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어게인2 촬영지로 나왔던 도시 포르투의 낮과 밤
TV 채널을 돌리다가 비긴어게인2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촬영지로 최근에 다녀와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도시 포르투가 나왔다. 그때 생각이 나서 더 좋았다.
이렇게 우연한 상황에 다녀왔던 여행지에 관한 것을 접하게 되면 책 목차 보듯이 그때 기억이 순간순간 떠오른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전부 다 행복한 기억들뿐이었고, 현실과 비교해 그때가 그리워졌다. 아마 이래서 여행을 계속 다니나보다.
루이스 다리에 아래에서 이쪽으로 쭉 걸어가면 버스킹 공연을 했던 리베이라 광장이 나온다. 아마 이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면 여기가 여기구나 싶을 것이다.
비긴어게인2 같은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걸어서 세계속으로처럼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고자 함이 아니라 그냥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그 장소 그 사람 그대로 나타내는 것들이 좋다. 물론 방송이다보니 인위적인 것들이야 어느 정도 있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 감정이 없는 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더라도 살면서 가끔 이 말을 들어오긴 했다. 진짜로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말투에 어조의 높낮이가 없어 더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실제로는 감정이 없다기보단 그냥 기복이 없다. 쉽게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근데 이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 제외하곤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다만 서로의 포인트가 다를 뿐이라 생각한다.
힘든 상황이 오면 그냥 혼자 슬퍼하는 것이 편하고, 기쁜 상황이 와도 남에게 전부 다 말하면 나 혼자만 좋은 것 같아 말을 잘 안 하게 된다.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겐 모든 것을 털어놓는 편인데, 상대방은 그런게 또 잘 와닿지 않나보다.
이 사진은 루프탑에서 바라본 시선이지만, 저 아래에 보이는 바위 쪽에 벤치들이 곳곳 있는데 저기에 앉아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이 많다.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조용한 곳을 찾게 되고 그런 자연 속에서 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할 때 항상 책이 있었다. 실제로 여행 갈 때 책을 들고 가긴 한다. 근데 누군가와 같이 가게 되면 실제로 읽는 경우가 드물고 혼자 가게 되면 읽긴 읽는데, 한 권을 다 읽고 온 적은 없다.
그래서 대게 오면서 괜히 짐만 가져왔다고 반성하곤 하는데 꼭 어딜 갈 때마다 왜 그렇게 챙기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어딘가를 갈 때 책이 그나마 혼자 온 게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비긴어게인2 촬영지로 나왔던 도시 포르투에 어느새 노을이 져간다. 눈으로 하루를 다 담을 수 있는 여유가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가끔 잊고 살아간다. 실제로 놀러가지 않고 도시에 살면서 이런 하루를 맞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케이블카라고 표현해야하나..? 저걸 타고 한번 올라가볼걸 그랬다. 걷는 것을 좋아해 그냥 돌아다녔는데, 누가 저걸 타고 올라가 루이스 다리가 보이게 사진 찍은 것을 보니 완전 인생샷이었다. 흔히 못 보는 구도여서 더 기억에 남았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화려한 조명이 아니라 은은한 불빛의 조명이라 더 운치가 있다.
개인적으로 낮보단 밤을 더 좋아한다. 예전부터 뭔가 너무 밝은 상황을 싫어하기도 했고, 밤이 주는 그 조용하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좋다. 사람이 하나만 하고 살 순 없다고 가끔 낮이 주는 활력이 좋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주로 산책을 하거나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실제로 낮보다는 밤에 더 에너지가 생기고 집중이 잘 된다. 그렇다해서 올빼미족 이런 것은 아니고 뭔가 진지한 글을 써야한다거나, 일이 있다거나, 정리를 해야한다거나 할 때 대부분 일정을 밤에 넣는다. 아침부터 낮에 넣어봐야 의무감이 있지 않고서야 그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게 된다.
솔직하다는 것이 좋은 말인지 안 좋은 말인지 잘 모르겠는 요즘이다. 솔직함을 핑계로 누군가에게 잔인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말도 싫어했는데 그게 둘 다에게 행복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누군가를 만나면 아무리 십년지기 친한 친구가 있더라도 그 사람과 나는 세상에서 제일 친해야하고 둘 다에겐 비밀이 하나도 없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근데 이걸 누군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내가 알 필요가 없는 사실들도 있고 상대방도 말을 해서 속이 편한게 아니라 더 불편해지는 사실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무서운 것은 아닌데 쉽게 시작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을 못 만나서 그렇다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번에 연애하면 그 사람이랑 결혼할거다라는 말을 친구들에게 줄곧 해왔는데,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연애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 사람 중 하나기에 한번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봤다.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눈이 높아진다거나 조건을 따져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마인드가 바뀌었다고 해야하나. 우리가 어릴 땐 저 사람이 좋아지면 맞춰갈 수 있다 생각하고 연애를 시작했다. 근데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연애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집중하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맞춰가는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다 보니 연애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쉽게 시작하기도 힘들다. 사실 처음부터 맞는다는게 말이 안 된다. 수십 년간 살아온 방식이 다른데.. 그래서 흔히 하는 말로 대화코드가 맞는다거나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다거나.. 이런 식으로 자기와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