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돼지국밥도 맛있는 김해공항 근처 맛집 김가네 가야밀면
사실 오늘 친구가 직접 김해공항까지 픽업을 온 이유는 이 친구가 공군이여서 이 근처에 머무르는 것도 있지만 자기가 데려가고 싶은 맛집이 있다고 한 것이 가장 컸다. 이 말이 아니었다면 1~2시간 좀 더 일찍 도착해 광안리로 출발했을 텐데 이 친구 점심시간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비행 시간을 늦췄다. 뭐 나중에 모든 예매가 끝나고 안 사실이긴 한데 군인들 무슨 데이라고 해서 이날 쉬었다고 한다. 그래도 덕분에 30분이라도 일찍 만날 수 있었고 이렇게 만나자마자 친구가 전화로 계속 말했던 김해공항 근처 맛집 김가네 가야밀면에 도착했다. 예전에 나만 시간이 안 되어서 친구들끼리만 부산에 온 적이 있는데 그때도 여길 왔다고 한다. 카더라인지 진짜인지는 모르겠으나 밀양 돼지국밥을 먹고 다들 감탄했다고 하긴 했다.
아무튼 그렇게 가게 앞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은 위치이다보니 나와 같은 손님들은 없었고 주변 군인이라든가 승무원 분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흔히 말하는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가게를 가고 싶을 때 택시 기사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지역을 자주 오시는 승무원 분들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맛집이 맞긴 맞구나 싶었다.
국내산 사골과 각종 야채를 넣어 사흘 밤낮 정성들여 직접 끓인 육수만 내보낸다는 가게, 주방장님이 서울 프라자 호텔 4년, 대한항공 기내식 19년 조리 경력을 가지신 가게. 이런 문장들을 자리에 앉으면서 지속적으로 보니 점점 기대감이 커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몇년째 일하고 있는 이 친구가 그렇게 추천하는 곳이니 검증은 됐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약간 말에 과장이 있는 친구이긴 한데 그래도 자기가 맛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지 싶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밀양 돼지국밥을 먹는 친구도 있고 내장국밥을 주문한 친구도 있었다. 다들 첫끼라 그런지 밥이 먹고 싶었나보다. 나만 여기 메인인 가야밀면을 주문했다. 물과 비빔이 있었는데 평소라면 비빔을 먹었을 텐데 이날따라 물이 땡겨서 물로 주문했다. 그리고 다들 한입씩 먹으라고 곱빼기로 주문했다. 이제 메뉴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짧은 수다를 떨었다. 근데 건너편 테이블에서 만두를 주문한 것을 보고 서브는 하나 있어야겠다 싶어서 만두까지 추가 주문했다. 가격은 총 33,500원이 나왔다.
만두까지 주문 안했으면 4명이서 2만원대로 저렴하게 먹은 편일 수 있었는데 내가 좀 욕심을 부렸다. 근데 여기 가게 자체도 메뉴판의 가격이 별도 종이로 위에 덧붙여진 것을 보니 가격 인상을 하긴 했나보다. 하긴 그래도 서울의 여느 가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생각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밑반찬도 실하고 양도 괜찮게 나오니 말이다.
김해공항 근처 맛집 김가네 가야밀면에서 주문한 메뉴가 전부 나왔다. 그 넓은 한상이 밀양 돼지국밥도 나오고 여러 밑반찬이 나오니 꽉 찼다. 중간에 편의점에서 뭘 사먹긴 했지만 아침부터 비행기를 타고 달려오느라 좀 허기가 졌다. 그래서 모든 셋팅이 끝나자마자 거의 바로 젓가락을 들고 달려들었다. 비비면서 면을 보니 윤기도 좋고 육수의 얼음 동동까지 굉장히 탱글탱글하게 식감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입 크게 넣어봤다. 친구가 말했던 것처럼 육수가 독특하긴 했다. 간은 삼삼한 편인데 그 특유의 향이 있다고 해야하나.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언젠가 먹어본 맛이다. 근데 내가 선호하는 맛과 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면 자체의 식감이 좋고 국물도 시원하니 괜찮아서 먹었다. 그 향을 빼고는 전체적인 조화가 좋았다. 나름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기본 양 자체도 많은 편인데 곱빼기를 먹었으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입씩 덜어주고 했는데도 티가 나지 않았다. 확실히 기본 양이 어느정도 있는 편이다. 만약 배고픔의 욕심에 곱빼기를 주문한다면 좀 말리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런 가게에 오면 밑반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비록 내가 국밥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깍두기라든가 무생채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곁들여줘야 잘 먹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비쥬얼이 나쁘지 않아 한두개씩 깍두기와 부추, 절임 무 등을 집어먹는데 여기 역시 특유의 향이 났다. 언젠가는 먹어본 맛이라 무슨 향인지는 기억이 나는데 이게 어떤 향인지는 모르겠고 낯설고 별로 먹고 싶지 않은 그런 향이었다.
이 향이 도대체 뭘까하며 한두개 더 먹어봤는데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근데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맛있게 잘 먹었다. 익숙한 향인가보다. 입맛이 까다롭긴 해도 가려먹는 것 없이 다 잘 먹는 편인데 이 거부감이 드는 향은 맛까지 잃게 만들었다. 답은 찾지 못했고 그렇게 가게 밖으로 나왔는데 몇개월이 지나서야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젓갈이었다. 도저히 뭐가 원인인지 몰랐는데 젓갈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딱딱 맞아떨어졌다. 부추나 깍두기 모두 다 젓갈로 간을 하는 반찬들이었다. 이제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았고, 만약 이것만 아니었다면 이 가게에서 더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나올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 나처럼 강한 젓갈향이 어색한 사람은 여기와 잘 맞지 않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