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돼지고기 볶음 요리와 닭고기 수프 태국 현지식으로 먹어봄

디프_ 2020. 6. 12. 19:00

돼지고기 볶음 요리는 친숙하고 닭고기 수프는 너무 어려웠다


통영과 제주도 여행 먹방 포스팅을 끝내고 이제 여행기는 다 끝났나 싶었다. 근데 바탕화면 폴더에 다른 지역이 하나 있었고 들어가보니 태국 포스팅을 다 안 끝냈었다. 중간에 하다 말았구나. 갑자기 다른 길로 새버렸다. 아예 잊혀질 뻔했는데 지금이라도 기억이 나 다행이다. 기존처럼 여행기는 다 적지 못하겠지만 내가 먹었던 것들은 기록해보고자 한다. 해외여행 정말 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못 떠나는 요즘 적절하게 그리워하면서 글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하고! 이 시점은 파타야에서의 2박을 마치고 다시 카오산로드로 돌아와 2박을 즐기는 때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고 체크인을 하자마자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물론 숙소에서 잠시 쉬긴 했는데 한 30분 쉬었나. 빨리 주변을 구경하고 싶어서 쉬는 것도 마음 편하지 않고 그냥 나가고 싶었다.



숙소를 예약할 당시 카오산로드를 걸어다닐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카오산로드는 특성상 밤이 화려한데 새벽에 택시 잡기도 그렇고 그냥 편하게 왔다 갔다 하고 싶었다. 운 좋게 괜찮은 위치를 고를 수 있었고 이게 걸어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이다. 작지만 먹거리도 있고 이것저것 기념품도 파는 시장 같은 곳을 지나칠 수 있었고 그 길을 지나면 이렇게 대로변이 나온다. 여기 건너편이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대충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근데 여기 걸으면 걸을수록 뭔가 베트남 다낭, 호이안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실 태국과 베트남을 다녀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많이 헷갈려 하던데 분위기도 얼추 비슷했다. 물론 겪어보면 확연히 다르긴 한데 그냥 관광객으로 비슷한 느낌은 살짝 살짝 있더라. 그랩 택시 정말 편하게 잘 탔었는데 할인도 챙겨가면서.. 갑자기 추억 떠오른다.



걷는 도중에 친구가 자꾸 발도 아프고 힘들고 쉬고 싶다고 했다. 나도 덥긴 했는데 일단 조금 둘러본 뒤에 갈만한 곳을 찾고 싶었다. 원래 성격이 좀 그렇다. 일단 전체를 둘러본 뒤에 갈 곳을 정한다. 미리 보이는 곳을 갔다가 실망한 경우가 여럿 있어서. 근데 이번 여행은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와 몇년만에 같이 온 여행이기 때문에 서로 맞출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그냥 근처에 쾌적하고 좋아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왔다. STREATS라는 곳인데 밤에는 펍이 되나보다. 난 그냥 레스토랑인 줄 알았는데 방금 구글맵 검색해보고 알았다. 평을 보면 '맛은 있는데 가성비는 없는 곳, 근처에 더 맛있는 가게들이 많다.' 이 정도로 정리되고 있었다. 개인적인 후기도 비슷한 느낌이다. 맛, 청결도, 쾌적함 다 좋았다. 우선 더운 지역이기 때문에 시원하고 깔끔한 곳을 찾았는데 그 기준은 100% 충족한다. 근데 가격은 잘 모르겠더라. 확실히 시장 먹거리와 비교하기엔 넘사벽인데 다른 식당들보다도 조금 비싸게 받긴 하는 것 같다.



자리에 앉아 우선 메뉴 주문을 했다. 그냥 이것저것 서로 먹고 싶은 것 다 골랐다. 아침부터 택시를 타고 이동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했기 때문에 배터지게 우선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메뉴판을 보고 그냥 괜찮은 것을 주문했는데 정확한 이름은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알았다. Tom Kha, Phad Kaprao Pork, Classic Cheeseburger 등을 주문했고 음료랑 이것저것 주문했다. 가격은 총 930바트로 약 3~4만원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Tom Kha가 수프인데 닭고기와 버섯 중에 선택이 가능했다. 친구가 닭고기로 선택했고 설명은 위 메뉴판을 보면 나와있다. 쉽게 말해 똠얌꿍 순한 버전이라고 해야하나? 고수가 들어갔나 뭐 그 특유의 신맛이 나서 적응하긴 힘들지만 중독되면 계속 찾게 되는 그런 맛이다. 나야 똠얌꿍을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대충 무슨 느낌인 줄 알았는데 친구는 그냥 한국식 국물을 생각했다가 몇번 먹더니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했다. 나도 중독까지 된 수준은 아니고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 결국 많이 먹지 못하고 남기게 됐는데 자세한 설명은 이따 사진을 보면서 하는게 낫겠다.



