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한 뒤로 안 갔는데 괜찮아진 광장시장 육회
지난주부터 해서 요즘 날씨가 굉장히 좋다. 낮에 더운 경우가 종종 있긴 한데 아침에 셔츠 하나 걸치고 나가면 걷기 딱 좋은 날씨다. 물론 그 시간이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아무튼 주말은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오늘 사진에서 보이는 맑은 하늘은 지난 서울숲을 다녀왔을때 찍은 사진이다. 당일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 이미 많이 한 것 같고 오늘은 먹거리가 포인트다.
점심도 배불리 먹고 여유롭게 산책하다가 카페에서 커피도 여유롭게 즐겼다. 아 여유롭게는 아니려나. 자리가 나는 것을 기다리다 30분 정도 지나도 나오지 않아 그냥 테이크 아웃을 했는데 그 순간 모든 자리가 비었다. 근데 어차피 테이크 아웃한다고 컵을 따로 받은 터라 다시 자리에 앉을 순 없었다. 그 뒤에 바로 대기 손님들이 있어서.. 찾아온 나도 신기할 정도로 여길 어떻게 찾아오나 싶은 곳이었는데 그런 곳들이 웨이팅이 있었다. 물론 외관에서 무엇인가 보이긴 했는데 내부는 정말 좁은데 구불구불 신기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서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개인적으로 카페인을 섭취하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불편한 편이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갑자기 카페 이야기를 왜 하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근데 저녁을 전혀 안 먹을 순 없었고 뭐라도 먹어서 채워야했다. 그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이야기 했었던 광장시장 육회를 먹으러 가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뭔가 현 시점에서 딱 괜찮게 느껴졌다. 평소에 시간을 내서 가기엔 이미 여러번 가보기도 했고 가장 최근에 갔었던 몇년전 경험이 그닥 유쾌하지 않아서 나에게는 별로 땡기지 않는 장소였다. 괜히 사람만 많아 복잡하기도 하고. 근데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가나 싶었고 가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나도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교통편이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검색해보니 다행히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그렇게 서울숲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타러 갔다.
지하철역 맞은 편에서 바로 탈 수 있었다. 근데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뭐하고 있나보니 중국 인플루언서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팬들은 아닌 것 같고 팬들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도촬 느낌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또 저게 유행인가보다. 하긴 확실히 저런 것들이 자세를 잡고 찍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나오니 표현은 더 잘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를 하고 있지만 사실 요즘은 잘 모르겠다. 예전엔 하면 잘 키울 자신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로직도 잘 모르겠고 이렇게 꾸준히 하는 명확한 이유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하나만 집중적으로 키웠으면 뭐라도 보였을 텐데 지금은 어중간한 것 같다. 그래도 그냥 꾸준히 하는 만큼 하려한다. 이렇게 글로 뭔가를 계속해서 남기고 생각하는 것도 나도 모르는 어딘가에 뭐라도 누적되고 있겠지 싶다. SNS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아무튼 그렇게 버스를 타고 종로 광장시장에 도착했다. 사실 요즘 김밥이나 탕탕이, 김치전 등 다양한 음식들을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여길 처음 왔던 때에는 딱 김밥과 육회만 인기가 있었다. 여긴 그 두개를 먹기 위해 오는 곳이었고 김밥집에서는 외부 음식까지 같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각각 따로 먹기가 애매했었는데 그걸 해줘서 기억이 난다. 아닌가 전집에서 그렇게 해줬나. 아무튼 그때는 여러 가게에서 뭔가를 사서 섞어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복잡해서 그렇게 하지도 못할 것 같다.
육회 골목은 중앙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오는 사람은 아마 위치를 찾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웨이팅하는 인원들이 쫙 나타나면서 안 그래도 좁은 골목이 복잡해진다. 여기에 많은 육회집이 있는데 가장 사람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면 된다. 대기 시스템도 상당히 잘 되어있고 줄도 금방 빠진다. 바로 옆이 2호점이어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대기 인원을 배치시킨다. 중간에 다른 가게가 있는데 거긴 상대적으로 허전하고 인기 있는 여기만 복잡한 것을 보면 참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근데 이번에 방문하니 또 3호점이 생겼나보다. 기존과는 다르게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었다. 여기서 걸어서 한 5분 정도 가야한다. 거긴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다고 하여 거길로 이동했는데 거의 바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테이블도 엄청 많고 이미 식사라고 하기 뭐한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만큼 회전율도 높았다. 한 5분 기다렸나. 바로 안내받은 자리로 앉을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근데 여기가 왜 사람이 빠졌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에어컨이 바로 직빵이어서 추워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빨리 먹고 나가자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먹어본 광장시장 육회. 내가 여길 너무 오랜만에 왔나. 신선하고 너무 맛있어졌다. 기름장에 찍어먹으니까 고소하고 정말 술술 넘어갔다. 내가 여길 왜 한동안 안 왔냐면 마지막으로 왔을 때 복잡하기만 하고 소고기 자체가 뭔가 미리 셋팅되어있는 느낌을 받아 건조해서 맛도 별로 없었다. 근데 오늘은 바로바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윤기가 살아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맥주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다. 대부분 소주를 마실 테지만 나처럼 술을 못하는 사람은 맥주라도 마셔야했다.
원래 배가 불렀으면 이것저것 주문하여 추가로 먹었겠지만 그냥 뭐라도 먹기 위해 들린 곳이기 때문에 육회 한접시로도 충분했다. 사실 이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래 앉아있기엔 너무 추웠다. 개인적으로 시세를 잘 모르긴 하지만 한접시에 만 오천원이었는데 이거면 저렴한 가격이라는 평이 많았다. 치킨 값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를 맛있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