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런치가 다 빠지고 디너만 운영한다는 강서구 스시 오마카세 나오키
예전에도 포스팅한적이 있지만 거의 1년전 이야기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스시 오마카세 포스팅이다. 장소는 그때도 갔었던 강서구 발산역에 위치한 나오키라는 곳이다. 중간에 한번 더 다녀온 것 같긴 한데 그땐 따로 사진을 안 찍었나보다. 그 방문을 제외하곤 오랜만에 다시 찾게 되는 것인데 전체적인 시스템이라든가 나오는 메뉴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평소에 잘 즐길 수 없는, 이색적인 식사를 하고 왔기에 이렇게 포스팅을 해본다.
아 그리고 앞서 여기를 어쩌면 마지막 런치라고 표현한 이유는 바로 앞에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쉐프님께서 조만간 런치를 없앨 계획이라고 직접 말해주셨기 때문이다. 오전 파트를 없애고 저녁에만 집중한다고 말하셨다. 그래서 그 이유를 그냥 요즘 최저임금 인상이라든가 기타 이유로 마진율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러시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 이유도 있긴 한데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무엇이냐 물으니 아무래도 런치 가격이 44,000원, 디너가 70,000원이라 첫 방문하는 손님들이 점심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근데 그 식사 한끼만 하시고 여기 나오키를 평가하는 글들이 많아 홍보 효과에서 많이 밀린다고 하셨다.
사실 전국 모든 초밥집 포함 스시 오마카세는 디너가 메인인데 상대적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런치가 이렇게 안 좋은 평을 받아버리면 사람들이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나중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뭔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역효과를 일으켰달까? 그 생각은 못했는데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 역시 여기를 네번 정도 방문했는데 다 런치만 왔었기 때문이다. 저급 입맛인 나에겐 그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이런 가게들만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에겐 부족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여전히 100% 예약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내가 갔을 때마다 모든 자리는 꽉 차 있었다.
본격적으로 이날 런치로 즐겼던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여름이라 그런지 시원한 냉녹차가 각 자리마다 준비되어있었다. 원래 제대로 초밥을 즐기려면 하나를 먹고 녹차로 다시 입가심을 하고 다시 초밥을 먹어야한다고 어디서 들었는데.. 100% 그렇게 하진 못하더라도 나름 흉내를 좀 내봤다.
먼저 나온 아이들은 식전에 속을 달래주는 아이들이었다. 버섯처럼 생긴 아이가 가운데 귀엽게 올라간 스프와 무화과와 정확하진 않은데 계란 흰자를 한번에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아이가 나왔다. 둘 다 작은 접시에 나오기 때문에 후루룩해서 한번에 먹을 수 있었고 전혀 자극적인 맛은 없었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초밥 종류가 나오기 전 먼저 스시 종류가 나왔다. 내가 오마카세를 많이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나에겐 강서구 나오키가 믿고 오는 곳이기에 여기가 정통이라 생각하고 있다. 근데 현재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먹는 순서대로 사진을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안 찍고 바로 먹어버린 아이들도 있었나보다. 메모장엔 적어뒀는데.. 사실 모양을 보고 이게 뭔지 알아볼 정도로 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이날 나왔던 코스 순서대로 올려보고 그냥 찍은 사진들만 업로드 해야겠다. 괜히 실수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
이날 재료들이 나온 순서는 도미, 오징어, 줄무늬 전갱이, 삼치, 전어, 성게, 가리비, 능성어, 단새우, 참치등쪽살, 전갱이, 금태, 바닷장어 순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히든 메뉴인 각종 생선이 들어간 거대요리 김밥으로 배를 채워줬다. 추가로 부카케 우동이 나오긴 했으나 김밥의 임팩트가 강했고 디저트를 마무리로 모든 식사가 끝났다. 사실 친구가 여길 좋아하는 이유는 양이 실하게 나온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런치 가격도 괜찮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 친구는 다른 가게들보다 여기가 확실히 런치는 괜찮다고 했다. 그럼 이렇게 순서를 말했으니 이제 원하는 사진들만, 내가 맛있게 먹어 기억에 남았던 사진들만 업로드 해보도록 하겠다.
