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해저터널 생각보다 짧았다.
어찌저찌 산에서 내려와 상가들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중앙시장 방향으로 가야했는데 방향을 잘 몰라 한 가게에 들어가 어떻게 가야하는지 여쭤보았다. 근데 정말 친절하신게 이리 들어와보라 하시더니 직접 로드뷰를 통해 길을 알려주셨다. 원래 어느 지역이 정이 많다 어쩌다 하는 것을 별로 믿지 않는 편이다.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데 통영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사람들 모두 다 친절했다. 로드뷰로 직접 보여주실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해저터널까지 걸어간다하고 내 백팩과 행색을 보시고 배낭여행객인 줄 아셨나보다. 오늘만 실컷 걷고 있긴 한데.. 갑자기 음료수를 하나 마시라고 주셨다. 태어나서 이런 걸 그냥 받아본 적은 처음이었다. 기분이 뭔가 신나기도 하고 이상했다. 이게 배낭여행객들이 느끼는 매력인가.
진짜 걸은지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자리에 앉아 주신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이때까지 3만보를 걸었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근데 꽤 많은 걸음을 걸었던 거로 기억한다. 거의 유럽여행 처음 갔을 때 수준이었다.
순간 택시의 유혹이 있었지만 이왕 걷기로 한거 쭉 가보기로 했다.
드디어 해저터널이 400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뭔가 모르게 더 먼 느낌이 들었다. 근데 나시에 머리는 저렇게 하고 잘 걸어다녔구나. 뭔가 고생스러운 느낌이 들 것 같긴 하다. 누가 봐도 건강해보이는 체격은 아니기에..
옆에 바다가 있어 사진을 찍어보았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아무도 없어서 그런가 이 사진에서 뭔가 우울함이 느껴진다. 되게 적막하다.
그렇게 세상 구경을 하며 걸어오다가 드디어 통영 해저터널에 도착했다. 밤에 혼자 오면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지하며 살짝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조명도 있고 사람도 가끔 보였다.
아까부터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그게 익숙해져서인지 여기도 너무 휙 지나왔다. 근데 그만큼 볼거리가 많아보이지도 않았다. 간단히 통영의 곳곳을 소개해주는 글만 있고, 별도로 관광지처럼 다양한 볼거리는 없었다. 누군가는 밤에 왔을 때 정말 이뻤다고 하는데 내가 힘들어서 그런지, 이런 갇혀있는 느낌이 드는 공간을 별로 안 좋아해서인지 그냥 그랬다. 지나가는 길에 들려서 망정이지 뭔가 기대하고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