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퇴사 후 기록

백수 그리고 여행

디프_ 2017. 9. 5. 12:25

백수 그리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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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번 포스팅에 마저 작성하지 못한 '백수 그리고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일상 글로 담아보려 한다. 나름 생각해둔 것들이 많은데 두서에 맞게 잘 정리될지 모르겠다.

 

 

사실 퇴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나에게 가장 큰 동기를 줬던 것은 여행이었다. '아직 젊은데, 나중에 어차피 이렇게 맨날 일을 할텐데,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것들을'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렇게 8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첫 연차가 생겼고 주말을 껴서 일본을 짧게 다녀왔다. 안가던 것이 아니라 못가던 것을 할 수 있었기에 설레였고 다녀온 뒤엔 다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정반대였다. 다녀온 뒤에 오히려 예전 기분이 나질 않았다. 뭔가에 얽메여 있다 보니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물론 재밌게 놀긴 했지만.

 

그때부터 아마 어렴풋이 생각했던 '그래도 일 년은 채우자'라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일 년이 조금 지나 일을 관뒀다. 사실 여행은 삶에 의욕이 없었던 나에게 많은 역할을 했다. 학창시절 처음으로 해외를 다녀온 뒤 그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1년에 한 번은 꼭 밖으로 나가자'라는 다짐을 했다. 이때부터 돈 모으는 연습을 했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노력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난 뒤에는 모든 고생도 어차피 얼마 뒤에 놀러 가니까 괜찮아 이러면서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백수가 된 현재, 예전과는 다르게 어디든 갈 수 있는 돈과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돌아다니기 위해 일을 관뒀기에 1년에 한 번이었던 것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마냥 놀 수 없는 시기기도 하고 그동안 참았던 것을 터트려야 했기에 바삐 움직였다. 6월엔 제주도를 다녀왔고 7월엔 베트남을, 8월엔 일본을 다녀왔다. 대체적으로 가까운 곳들만 다녔는데 그 이유는 또 오랜만에 쉬다 보니 할 것들도 하고 게으름이 터져서 장기 계획을 짜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큰마음 먹고 나름 장기간 떠나보려고 한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문제까진 뭐하지만, 뭐든 할 수 있었기에 선택지가 너무 많았다. 맨날 가고 싶은 곳이 생길 때마다 적는 수첩이 있는데, 리스트를 쫙 봐봤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다 갈 순 없었고 선택을 해야했는데 다 가고 싶었던 곳들만 적어둔 것이었기에 좀 힘들었다. 역설적으로 그중 가장 원하는 곳이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먼 곳으로는 10월에 갈 예정인데 나라를 아직 고민 중이다.

 

첫째로 블라디보스톡-바이칼 호수-모스크바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 만약 이에 추가된다면 유럽까지 같이 가볼 수 있겠는데, 그렇게 되면 한 달 이상을 봐야된다. 이는 약간 내 스타일과 맞지 않아 고민 중이다. 만약 가게 된다면 러시아 따로 유럽 따로 이렇게 갈 가능성이 높긴 한데 비행기 표를 예매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둘째는 패키지 상품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패키지를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한 번쯤은 경험 삼아 이용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단, 가는 곳이 그나마 혼자 가기 힘든 곳이라는 전제하에. 그래서 생각한 곳이 멕시코 칸쿤 쪽이라든가 아니면 브라질 등 남미 쪽인데 남미는 아무래도 치안이 걱정된다. 그래서 아직 고민이 많다. 요즘은 노랑풍선이라든가 마이리얼트립 등에서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 패키지들이 많다고 해 한번 알아볼까 한다. 여기를 살펴볼 때 괌이라든가 사이판, 발리, 몽골 등 괜찮은 가격에 좋은 상품이 있으면 짧게 이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셋째는 영어권 국가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을 생각해두었다. 사실 여태까지 미국을 한 번도 안 가본 것이 의아하긴 한데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근데 지금 아니면 언제 갈까 싶어 조금씩 생각을 키워가고 있다. 호주는 한번 다녀온 적이 있고 캐나다는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두 군데 다 차로 운전을 해야 구경이 편한 나라들 같다. 먼 곳까지 가서 운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아마 가게 된다면 미국을 갈 것 같다. 얼마 전 다녀온 친구가 있는데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근데 이러다 또 플레이윙즈나 이런 곳에서 비행기 표가 특가로 싸게 풀린 곳을 급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은 유럽이다. 지금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느낀 건데 다른 곳들은 다 안 가더라도 유럽을 안 가고 재취업을 하게 된다면 계속 미련이 남을 것 같아 유럽은 꼭 가보려 한다. 근데 이 역시 동유럽을 갈지 아니면 북유럽에서 유유자적하게 쉬다 올지 아니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중 한 곳에서 실컷 놀다 올 지 고민 중이다. 서유럽은 다녀왔었기에 웬만하면 안 가려 하는데 친구 한 명이 거기서 워홀을 하고 있어서 '자기네 집에서 묵으면 된다.' 고 설득 중이라 잘 모르겠다. 해외를 제일 저렴하게 다녀오는 방법이 그 나라에 친구가 있는 것이라는 걸 잘 알기에 약간씩 흔들리고 있다. 파리에 가게 된다면 이 친구네서 한 달 정도 한량처럼 쉬다 올 예정인데 아직 고민 중이다.