우니라고 불리는 성게알과 단새우로 만들어진 아이가 나왔다. 사실 회전초밥집에 가면 위 둘은 전혀 먹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날것에 약하기 때문이다. 성게알은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먹어야하는 상황일때만 먹는데 여기서 먹는 것은 전혀 비리지 않고 맛있었다. 부드러운 것은 당연한데 향도 강하지 않고 부담없이 씹어먹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비린 메뉴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힘든 것이 이 단새우 계열이었는데.. 오징어도 비슷한 식감이다. 이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날 힘들게 만든다. 먹으면서 뭔가 자꾸 달라붙는 것이 나에겐 거부감이 들었다. 아마 초밥 초보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한번 먹고 마는 것이니, 여기서 처음 먹어본 생강 맛에 빠져 이제는 무조건 먹어야하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 계속해서 경험 중에 있다. 근데 아직까지는 힘들다. 만약 못 먹는 것들이 있으면 미리 쉐프님에게 말하면 다른 메뉴로 대체해주시기 때문에 미리 말하면 되겠다. 사실 말하지 않아도 미리 체크해주신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다 가게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몸에 베어있으시다.
바닷장어와 튀김, 그리고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메뉴인 계란이 나왔다. 근데 이게 단순 계란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각종 생선살과 새우살 등을 섞어서 조리하신 것이라고 했다. 근데 어떻게 이런 비쥬얼과 식감, 맛이 나오는지 개인적으로 신기했다. 신기하게도 그전까진 몰랐는데 재료를 생각하면서 먹으니 그 맛들이 살아있었다.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것인가..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중간에 가리비가 나왔다. 근데 이 가리비가 생이 아니라 구워져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이날 베스트였다. 원래는 일반적으로 장어가 1순위인데 이날은 가리비에 밀렸다. 그래도 바닷장어도 나쁘지 않았다. 튀김 역시 특별함은 없었지만 방금 튀겨진 것처럼 바삭바삭한 것이 조금 덜어져나온 소금 같은 것에 찍어먹으니 맛이 살아있었다.
마무리인 대왕 김밥의 모습이다. 사진이라 티가 좀 안 나는 것일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보면 내 주먹보다 통이 넓다. 정말 저 안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대량으로 들어갔다. 나 역시 이날 방문에서 저 녀석을 처음 본 것이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먹는 것인지, 어떻게 나누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열심히 쉐프님께서 작업을 하고 계셨는데 한 단골 손님처럼 보이는 분이 이건 뭐냐고 여쭤보셨다. 이분 역시 이날 이게 처음이었나보다.
이따가 우리에게 나올 메뉴였고 한입 크기는 절대 될 수 없지만 한 사람당 먹을 수 있도록 접시 위에 올려질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워낙 커서 한입에 먹기 힘들겠으나 한입에 먹어야 온전한 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평소에도 원래 런치엔 얘가 나온다고 했으나 나오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된 것 같다. 몇개월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얘는 없었다. 워낙 많은 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김밥처럼 마는 과정에서 옆에 재료들이 조금 삐져나오기도 했는데 그 부분은 덜어내셨다. 그래도 내용물은 이미 충분히 많았다.
그렇게 개인 접시 위에 올려진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한번 한입에 넣어보려 했는데 도저히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한입을 베어물다가 나머지를 넣어서 그나마 같이 먹는 느낌이 나도록 먹어봤다. 워낙 커서 먹기 바빠 그 맛에 집중을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다양한 재료들이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져 거부감이 없었다. 추가로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요즘 SNS 특성상 이런 것들을 개발하였고 일본에는 원래부터 이런 메뉴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놀러갔을 때마다 초밥집은 다녔어도 스시 오마카세를 먹어본 적이 없구나 싶었다. 다음 여행이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가게 되면 꼭 한번 먹어봐야겠다. 강서구 나오키, 이번에도 역시 좋은 기억을 갖고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