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까지 가서 직접 먹은 가을 제철 광어회 그리고 매운탕
요즘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가끔 먹거리 글을 쓰면서 상단에 이런저런 글을 쓰곤 했는데 기억해주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날 역시 좀 꿀꿀했고 급으로 바람을 쐬러 가고 싶었다. 근데 운전을 오래하긴 싫고 또 가던 곳을 가긴 싫어서 이곳저곳 추천을 받아서 급 강화도를 출발하게 되었다. 근데 내가 아는 강화도는 분명히 차도가 1차선이라 오가는 길이 꽉 막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괜히 운전대만 오래 붙잡고 있고!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싶었고 아는 형도 한적하다고, 해안도로따라 쭉 달리면 기분 좋고 괜찮다고 말해줘서 오게 됐다. 근데 역시나 내 예상대로 차가 꽉 막혔고 밤에 돌아올 때는 진짜 한 20m를 30분 걸려서 갔나. 조금 과장했나. 아무튼 이렇게 꽉 막혔다. 신호도 있고 끼어드는 차선이라 그런지 아무튼 졸려 죽는 줄 알았다. 좋긴 좋은데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서 당분간은 또 안 오게 될 것 같다. 아무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오랜 정차를 통해 풍경도 조금 봤고 바다도 지나왔고 그래서 바로 식사를 하러 왔다. 횟집이 쭉 이어진 곳이었고 아무데나 가는 것이 아니라 소개를 받고 이렇게 한 가게에 들어섰다.
여기가 양식인지 자연산인지는 모르겠다. 나름 어류에 대해 잘 아면 가격을 보고 판단할 수 있겠는데 그런 지식도 전혀 없어서 판단이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가격인 것으로 보아 양식이겠지?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솔직히 과일도 아니고 특정하게 한 해에만 바다에서 잡히는 것도 아니고 1년 365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에 제철이 따로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도 정보는 정보니까.. 찾아보니 광어회 가을이 제철이라고 한다. 더 맛있다고. 근데 해산물들이 슬슬 차가워지는 계절이 오면 살이 통통 오르고 기름기라고 해야하나 그게 올라온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긴 한데 주워들은 것이라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갑자기 전어가 떠오른다. 아무튼 자리에 앉아 대하까지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기본도 매운탕까지 먹으면 양이 많다고 말씀을 주셔서 메인 하나만 주문했다. 야외 테이블도 있었는데 양쪽으로 사람들이 계셔서 그냥 실내에 앉았는데 귀신 같이 메뉴가 나오니 다들 떠나셨다. 확실히 내가 어중간한 시간에 식사를 하러 오긴 했다. 점심을 먹기엔 늦었고 저녁을 먹기엔 이른 시간인 오후 4시라 매장 안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좋았다.
일단 식전으로 조개, 새우, 멍게, 강낭콩 등 식욕을 불러 일으켜줄 수 있는 것들이 나왔다. 그리고 샐러드도 나왔는데 저건 이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따 회랑 같이 쌈을 싸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그 맛에 대한 후기는 이따 추가로 더 설명하기로 하고, 날 것을 잘 못 먹는 편이지만 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먼저 먹어봤다. 저 관자라고 해야하나. 딱 껍질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숟가락으로 나름 뗄려고 해도 잘 떼어지지 않아 그냥 포기했다. 누군가에겐 답답한 일일수도 있겠다 싶다. 저 부분이 굉장히 맛있다고 하던데! 약간 대하구이 먹을 때 머리와 같은 느낌이려나. 아무튼 일단 잘 즐기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느 삶은 것으로 시작을 했고 초장에 찍어 맛있게 먹었다. 평소 먹던 익숙한 맛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여기는 신선할 것으로 믿고 멍게를 도전해봤는데 오 비리지 않고 괜찮았다.
저 조개는 날 것 상태로 나왔는데 위에 양념이 되어있어서 먹을까 도전했었다. 실제로 마늘의 알싸함으로 비린 맛을 좀 중화시킬까 싶어서 같이 올렸다. 근데 나보다 먼저 먹어본 사람이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해서 나도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놨다. 나보다 더 비린 맛을 즐기는 사람이기에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면 난 정말 아닌 것이다. 그렇게 식전을 즐기고 있을 때쯤 광어회 메인 메뉴가 나왔다. 오늘의 단독 주인공! 뭐 후에 얼큰하고 시원한 매운탕 마무리가 있긴 했지만 그건 여기에 포함된 것이니까! 먹기 전에 가게 소개를 좀 해보자면, 자연산 활어회부터해서 삼식이회, 낙지, 해삼 등 싯가로 판매되는 것들이 많았다. 저 싯가는 얼마인 것이지? 왕새우구이 역시 싯가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한판에 5만원이라고 말씀 주셨다. 반판도 가능한데 3만원이라고.. 사실 이 3만원을 공략할까 하다가 그냥 안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러길 잘했다. 하나만 먹어도 양이 많았다. 그리고 쌀, 배추, 고춧가루 역시 다 국내산을 사용하고 계셨고, 여긴 13호 성복호다. 둘째, 넷째 수요일은 휴무라고 하니 일정을 맞춰 방문하도록 하자.