 

그래서 지금 9월에는 뭐할 것이냐. 이번 달은 배움의 달로 정했다. 주로 어디 가고 싶다고 이미지를 캡쳐할 때 대부분 물이 있었다. 다이빙을 하고 자연을 즐기고. 근데 개인적으로 수영을 못한다. 그래서 내가 못 누리는 것에 대한 갈증이 이렇게 투영되는 것인가 싶어 수영을 다니고 있다. 어제가 첫날이라 다녀왔는데, 난 내가 물을 무서워하는지 몰랐다. 호흡법을 배우느라 얼굴을 물에 담갔는데 뭔가 모르게 숨이 가빠져오고 당황스러웠다. 아주 예전에 푸켓에서 스노쿨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공황장애처럼 순간 호흡곤란이 왔다. 잠깐 수면 위로 올라와 진정한 뒤 다시 문제없이 즐기긴 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낯선 환경이다 보니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물개가 되겠단 포부를 가졌었지만 첫 클래스 후 일단 한 달이나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다음은 영어 학원을 급으로 다녀왔다. 일 다니기 직전부터 또 일 다니고 난 뒤에 공부에 손을 뗐으니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공부하는 습관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집에서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습관도 다시 만들고 어떻게 하나 소스를 빼오자'라는 마인드로 어제 처음 학원을 갔는데 실망스러웠다. 예상했던 것보다 수강생들도 너무 많고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했던 것들 일부를 달성할 순 있겠지만, 여태까지 스터디를 한 번도 참여 안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스터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그냥 다녀보기로 했고, 10월을 생각하며 어찌저찌 한 달을 열심히 보내봐야겠다.

 

그렇다 해서 9월에 서울에만 있을 생각은 아니고 10월 계획을 준비하면서 평소 가고 싶었던 국내를 돌아다녀볼까 한다. 학원을 가야 하니 주말을 껴서 거제도, 통영, 여수 라인을 시간 날 때 돌아다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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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여행을 단순히 즐기던 예전과 다르게 나에게 질적인 성장으로나 수익적인 측면으로 도움이 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한때 유투브를 생각했었지만 막상 시도해보니 약간 나와 현실성 결여된 듯한 느낌이 들어 점점 식어가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여러 개 있다.

 

아무래도 Travel이 관심사이다보니 평소 그런 사람들의 글과 생각을 많이 접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여행작가들의 이야기인데 이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난 왜 저렇게 표현을 못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때 친구들한테 얘기해보기도 했는데, 부러웠다. 보면서 나도 왜 이런 글이 공유되고 인기가 있는지 느껴졌기에. 간혹 평범한 글에 너무 의미부여를 했다거나 스토리를 인위적으로 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든 적도 있지만, 이런 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가 원하는 방향은 아닐지언정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비슷하게나마 내 표현 방식대로 이런 글을 만들어볼까 한다. 한 페이지 안에 다녔던 나라 한 곳마다 대표 사진을 추려서 이야기를 담아낼 생각이다.

 

다음은 여행 자체가 물론 나에게 남는 추억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친구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친척 중에 스튜어디스를 십여 년간 하시고 밖으로 나오신 분이 있는데, 그분이 창업을 해 지금 직원까지 두며 승승장구하고 계시고 있다 했다. 뭘 하시나 들어보았는데 개인 자유여행을 짜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이거다 싶었다. 알고 있고 평소 하던 생각이기도 했는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예전엔 회사가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하는 표준화된 패키지가 전부였다면 요즘은 개인의 의사가 반영되고 스타일에 맞춰진, 좀 더 세분화된 것이 인기가 있는 추세기에 트렌드에도 맞고 장기적으로 비전이 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Travel은 다니고 싶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원하는 계획을 짜지 못하는 요즘 현대인들을 타겟으로 딱 좋아보였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데 수익까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취미도 일과 만나면 재미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좋은 출발이다.

 

다만 여기서 문제인 것은 나에게 컨텐츠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분처럼 세계 곳곳을 누빈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누군가가 나에게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도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없다. 그래서 당장은 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트래블코드라는 회사의 퇴사 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구경도 하고 돌아다니며 그 나라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역시 생각 안 했던 것들은 아니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어딘가를 갈 때마다 '아 여기 이거 있으면 대박이겠다.'라는 생각을 매번 해왔다. 다만 차이점은 누군가는 기록했고 나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그쳤다는 것. 앞으로는 어딘가를 갈 때 이들을 기록하고 또 시간이 날 때 과거를 보며 내가 했던 생각들을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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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밥 먹을 때나 운동을 할 때 그냥 같이 켜두면 조용하니 마음이 힐링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Tv의 녹화기능이 고장 난 뒤로 잘 챙겨보지 못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본 프로에서 '부모님 보내드리고 싶은 곳'이라는 타이틀로 내가 얼마 전 가려 했던 일본의 시라카와고가 나왔다. 이 대신에 후쿠오카를 다녀오긴 했지만 어차피 언젠가 가긴 갈 생각이기에 반가웠다.

 

쓰다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다. 다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혼자 의문이 드는 것이나 정리가 필요한 것들은 친구와의 대화나 글로 적는 것을 통해 해결한다. 그래서 오늘,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하루 날을 잡고 글로 정리해보았다. 기분이 좋다. 앞으로 두고두고 이 글을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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