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퇴사 후 기록

연말 데이트로 고양 이케아를 가보자!

디프_ 2017. 12. 21. 18:14

연말 데이트로 고양 이케아를 가보자!

(Goyang IKEA)

 

 

이케아

 

 

주말에 고양 이케아를 다녀왔다. 한국에 처음 광명 IKEA가 생겼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2호점이 생기고 나서야 다녀왔다. 내 추진력... 사실 여기도 가야지 가야지하다가 밖은 너무 춥고 연말 데이트로 실내에 구경할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하다 갈 곳을 적어놓은 다이어리를 펼쳤는데 딱 보여서 좀 갑작스레 다녀왔다.

 

가기 전 고양을 가야하나 광명을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서치를 해봤다 Goyang이 광명보다 규모는 좀 작지만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동선도 더 편하게 꾸며져 있다고 해 여기로 택했다. 사실 집에서도 30분 정도나 더 가깝기도 했고, 아무래도 제일 신경쓰이는 부분이 주차공간이다보니... 요즘은 안 그렇다지만, 초창기에 광명에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차로 고생했던 것으로 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고 돌아다니기에도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실내라 따뜻해서 좋았다. 또, 딱 느낀 것이 쇼핑하러 왔다기보단 문화 체험을 하러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 이게 이케아의 성공 비결이겠지. 그래도 이 문화 때문에 중국에선 약간 곤혹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평소 밝은 것을 싫어하고 어두운 색을 좋아하는 편인데, 처음 보는 가구 구경에서도 이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어두운 컬러로 꾸며진 공간을 볼때마다 시선이 저절로 멈췄다. 밝은 것은 밝은 것 나름대로 이쁘긴 했는데, 그래도 어둡게 꾸며진 구조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나중에 만약에 집을 꾸밀 때 이런 부분으로 마찰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아주 짧게 생각해봤다.

 

흔히 성공했다는 기업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애초에 안 해본 것, 겪어보지 않은 모든 것에 관심이 많긴 한데, 그냥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공이란 것이 큰 변화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은 사고의 전환으로 시작해 이를 발전시키는 것이기에, 이 사람은 어디서 인사이트를 얻고 어떻게 노력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좀 핫하게 떠오른다 싶은 곳들은 웬만하면 가는 편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곳을 갈 땐 좀 더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저 받아들이기보단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약간 관찰하는 느낌으로 살펴보다보니 그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도 재밌어하고 신이 나긴 난다. 집중이 약간 새는 것이지. 근데 이 고양 이케아에선 이런 기분이 전혀 안 들었다. 물론 이것저것 따져보긴 했는데 그냥 이런 낯선 공간들을 구경하는게 재밌었다. 아마 내가 자취를 바로 앞두고 있거나 신혼부부였다면 까다로운 소비자인 나조차 정말 지갑이 텅텅 비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지만 조심해야할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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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를 연말 데이트로 잡고 이 글을 쓰긴 썼지만, 사실 내가 이 포스팅을 한 이유는 지금부터 쓸 이 글 때문이다. '퇴사 후 기록'이라는 카테고리에 담기는데, 다른 것들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목적보단 내가 추후에 다시 읽고 싶어서 그냥 일을 관두고 난 뒤의 생각의 변화들을 담아보고 있다.

 

퇴사 후 정확히 6개월이 지났다. 항상 당시에는 모르다가 돌이켜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 정말 빠르다. 그래도 이번엔 유독 빨랐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남김없이 해왔으니.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행복했던 것 같다. 근데 요즘 이 감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목표의식이 너무 사라졌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 퇴사 후 목표였던 여행이라는 것이 이제 나름 충족이 되었으니 새 목표를 잡아야하는데 아직 그전 상태에 머물러있다.

 

근데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게 사라져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좀 바보 같은 대답인데 진짜다. 물론 지금을 아무것도 안하고 나태하게 보내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나와 애증의 관계에 놓여있는 주식. 귀찮긴 한데 요즘 가장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있는 운동.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나를 담아내고 있는 블로그. 그 밖에 다른 잔잔한 것들. 아마 여태까지 '퇴사 후 기록'에 썼던 글 대부분은 이행하고 있고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뭔가 돌이켜보면 공허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중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이다.

 

중심이 필요하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은 나에게 잔가지다. 그 잔가지들을 지탱해줄 큰 기둥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사라져버려서 하루하루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바보 같을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유럽을 다녀온 뒤 한 달. 이주차에 첫번째 다짐을 하고 어제 두번째 다짐을 했는데, 아직도 모르겠다.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까. 그냥 평소 관심 있는 업종이나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자격요건을 갖추고 이력서를 쓰면서 시간을 보내면 괜찮을까. 아니면 가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 노트를 펼쳐 그 중 하나를 구체화시켜보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까. 쉽게 말하면 취직 아니면 창업이다. 선택을 망설이는 이유는 마음가짐도 마음가짐이지만 하나를 택하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여태까지의 나로 보건데 한 달 정도 해보고 아 이건 아닌데 싶어서 그만두고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다. 그래도 끼긴 껴야할 이 첫 단추를 아직 잘 못 끼겠다.

 

물론 누가 보기엔 '아 지금 그냥 여유 있을 때 두 개 다해보지 너무 말만 많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근데 예전엔 몇 마리 토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점점 드는 생각은 토끼 한 마리 제대로 잡기도 힘들다로 바뀌어간다. 천재도 아니고 현실이 그런 것 같다. '퇴사 후 기록' 카테고리에 글을 쓰면서 아마 제일 힘이 없고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글이 아닐까 싶다. 내가 쓰면서 뭔가 파이팅이 안 느껴진다 싶었는데 글에서도 느껴질지 모르겠다. 다음 글에선 어떤 식이든 결론이 나있겠지..

 

잠 좀 뿌듯하게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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