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두부김치 오꼬노미야끼 등 분위기와 맛 다 좋았던 술집

디프_ 2020. 4. 28. 21:13

이 술집 안주 정말 잘한다. 두부김치, 오꼬노미야끼, 치킨까지 다 먹음!


술을 잘 안 마시다보니 진짜 술집이라고 부를만한 곳을 안 가본지가 꽤 됐다. 그나마 마시는 것이 맥주인데 맥주는 그냥 레스토랑이든 바든 식당이든 아무데서나 마실 수 있는데 소주 계열은 뭐랄까. 포차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 특유의 옛날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인 그런 분위기가 나는 그런 곳에서 한잔해야 또 그 분위기가 산다. 아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대부분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소주를 언제 마지막으로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런 곳 역시 언제 마지막으로 가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근데 이렇게 오랜만에 와봤다.


을지로에 위치한 낮 한끼, 저녁 한잔이라는 곳으로 1층이 아닌 2층에 위치한 가게다. 처음에 그냥 이상한 공사 중인 골목길에 있어서 빙 돌다가 헤맸다. 공사가 끝나야 위치 찾기가 쉬울 것 같다. 아무튼 바로 와서도 간판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2층을 쳐다보면서 찾으면 좀 괜찮을 것이다. 근데 주변에 건물이 많이 없어서 뭐 근처에만 오면 가게는 쉽게 찾을 수 있겠다.



메뉴판의 모습. 쉽게 스페셜 메뉴, 탕류, 치킨류, 치킨별미, 마른안주류가 판매되고 있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해도 주변에 사람도 많이 없고 그냥 별로 설레이지도 신나지도 않은 무미건조한 기분 상태였다. 뭐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은 반갑지만 뭐랄까. 장소의 신비로움이 없달까. 분명 이쪽은 처음 오는 것이긴 한데 이때까지만해도 별다름을 느끼지 못했다. 그 을지로 포장마차거리라고 해야하나. 쭉 양옆으로 포차가 있는 거기라면 모를까. 여긴 그냥 동네 술집을 온 기분이었다. 근데 딱 올라간 뒤부터 반전이 있었다.



여기 완전 인기 맛집 느낌이었다. 별도 예약은 하지 않고 방문한 가게인데 테이블이 벌써 두 테이블 정도 밖에 안 남았더라. 피로도가 월요일 정도는 아니어도 두번째로 심한 화요일인데 근처 직장인분들이 벌써 한잔씩 걸치고 계셨다. 다들 삼삼오오 안주와 술을 벗삼아 수다를 떨고 계셨다. 그때부터 조금씩 신나기 시작한 것 같다. 가게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뭔가 안 꾸민 것도 아닌데 그렇게 크게 꾸민 것도 아닌 것 같은 이중적인 느낌에 깔끔해보이진 않지만 자세히 보면 깔끔한 그런 곳이었다. 평소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이정도 테이블 정도에 꽉참이라면 괜히 덩달아 신나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테이블 간격도 뭐 나쁘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사장님과 일하시는 분 센스가 좋더라. 이에 관한 이야기는 이따 마저 해야지. 이렇게 빔 설치도 되어있어서 나중에 월드컵 때 여길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땐 이미 자리도 없어서 힘들겠지만!


아무튼 여길 자주 와본 친구의 조언을 듣고 안주를 주문했다. 우선 문어&순살치킨을 강력하게 추천하여 바로 주문했는데 역시나 인기메뉴라고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져 주문이 불가하다 했다. 그래서 그냥 양반 후반 치킨 한마리를 주문했고 오꼬노미야끼와 바베큐 두부김치 총 세개의 메뉴를 주문했다. 솔직히 4인 기준으로 메뉴 3개를 시켰으면 딱 보통에서 조금 더 많이 주문한 느낌인데 다들 저녁을 안 먹고 바로 만난 상태이기 때문에 남길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술집에 왔으니 술을 주문해야 하는데 이는 각자 알아서 주문했다. 나는 생맥주 하나만 주문하고 다른 친구들은 소맥을 마신다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하고 그러더라. 다음날이 휴일이었으면 그냥 기분 삼아 소주 한잔이라도 해봤을 법한데 도저히 감당을 못할 것 같아 패스했다. 그래서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렇게 마시면 다음날 출근할때 괜찮냐고.. 근데 마지막에 말하더라. 멀쩡하다고. 솔직히 약간의 취기가 있어보이긴 했는데 월화수목금 술 달리고 있다고 이정돈 괜찮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때 만나 어느새 다들 직장인 다 됐다. 그래도 적당히 마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각자 나름의 푸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날은 나도 좀 신났다.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


가장 먼저 추천이라고 적혀있었던 두부김치 바베큐가 나왔다. 와 이 낯선 비쥬얼과 조합. 솔직히 이때까지만해도 맛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평소 먹을 수 있는 기본적인 메뉴들이기 때문에 그다지 특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짠 한번하고 앞접시에 덜어와 한 젓가락 먹어봤는데 와 너무 맛있더라. 솔직히 배고프고 오랜만에 맥주도 한잔했겠다 분위기도 좋겠다 친구들도 오랜만에 봤겠다 약간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진짜 맛있었다. 간이 적절하달까. 짜지도 달지도 않게 딱 좋았다.