설명은 이쯤에서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사실 에피타이저는 내 스타일에 그렇게 맞는 것들이 없어 잘 먹지 못했다. 회를 먹으러 왔는데 막 생물이라든가 익혀지지 않는 것은 잘 못 먹는 편이다. 그래도 광어는 어렸을 때부터 좀 먹어왔다고 익숙하기도 하고 실제로 맛도 무난하고 괜찮아서 잘 먹긴 하니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도 초보라는 것이 위 사진을 보고 느끼신 분들이 있겠지만 초장 맛으로 즐기는 편이다. 친형은 회 맛을 안다고 간장 베이스로 찍어먹는 편인데 나는 와사비 가득 올려서 초장 맛으로 함께 먹는다. 실제로 그게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냥 오물오물 횟감만 먹고 있으면 아무 맛도 안나고 오히려 약간 물리는 기분이 들어서 잘 못 삼키겠더라. 그리고 또 삼겹살에는 상추쌈을 싸먹지 않아도 이런 것을 먹을땐 저렇게 야무지게 쌈을 싼다. 마늘도 올리고 고추가 있으면 그것도 올리고. 풋고추면 좋았을텐데 여긴 청양이라 한번 먹고 그 조합은 포기했다. 가을 때문에 살이 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탱탱하고 통통하게 식감 좋게 맛있게 잘 먹었다.
그리고 내가 말한 이 조합! 꼭 먹어보길 바란다. 아까 처음에 나왔던 인절미 가루인지 미숫가루인지 아니면 그냥 콩가루인지 모르겠지만 저게 같이 섞여서 나온 샐러드! 깻잎, 상추 쌈에 그 샐러들을 올리고 회 한점을 올려서 먹으면 그게 나름 별미다. 딱 먹으면서 느꼈던 포인트가 어디냐면, 초장이 지나가고 마지막이 저 콩가루의 향이 올라오는데 그게 굉장히 고소하고 조합이 좋았다. 그래서 이렇게 먹는구나 싶었다. 모여있는 가게들 중에서 여기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히 특별했다. 이런 조합은 여태까지 많은 가게들을 다녀봤지만 겪어본 적이 없다. 다 그냥 초장, 간장, 와사비 정도만 나오고 샐러드도 나오긴 하는데 어류와 같이 먹을 조합은 아니었다. 근데 여긴 괜찮았다. 저렇게 몇번 먹었고 그에 맞춰 가득 차 있던 접시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먹은 뒤가 아니라 거의 70%가 진행되었을 때 미리 매운탕을 요청드렸다. 개인적으로 국물이 펄펄 끓으며 쫄일 때까지 기다려야 제대로 된 국물맛이 올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주문했다. 추가 비용을 받나 했는데 계산할때보니 붙어 나오진 않았다.
국물이 펄펄 끓는 동안 하얀 쌀밥 위에 같이 나온 깍두기를 올려서 맨밥 그 상태로 먹어봤다. 가끔 이렇게 새하얀 밥에 시뻘건 김치가 올라가 있으면 그냥 배고파지고 식욕을 불러 일으키는데 갑자기 그냥 이렇게 단순하게 즐기고 싶었다. 밥은 익숙한 맛이었는데 깍두기가 강화도식이라고 해야하나. 어떻게 표현하지. 조금 더 딱딱하고 겉도는 맛이라고 해야하나? 설익은 무는 아닌 것 같고 아무튼 그 특유의 지방 김치 맛이 났다. 직접 담그시는 것 같다. 그렇게 딱 한입만 먹고 국물이 빨리 더 쫄기를 기다렸다. 화력은 최대치로 올려놨고 아직 먹을만한 수준이 되지 않았다. 국물이 맑아보이는데 저게 훨씬 더 탁해져야 한다. 그리고 바닥이 보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반 정도는 더 빠져야 내가 원하는 맛이 난다. 근데 친구들이랑 먹으면 저렇게 끓기도 전에 바로 숟가락들이 돌진해버려서 내가 원하는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 이날은 다행히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느긋하게 아까 바깥 바다 뷰도 보고 이야기도 하고 평온하게 시간을 보냈다. 가게 안에 사람도 없어서 그냥 심리적으로 너무 편했다. 나이가 들수록 복잡한 것들이 싫어진다. 난 도시에 사는 사람인데 그러면 안되는데!
문득 기다리다 접시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광어회 몇 점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은 특이하게 먹어보고자 쌈장에 찍어 먹어봤다. 근데 특이하게 먹는 것이라고 하긴 뭐하고 실제로 저렇게 드시는 분들도 있으니 초장에만 먹는 내가 방식을 달리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생선 뼈와 각종 야채가 실하게 들어간 매운탕 국물이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음을 알고 국자를 들어 퍼먹기 시작했다. 한입 먹자마자 딱이다 싶었고 아까 주문한 공깃밥과 함께 정신없이 2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아까 배가 부르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먹으니 또 들어간다. 어류 특유의 느끼함을 말끔하게 내려보내주는 것 같아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확실히 맛있었다. 나야 운전도 해야하고 소주를 잘 마실 줄 몰라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소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걸 어떻게 그냥 지나치나 싶었다. 너무 국물 시원하고 좋았다. 뼈에 붙은 살을 잘 발라먹을 줄 모르지만 나름 흉내낸다고 조금 뜯어 먹어보았고 그렇게 모든 식사를 끝냈다. 주문한 음료, 밥, 횟감 가격만 지불하고 추가 비용 없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나름 산책 코스가 있어서 조금 걷다가 다시 차를 탔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만족스러운 한끼를 했다. 뭐 자연 속에서 먹었다고 표현할 순 없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