가장 먼저 태국식 치즈버거가 나왔다. 언제부턴가 여행을 다니면 꼭 수제버거 같은 것을 먹는다. 동남아에서 먹는 것도 은근 별미다. 이런 가게를 찾지 못하면 유명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시켜먹기도 한다. 발리 놀러갔을 때 숙소에서 버거킹 시켜 먹었었는데 그렇게 맛있더라. 아무튼 색다른 매력이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잘 시켜먹긴 한다. 평소라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지만 요즘은 자제 한다고 2~3주에 한번 꼴로 먹고 있다. 이제는 막 특별히 맛있다는 맛을 못 느끼긴 하지만 계속해서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근데 외국에서 먹으면 뭔가 확실히 더 맛있는 기분이다. 평소 현지인들에겐 식사겠지만 나같은 관광객에겐 이색적인 요리들만 먹게 되다보니 익숙한 음식을 발견하여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아무튼 맛있었다. 이 햄버거도 사실 뭐 특별한 것은 없다. 내용물이 실하게 나오긴 하는데 맛은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운 나라에서 마시는 얼음 콜라는 정말 행복이다. 얼음이 귀한 곳이다보니 시장에선 찾기 힘들지만 이렇게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곳에선 깨끗한 얼음과 함께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게 행복이다. 아 그리고 감자튀김도 빼놓을 수 없는데 위 사진처럼 두껍게 나오는 편이라 내 스타일이었다. 케찹과 콜라와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



그 다음은 바로 태국 현지식 돼지고기 볶음 요리와 닭고기 수프가 나왔다. 확실히 한국 퓨전식이 아니라 현지에서 먹다 보니 그 특유의 향이 바로 느껴졌다. 물론 여기도 관광지이기 때문에 적절히 순화를 시킨 맛이겠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달달함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맛과 그 특유의 향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맛을 그냥 감당할 정도이지 맛있게 즐기는 레벨은 아닌데 친구는 완전 처음 접하기 때문에 놀란 수준이었다. 근데 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계속해서 찾는다고 하던데.. 내 주변에도 똠얌꿍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많다. 아무튼 둘다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햄버거로 입가심도 했겠다 본격 메뉴 공략에 들어갔다. 확실히 돼지고기 볶음 요리는 한국에서 해먹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적당히 친숙한 메뉴였다. 맛있었다. 친구도 처음엔 흠칫하더니 이내 적응하고 맛있게 잘 먹기 시작했다. 오이나 기타 소스를 추가로 뿌려먹진 않았고 흰쌀밥과 함께 계란이랑 같이 먹었다. 막 맛있어 죽겠다는 모르겠고 적당히 맛있었다. 문제는 수프였는데 역시 하이레벨이다. 물론 이것도 어느정도 순화가 된 맛이겠지만 그 특유의 신맛이 강하게 올라왔고 먹어도 먹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근데 이게 매력인 메뉴니까 우리가 적응해야겠지. 그렇게 몇번 계속해서 먹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음식은 많이 남기게 됐다. 친구가 나중에 돈 아깝다고 고기를 몇번 건져 먹긴 했는데 그마저도 금방 멈췄다.



수프 비쥬얼 자체는 뭔가 진한 사골 국물처럼 깊고 진한 맛을 나타낼 것 같은데 보기와 다르게 어려운 음식이었다. 비쥬얼만 보고 속으면 안되겠다. 근데 우리야 초보라서 그랬던 것이고 이런 맛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절대 맛이 없다는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적응을 하지 못했을 뿐! 그리고 그나마 실패하지 않은, 옳은 선택이었던 돼지고기 볶음 요리. 얘는 바닥까지 다 잘 먹었던 것 같다. 나름 먹방 시청 경험을 살려 오이도 집어먹고 그랬다. 밥만 먹으면 심심하고 목 막힐 수 있으니! 맛있다기보단 재밌더라. 그냥 경험하는 기분이랄까. 여행 다니면서 먹을 때는 이런 소소한 재미들도 있는 것 같다. 정말 요즘 떠나고 싶다. 삶의 원동력이었는데 그 원동력이 사라졌다. 물론 대체재들을 찾아 해소하고 있긴 한데 핵심은 핵심이니까. 그 핵심이 빨리 풀릴 날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뭐 겸사겸사 돈도 모으고 좋은건가! 아무튼 현지식으로 이날 잘 먹었고 빨리 현지 음식 좀 다시 즐기고 싶다.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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