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 먹어본 것 중에 원탑!
아직은 조금 추웠던 2월의 제주, 신라호텔에서 보냈던 1박 2일 중 한 일과를 소개하려 한다. 원래라면 여행기도 올라가고 그래야겠지만 요즘은 도저히 여행기를 적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초기 1년은 어떻게 버텼는데 이제는 체력이 다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들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더라. 의욕도 없고. 그래서 이렇게 먹거리 포스팅에 방향성 전환을 하게 됐는데 결과도 나름 나쁘지 않고 만족도도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 우선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결과물이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정도의 만족과 실망을 반복하고 있다. 근데 그게 내 자의로 되는게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아마 이 말은 당사자인 나만 이해할 말이다.
그래서 이쯤에서 그만하기로 하고, 잠시 이 하루에 대해 설명할까 한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하기 전에 가장 핵심을 여기로 꼽았다. 물론 다른 중요한 포인트들도 있었지만 제일 기대가 컸던 곳은 여기다. 수많은 호캉스를 즐겨왔지만 여기에서 피크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이유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봤었던 사진 한장 때문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물이 담긴 수영장 안에서 둥둥 떠다니며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더라. 그 사진을 보고 무조건 와야겠다 싶었고 이번에 드디어 이렇게 오게 됐다. 원래라면 베트남으로 떠났겠지만 나름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 이때는 그 심각한 것이 발생하기 이전이었다. 그 사진 하나를 나도 누리기 위해 이렇게 결국 왔고 우선 장소 확인은 끝났다. 나도 그 호사를 누리기 전에 식사부터 하자고 했고 그 메뉴가 오늘 포스팅할 주인공이다.
이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레스토랑이나 그런 곳이 아니라 수영장과 수영장 사이에 위치한 작은 공간에서다. 뭐 사실 여기도 레스토랑이라고 표현하면 표현할 수 있겠지만 막 그렇게 넓고 인테리어가 훌륭하다거나 그렇지 않다. 그리고 여기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이날 주문한 메뉴를 먹을 것이다. 이제는 뭔가 상징성이 있는 시그니처 메뉴가 됐달까. 이름도 전복 한우 차돌박이 짬뽕으로 매우 거창하다. 가격 역시도 어마무시한데 우리가 중국집에서 흔히 시켜먹는 그 음식이 4만 3천원이나 한다. 뭐 재료야 다르겠지만 이름은 똑같으니까! 근데 정말 먹어보고 후회없다, 꼭 한번은 먹어봐야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도 처음부터 이 메뉴를 안 것은 아니고 친구에게 여길 간다고 하니 그 친구가 이 메뉴를 꼭 먹어보라고 추천해줬다. 자기도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었다면서 말이다. 검색해보니 먹어볼 가치가 있었고 사실 이 제주 신라호텔 호캉스에서는 그냥 안에만 계속 있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중에 비싸더라도 특별한 것을 먹고 싶었다. 모든 상황이 이 메뉴를 가리켰고 망설임 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앞단에 인테리어가 막 훌륭한 편은 아니라고 말했는데 아닌가? 이정도면 훌륭한가? 근데 여기 워낙 다른 시설들이 너무 고급지고 예쁘게 잘해둬서 이정도면 그냥 일반적인 수준이다. 정말 태어나서 이런 스케일은 처음 와보는데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또 누리고 싶은 경험이었다. 비싸도 비싼 값을 하면 만족스러운 법인데 여기가 딱 나에게 그랬다. 솔직히 비수기 효과를 어느정도 누려서 더 큰 혜택을 받긴 했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이번 여행에서 여기 경험만 기억하고 돌아가도 충분하달까. 4박 중 1박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큰 느낌으로 다가왔다. 후 다시 먹는 이야기에 집중해야겠다. 자꾸 딴 길로 샌다. 오늘 피곤한가. 아무튼 메뉴는 주문을 하고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들어오는 사람은 항상 끊임이 없었기 때문에 주문이 밀리고 나오고 밀리고 나오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진 않았다. 쉬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냥 주변을 구경해도 좋았다. 모든 것이 좋았다는 말을 이럴때 쓰는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아 그리고 메뉴 주문을 할때 원래 피자를 하나 더 주문하려고 했었다. 근데 양이 많으실 것이라고 말리시더라. 가격만 비싸고 양은 일반 중국집 수준이라고 생각한 것이 내 착각이었다. 난 또 들어가는 재료들 때문에, 장소의 특성 때문에 비싼 것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양도 많았다. 대부분 한 메뉴가 2인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이 다 많게 나온다.
