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영수증 코스프레, 배달의 민족 사용 후 더 먹는다.
오늘은 좀 색다른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처음 의도는 배달의 민족 어플 사용 후기 비슷한 거였지만, 뭔가 가계부 느낌 같은 것이 김생민의 영수증 코스프레 같아서 타이틀을 이렇게 정해보았다.
위 사진은 한 5년 전? 장형과 싱가포르에 놀러갔다가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 섬에 가서 칠리크랩을 먹을 때 서로 맛있게 먹는다고 장난삼아 찍은 영상 중 한 장면이다. 머리부터 옷차림, 분위기까지 자연스러움이 느껴져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그렇듯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치킨이다.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는 중에도 이따가 치킨을 시켜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 그만큼 배달 문화에 익숙한 편인데, 그 유명한 배민 어플을 아마 작년 말인가 처음 사용해봤다. 원래 지금 쓰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도 10년이 넘었고 본체는 퇴사하면서 바꿨고.. 노트북도 작년에 태어나서 처음 사봤고.. 스마트폰도 아마 내 기억으론 좀 늦게 샀던 것 같다.
약간 기계에 국한되어 있긴 한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뭔가 남들이 다 하는 변화에 대해 좀 더 느린 편이다. 막상 변화를 맞이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긴 하는데 굳이 남들이 다 하고 있는 변화에 끼어들진 않는다. 차라리 안하면 안했지.. 단적인 예로 유명한 영화를 남들보다 미리 봤으면 몰라도 이미 유명해진 영화는 잘 안 보게 된다. 뭐 괴물이라든가 신과함께라든가.. 이것도 이상한 성격 중 하나인가..? 뭔가 유명해진 것은 잘 안보게 된다.
아무튼, 매번 주문을 할 때 따로 유선으로 했었는데 주변에서 맨날 먹던 것만 먹어보니 딱히 먹을 것도 없고 해서 이 어플을 처음 다운로드 받아봤다. 정확히 언젠진 기억 안 나지만 아마 작년 말 정도에 다운 받았던 것 같다. 근데 완전 신세계였다. 우선 미리 결제가 된다는 점이 좋았고, 리뷰도 많아서 좋은 곳을 골라 주문할 수 있었다. 물론 리뷰 평이 좋다해서 다 좋은 경험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선택에 있어 객관적인 지표로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이렇게 주문이 되는 곳이 많을 줄 몰랐다. 매번 먹던 것만 먹었는데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이게 너무 편리하다보니.. 평소라면 굳이 안 시켜도 될 것을 주문해서 먹는 게 문제였다. 너무 편리하고 좋은 나머지 과소비로 이끈다는 단점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이용자들은 이 익숙한 생태계에 갇혔을 것이고 다시 예전처럼 일일이 전화번호를 찾아 주문하는 방식으로 돌아가긴 힘들겠고.. 결국엔 본인이 잘 조절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번 '김생민의 영수증 코스프레, 배달의 민족 사용 후 더 먹는다.' 포스팅의 의미는 조절하고자 하는 의미는 아니고 내 호기심에 의한 것이다. 주변에서나 가족이나 너무 자주 시켜먹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예전부터 들어왔고 특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그만 시켜먹고 그냥 집밥을 먹으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한때 달력에 주문 음식을 먹을 때마다 기록하려 했었는데 오래가지 않았다. 근데 3월을 맞이해 진짜 다 기록해봐서 얼마나 먹는지 봐보고 싶었다. 그래서 해봤다.
3월 6일 치킨 15,500원
3월 9일 치킨 21,000원
3월 10일 중국집 17,000원
3월 12일 치킨 17,000원
3월 15일 피자 12,000원
3월 16일 찜닭 15,000원
3월 19일 돈가스 7,500원
3월 20일 햄버거 7,000원
3월 21일 치킨 20,000원
3월 24일 불고기 13,500원
3월 27일 햄버거 5,600원
3월 30일 닭발 10,000원
3월 31일 족발 20,000원
3월에 주문해서 먹은 음식 가격이 총 181,100원이다. 생각보다 큰 금액인지 적은 금액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진짜 혼자 집에 있을 때 시켜먹은 음식값만 계산한 것이고 밖에서 사 먹은 것은 다 제외한 금액이다. 아마 평소 이것보다 더 먹었으면 더 먹었지 적게 먹었을 것 같진 않다. 역시나 치킨을 주로 시켜 먹었다.
흔히 재테크 관련 TV나 책에서 이 금액을 아꼈으면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너가 담배를 안 폈으면 몇 년 뒤에는 무엇을 샀다 이런 글들..? 담배는 누가 봐도 몸에 좋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지만 이런 글을 보면 공감은 커녕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살고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업과 관련된 것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분명히 리프레쉬할 무언가가 있고 그게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방식이기에 남들 눈에는 '저 사람 쉬지도 않네' 이렇게 보이는 것이다.
요즘 나이가 나이인지라 주변에서 흔하게 '아 지금은 그럴 때 아니야.' 이런 비슷한 류의 말을 줄곧 듣곤 하는데, 좀 짜증이 난다. 그럼 언제가 그럴 때인지 정말 궁금하다. 물론 나도 이렇게 강한 어조로 말하는 것은 반대의 기운이 너무 강해 중립적이지 못해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안 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소비에 있어 희소성과 유한성에 무게를 둔다. 돈은 지금 없어도 나중에 있을 수 있고 지금 있어도 나중에 없을 수 있다. 근데 젊음은 지금이 전부이고 시간도 지금이 전부고 오늘의 여유는 오늘이 전부다. 근데 그 시간을 너무 쉽게 미래로 보내버리는 것 같다. 물론 무언가 성과를 얻기 위해선 현재를 희생해야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게 전부를 희생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 달을 열심히 살아도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여유를 맞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뭐라 할 순 없지만 내 기준에선 이 여유를 집에서만 보내고 평소 하던 것 똑같이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순간 요즘 스트레스 받는 상황과 연결되어 이야기가 잠깐 샜다. 아무튼 이 18만 원이라는 금액을 매월 모아 몇 년이 흐르면 꽤 큰돈이 되겠지만, 이 금액을 소비했을 당시 나에게 준 가치가 표면적인 금액보다 컸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금액을 참고 무언가에 저축해 이 가치를 얻지 못하는 게 오히려 나에겐 더 스트레스다. 돈보다 내 스트레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본인의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른 소비는 무조건적으로 반대지만 개인이 스스로 부여한 할당 내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소비는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이 소비의 기준 자체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누가 누구에게 뭐라 할 권리도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