 

아 그리고 가성비도 있었다. 솔직히 양이 부족하지 않았다. 네명 기준으로 먹었는데도 한 메뉴를 다 괜찮게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한번 먹고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양이 유지되더라. 물론 우리가 이것저것 메뉴를 시킨 것도 있지만 이정도면 다른 곳들에 비해 괜찮다 생각한다. 역시 직장 근처 장사 잘되는 식당은 정말 다 맛집이다. 입소문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직장 근처의 경우 서비스가 안 좋다거나 맛이 안 좋다는 소문이 나면 정말 금새 사람이 끊긴다. 예전 여의도에서 일해봐서 안다. 반대로 소문이 괜찮게 나는 곳은 연이어 사람들이 들어선다. 여기 역시 그런 점을 충족하고 있었고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고기와 함께 먹는 두부김치 정말 맛 좋았다. 이런 조합도 괜찮구나. 약간 삼합 느낌으로다가. 근데 왜 이렇게 파는 가게들이 많지 않지? 여기 와본 사장님이라면 분명히 자기 가게에서도 이렇게 팔텐데.. 아니면 내가 이런 장소를 많이 가보지 않아 잘 모르는건가? 이 조합 완전 괜찮았다. 적당히 배도 차고 손님들 다 만족하는 것 같은데! 이 조합은 무엇보다 김치가 생명인데 간을 정말 잘 맞춰서 내주신 것 같다. 맛있었다.



그다음은 인기메뉴 문어&치킨 조합이 다 판매되어 대체로 주문한 양념반 후라이드반 반반 치킨이 나왔다. 솔직히 치킨은 맛이 없을 수가 없지만 얘 역시 맛이 좋았다. 아마 나 그냥 이날 기분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안주도 좋고 가게 분위기도 좋고 이런 장소도 오랜만이고 친구들이랑 수다도 떨고. 그냥 다 좋아서 맛도 더 좋게 느꼈던 것 같다. 이 치킨도 너무 맛있더라. 양념은 매운 소스가 뿌려져 있었는데 친구들은 맵다고 하던데 내 입맛에는 딱이었다. 적당히 자극적이고 자꾸 손이 가게 하는 그런 맛이랄까. 배가 불러도 계속해서 손이 갔다. 맥주로도 배가 차는데 안주배도 채우고. 여기 일주일만 다녀도 1kg는 기본적으로 찌겠구나 싶었다. 근데 그럼에도 다른 메뉴들 먹어보러 주기적으로 오고 싶은 느낌. 사실 한 메뉴를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으면 다른 것도 궁금해진다.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여기가 그런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오꼬노미야끼가 나왔다. 얘는 가위로 피자처럼 8등분하여 한 사람당 두개씩 나눠서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얘 역시 가성비가 있다는 것이 두툼하게 나온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겠지만 하나만 먹어도 괜찮은 느낌이랄까. 여기 메뉴 친구 추천에 따라 주문한 것이긴 하지만 하나 같이 실망시킨 적이 없다. 무엇보다 맛도 너무 좋고! 아 그리고 여기서 아까 말한 사장님 센스가 나온다. 우선 오꼬노미야끼의 경우 메뉴가 다른 것들에 비해 굉장히 밀려 나오더라. 그래서 주문이 안 들어간 것인가 중간에 체크할 뻔했다. 근데 사장님께서 다른 메뉴 먹고 계셔서 일부러 시간 조절하신 것이라고 그러시더라. 솔직히 이런 복잡한 가게에서 그런 센스가 발휘되실 줄 몰랐는데 신기했다.


그리고 이건 사소한 것인데 다른 테이블 어떤 분 옷이 의자에서 떨어져 바닥에 있었나보다. 근데 일하시는 분이 그 옷을 챙겨주시더라. 반대로 최근에 갔던 어느 카페에서는 옷이 떨어지던 말던 서빙하시는 분이 그 위를 지나다니서더라. 물론 바쁘고 정신 없으셔서 챙기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으나 보기엔 좀 그랬다. 물론 다시 금방 주으시긴 했는데 이런 사소한 차이들이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분의 친절이 부족하다거나 이런 것은 아니고 뭔가 마음가짐 문제랄까. 기업에서 원하는 주인의식이라고 표현하기엔 좀 거창하고 아무튼 뭐 그런 것들! 대충 다 아실 것이라 생각한다.



세가지 안주 모두 배터지게 맛있게 먹었고 맥주 역시 나는 딱 500cc가 좋다. 한잔 다 먹어가니 기분도 좋고 적당히 수다도 떨 수 있어 좋았다. 이 친구들은 소맥을 마시느라 소주도 추가 주문하고 그랬지만 정신은 내가 제일 먼저 취한 것 같기도 하고. 다들 얼굴 하나 안 빨개지더라. 난 아까부터 빨개졌지만 여기 조명도 적당히 붉고 어두워서 티가 나지 않았다. 역시 술집은 조명이 어두워야지. 요즘은 완전 환한 가게도 많더라. 아무튼 그렇게 3시간 정도 수다를 떨다가 밖으로 나왔다. 다들 내일 출근해야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막차 끊기기 전엔 집을 가야했다. 가격은 7만 5천원 정도가 나왔다. 실컷 먹기도 했고 오랜 시간 있었는데 4명 기준으로 이정도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안주들이 식사 느낌으로 너무 만족스러워서 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낮 한끼, 저녁 한잔 여기 무조건 조만간 다시 갈 것이다. 오랜만에 너무 괜찮았다. 다만 그때 자리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주변 직장인들에게 꽤나 사랑 받는 장소같단 말이지.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여기 나도 나중에 친구들 데리고 꼭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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