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어줘야 하는 용산 문배동 진미식당 콩국수
개인적으로 콩국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호불호는 없는 편이다. 대체적으로 여러 면 종류의 음식이 있을 때 가끔 콩국수가 먹고 싶어 먹을 때가 있다. 근데 일단 콩국수 자체를 아예 안 드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나의 경우 그 정돈 아니다. 근데 매니아라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겠다. 콩국수 같은 경우에도 약간 평양냉면처럼 정말 매니아 계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정돈 확실히 아닌데 또 안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그것도 무리가 있겠다. 아무튼 올여름 정말 무더웠다. 이제는 아침과 저녁으로 조금씩 선선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여름이 곧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한 가지 해야 할 일을 안 한 것이 하나 있다. 그래서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부랴부랴 서치를 해보았고 덕분에 오늘 포스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해야할 일이라는 것은 바로 콩국수를 먹는 것. 원래 올여름 7~8월 한창 무더울 때 콩국수를 먹을 계획이었다. 그것도 유명한 여의도 진주집을 갈 계획이었다. 근데 그 계획이 틀어지게 되었다. 그 기회를 한번 놓치고 나니 다시 잡을 타이밍이 오지 않았다. 그 뒤로 망향비빔국수 같은 곳을 가긴 했는데 또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 잔치국수와 비빔면을 먹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콩국수가 점점 잊혀져 갔는데, 날이 갑자기 선선해지니까 이대로 그냥 지나칠 순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판매하는 곳들이 정말 사라지기 전에 먹어야겠다 싶었고, 근처에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웨이팅이 발생하는 가게가 있는데 여기가 콩을 또 전문적으로 오래 판매한 가게이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또 실제로 200만 유튜버가 서울 콩국수 맛집들을 소개할 때 안내가 되어있기도 한 곳이라서 여의도 진주집은 못 가더라도 여기서 먹어보면 충분히 대체가 되겠다 싶었다.
콩국수 맛집 이야기할 때 빠지면 서러운 백년가게 선정 문배동 진미식당. 여기 평일 점심 피크 타임에 방문할 경우 웨이팅이 있는 곳이다. 콩국수를 판매하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웨이팅이 있다. 어떻게 보면 여긴 콩국수가 메인이 아니라, 그 기본이 되는 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식당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 청국장이 꽤나 유명하겠다. 나의 경우에도 이전에 방문했을 때 이 청국장 비빔밥을 먹었었다. 그때는 아직 콩국수를 판매하는 계절이 아니었어서 못 먹었는데, 곧 콩국수 개시한다는 글을 보고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근데 이제서야 이렇게 오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계획을 잡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행동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전에 방문한 적이 있긴 한데 그때 웨이팅이 길어서 못 먹은 적도 있어서 아예 시도를 안한 것은 아니겠다.
일행의 경우 청국장 비빔밥을 먹었지만 나의 경우 이날 무조건 콩국수를 먹어야 했다. 만약 이날 콩국수를 안 먹으면 올해에는 정말 한 번도 먹지 못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주문 후 기다렸고, 음식은 거의 동시에 나왔지만 청국장이 조금 더 먼저 나왔다. 그리고 주변 테이블을 살펴보니 딱 반반이었다. 이전에 청국장만 할 때는 오징어볶음과 청국장 비빔밥만 먹는 테이블이 전부였는데, 콩국수 계절이 돌아오니 콩국수 비중도 꽤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근데 여기 청국장 비빔밥 자체도 꽤나 깔끔하고 훌륭하다. 일단 100% 국내산 문경콩만을 사용한다고 하시기도 하고, 애초에 여기 문배동 진미식당 자체가 1978년부터 운영하여 현재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이니까, 콩 하나로 이렇게 인정을 받은 것이니 판매하는 메뉴 대부분은 신뢰를 갖고 먹을 수 있겠다.
그래서 만약 다음에 이 가게를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문경콩청국장 메뉴는 꼭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 드린다. 그리고 만약 콩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오면 같이 드셔보시면 좋겠다. 혼자일 경우 양이 꽤나 많을 것으로 보이고, 2인 이상 왔을 때 이것저것 같이 주문해서 먹으면 조합 괜찮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주문한 콩국수가 나왔다. 보자마자 딱 빛깔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으려나. 비쥬얼을 보고 좀 날랐다. 뭔가 우유처럼 굉장히 뽀얀 느낌을 받았다. 두유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조금 더 정확하겠다. 사실 여태까지 먹어온 콩국수 비쥬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하얀색 베이스가 아니라 정말 두유처럼 조금 더 녹진한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꾸덕꾸덕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쥬얼은 여태까지 먹었던 여느 곳 콩국수보다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점점 기대감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크게 다양할 것은 없지만 정갈하게 나온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면서 식욕을 끌어올렸고, 적당히 면발을 비빈 뒤에 국물을 맛 보았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국물 자체의 농도가 약간은 있었다. 물처럼 가볍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끈적끈적한 느낌? 실제로는 끈적끈적하지 않고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하게 넘어간다. 가격은 12,000원으로 솔직히 저렴한 금액은 아니겠다. 다만 여기 문배동 진미식당의 경우 괜히 백년가게로 선정받은 것은 아니겠고, 뭔가 이 가격대로 형성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재료를 쓰셔서 만드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사실 구체적인 근거 같은 것은 없는데 그냥 막연하게 그렇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괜히 기다리면서까지 먹는 것은 아니겠고, 또 이 가게가 반짝 SNS로 유행을 타서 사람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1978년부터 운영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은 노포 스타일 맛집이니까.
여름을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어줘야 하는 용산 문배동 진미식당 콩국수. 가격은 12,000원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지만 양은 상당했다. 일행의 경우에도 여기 콩국수를 못 먹어봤기 때문에 조금 덜어줬었는데 그래도 면발이 충분히 남아있었다. 다 먹고 나서 국물도 맛있어서 따로 숟가락으로 계속 먹기도 했었는데 배가 꽤 부르더라. 다만 이게 건강식이라 그런지 속이 불편하진 않았고 포만감도 그렇게 오래 유지되진 않았다. 딱 기분 좋게 잘 먹고 기분 좋게 배부른 느낌? 맛 자체를 이야기하면 면만 먹었을 경우엔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테이블에 뭔가 설탕이나 소금이 있나 싶었는데 그런 것도 없더라. 원래 넣어 먹는 게 기본 구조일 경우 그런 것들이 세팅되어 있을 텐데 따로 없는 것을 보면 그게 여기 기본 스타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었을 때 짭조름 간은 느껴졌다. 그래서 기본 간은 된 상태로 나오는 게 맞는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김치랑 같이 먹어주면 간이 딱 맞으니 김치를 잘 활용해 주시면 좋겠다. 그래도 올해 콩국수 안 놓치고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