넣고 씹을 때 육즙이 나오는데 그게 매력적이다. 입 안이 데이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리고 새송이버섯과 양파도 중간 중간 쌈장에 찍어서 먹어줬다. 따로 상추쌈은 먹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 주문한 된장찌개가 이때까지도 나오지 않아 혹시나 해서 여쭤봤다. 주문이 안 들어간 것은 아니였고 만들어주시는 과정이었나 보다. 다만 우리는 고기와 함께 밥과 찌개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그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말씀 드리고 몇분 지나지 않아 이렇게 내주셨고 탄수화물과 함께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요즘 고깃집에서 먹는 찌개류들이 정말 맛있다. 예전에 이렇게까진 아니었는데 정말 맛있는 가게들은 찌개도 내 스타일이더라. 국을 잘 안 먹는데 뭔가 이렇게 짜글이 느낌으로 나오는 곳들은 정말 한 공기 뚝딱이다. 여긴 뭐 짜글이 수준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시원하고 매콤하고 간 좋게 딱 맞았다. 파채로 중간 중간 입 안의 기름기를 해결하였지만 이렇게 뜨끈한 국물로 시원하게 한번 더 없앨 수 있었고 다시 고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 갑자기 그냥 다른 메뉴 필요없이 이 된장찌개 하나에 흰 쌀밥 먹고 싶어진다. 방금 저녁을 먹었는데 뭔가 성에 안 찬다. 왜 이러지? 이래서 사람들이 국밥을 좋아하는 것인가! 보면 애호박도 들어있고 매콤함을 살리기 위채 고추들도 잘게 썰려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두부와 무가 식감을 살려주어 맛있을 것 같다. 맛있었다.
숙성 목살 두꺼워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고 여러가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찬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긴데, 예전에 첫 방문을 하고 좋은 기억이 있어서 재방문하려고 했던 이자카야가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번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가기 전까지 찾아보진 않았고 다 와가서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인터넷에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받지도 않았다. 사라진 것이었다. 요즘 그만큼 예전에 방문한 맛있었던 가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텀을 워낙 길게 방문하는 것도 있겠지만 많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겠고, 여긴 그나마 상권이 생긴지 얼마 안된 지역이라 더 오래 유지되겠지만 내가 좀 오랜 시간 방문할 수 있도록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근데 뭐 내가 걱정할 필요없이 매번 지나갈 때마다 보면 장사가 잘 되고 계신 것 같다. 무엇보다 맛이 있으니까. 사장님께서도 아는 형과의 관계를 보면 단골 관리도 잘하고 계신 것 같고! 이렇게 2인분을 다 해치우고 추가로 1인분을 더 먹을까 하다가 이날은 그냥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다이어트를 하기도 해야했지만 점심을 먹고 3시간 정도 지나서 또 저녁을 먹는 상태였기 때문에 먹으면 먹을 수 있지만 과식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에 오면 더 많이 먹어야겠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