태어나서 여태까지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비싸긴 했지만 맛으로든 퀄리티로든 짬뽕 원탑인 음식이 나왔다. 처음 크기를 보고 '와 피자 안 시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양이 많았고 본 식사를 먹고 수영장에서 놀다가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겐 2인 기준으로도 양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상으론 그릇이 그렇게 크게 안 보이지만 실제로 매우 큰 편이다. 겉에 올려진 것이 실판가? 메뉴판에도 그냥 쇠고기는 국내산 한우를 썼다는 설명만 있고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뭐가 어떻게 들어간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아마 직접 먹은 나보다 사진으로 보시는 분들이 재료를 더 잘 아실 것 같아 대충 이해해주시길 바라겠다. 버섯도 들어간 것 같고. 아 그리고 지금부터 톤을 조금 자제할 예정이다. 앞에 너무 신나고 극 칭찬을 하면서 막 뭐라도 받은 사람인 것 마냥 호들갑 떨며 글을 쓴 것 같다. 근데 실제로 이때 너무 신이 나긴 했다. 그리고 포스팅하는 지금 이 순간 이때 감정들이 떠오르다보니 자연 반응이 나와버렸다. 근데 블로그 텍스트를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는 편이라 막 원고처럼 수정하고 다시 쓰고 그렇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글이 그나마 잘 써지더라. 막 생각하면서 앞뒤 맞춰가며 쓰면 한 포스팅에 한시간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블로거로서 가장 힘든 시간이 이 시간이다. 인스타그래머라면 그냥 사진 하나만 찍거나 스토리로 올리면 되는데 블로거는 여러장을 찍어야 하니까.. 나도 빨리 먹고 싶다. 2월이라 몸도 으슬으슬 추워서 빨리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싶었다. 근데 그렇게 하기 전에 우선 안에 뭐가 들었나 살펴보고 싶었다. 정말 그런 재료들이 들어갔나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어떤식으로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이런 곳에서 속일리는 없겠고 스케일이 궁금했달까. 원래 제주도 해물라면이 먹고 싶긴 했는데 갈만한 곳이 없더라. 다들 평점도 낮고! TV에선 맛있어보이는 곳들은 다 어디인거지. 그래도 이 신라호텔에서 한끼 맛있게 해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젠 여행지에서까지 라면 찾으니 큰일난건가. 예전처럼 한식 없이 한달 유럽여행 못 가는 몸이 되어버렸나. 근데 뭐 패스트푸드도 엄청 좋아하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면발은 내 생각보다 좀 얇은 느낌이었다. 원래 중국집은 조금 더 두껍게 나오지 않나? 다만 탱글탱글함은 느낄 수 있었고 전복 실하게 보이고 한우 차돌박이도 보인다. 그리고 큰 게다리도 보이고 오징어도 들어가 있었다. 모든 해물들이 총 집합 되어있었다. 솔직히 모든 좋은 재료들을 한꺼번에 다 넣는다고 하여 맛까지 좋다는 보장은 없는데 맛이 궁금해졌다. 맛있으니까 유명해진 것이겠지만 사람마다 입맛은 다르니까!
와 근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짬뽕 원탑이다. 여기 와서 이거 안 먹고 가면 정말 후회한다. 투숙객이 아니면 여기 안까지 못 들어오나? 투숙객 아니더라도 다른 어정쩡한 곳에 가서 해물라면 먹지 말고 여기 와서 먹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근데 뭐 수영도 못 즐기고 식사만 하고 가기엔 감흥이 안 살아 별로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추천하고 싶다.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뭐 여행지에 와서나 이런 것 먹지 또 언제 먹겠나. 왕새우도 들어가있어 하나 까먹다가 이렇겐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공깃밥 하나를 추가 주문했다. 따뜻한 국물과 흰쌀밥을 함께 즐기고 싶었다. 아 그리고 앞서 재료들의 조화를 걱정했는데 어느 하나 비린맛 없이 모두 얼큰하게 잘 뭉쳐있었다. 아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초밥은 잘 먹어도 다른 것들은 잘 못 먹는 편이다. 이 내용은 아마 예전 맛집 포스팅들을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조차 여기서 전복도 먹고 문어도 잘 골라먹고 새우까지 다 먹어버렸다. 비리다거나 해산물을 먹을 때 좀 곤혹스럽다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전혀 없었다. 다 괜찮았고 퀄리티도 최상급이었다. 그리고 양은 2인 기준이 맞았다. 피자 시켰으면 정말 하나도 못 먹고 다시 객실로 가지고 들어올뻔했다. 말려주신 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여기서도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공식이 하나 성립했는데 맛집에 가면 꼭 주문량을 조절해주신다. 원래 여행지에 가면 남기더라도 주문을 많이 하는 편인데 꼭 맛있는 가게는 주문을 만류하시더라. 그런 곳은 정말 다 맛있었다.
한우 차돌박이 기름 육즙이랑 잘 어우러진 국물을 마지막으로 배부르게 먹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이렇게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냥 일반 수준이 아니라 콘서트 느낌으로 파워풀하고 퀄리티 높은 공연이었다. 나도 저때 물 안에 들어가서 보고 있었어야 했는데 내가 들어갔을땐 공연이 끝났더라. 실내로 옮겨가시고.. 아쉬웠다. 근데 소화도 좀 시키고 들어가고 싶었다. 생각보다 너무 배불렀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앞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또 가게 된다면 조금 무리하고서라도 여길 무조건 재방문할 예정이다. 모든 것이 너무 만족스럽고 좋았다. 솔직히 차로 5분만 나가도 다시 복잡한 도로 안에 들어서지만 이 안은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이랄까.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