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숲 북카페, 오랜만에 일상 글
유럽을 다녀온 지 이제 약 2주 정도가 지났다. 첫 일주일은 시차 적응한다고 고생을 꽤 했다. 일부러 세시간만 자고 버텼는데도 새벽에 깼다. 아마 몸이 이걸 낮잠이라고 인식했나보다. 예전에 여행을 다닐 땐 최장 2주여서 별로 이런 것을 못 느꼈었는데 한 달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몸에 변화가 왔나. 그래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후 일주일은 바쁘게 지냈다.
잊고 지냈던 블로그도 다시 시작하고 한 달 동안 쉬었던 수영도 다시 다녔다. 블로그는 깜짝 선물로 어제 일 방문자가 약 800명을 찍었다. 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최대 일 방문자 수다. 말 그대로 반짝이겠지만. 수영은 처음에 다 까먹어서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는데 확실히 아예 처음 배울 때보다는 금방 돌아왔다. 지금은 거의 쉬기 전 상태랑 비슷한 것 같다. 다만, 나와 같은 시기에 다녔던 어느 남자분이 계시는데 그분은 다음 달부터 월반을 한다. 나 없는 사이에 엄청 연습하셨나보다. 자극 좀 받았다.
밀렸던 신문과 매경이코노미도 모두 읽었다. 이코노미야 일주일에 한 권이니 그렇다 쳐도 두 언론사의 신문을 언제 다 읽나 싶어 안 읽을까 했는데 자꾸 뭔가 찝찝해 그냥 하루 날 잡고 몰아 읽었다. 큰 변화를 중심으로 나머진 어차피 그 내용이 그 내용이었지만 성격상 찝찝함은 풀렸다. 이제 퇴사하기 전 인쇄해두었던 프린트 물을 바짝 읽어야겠다.
그리고 12월 1일인 금요일부터 클라이밍을 다닌다. 예전 대학생 때 두 달 동안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상당히 매력을 느꼈던 스포츠다. 언제 한번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드디어 다닌다. 약간 가격이 비싼 편이어서 이거 배울 거면 다른 거 배워야지 하면서 미뤘었는데 근처에 괜찮은 가격에 배울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었다. 하나 걱정인 것은 월수금 오전에 수영을 가고 화목금 오후에 클라이밍을 갈 예정인데, 몸이 버티려나 모르겠다. 금요일을 제외하곤 어차피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이긴 한데 워낙에 몸이 피로가 쉽게 쌓이는 편이라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니 재밌게 해볼 생각이다.
목요일인 오늘부터 주말까지는 티스토리를 활용한 서포터즈 활동이나 예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유럽에서 꼭 해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던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를 찾아볼 예정이다. 서포터즈 활동은 아무래도 대학생 위주로 모집하는 공고가 많다 보니 폭이 좁을 것 같은데 오랜만에 이것저것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 공모전 참여도 할까 했는데 현재로서 여기에 에너지를 많이 쏟기엔 무리일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는 돈이 목적이라기보단 그냥 그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친한 형이 여기서 오래 일했던 적이 있는데 가끔 놀러갈때마다 그 생활이 재밌어보였다. 무엇보다 영어를 좋아하기도 하니까 여러모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여행을 다녀온 뒤 기존에 있던 것들을 다시 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변화도 많이 주게 되었다. 그 이유는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나도 모르게 느껴버렸다. 아직도 회사 생활에 대해 약간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사람 다 똑같다고 나도 그 수순을 밟아야할 것 같다. 그렇다 해서 하고 싶은 것을 잊은 체 다시 쳇바퀴 삶을 살겠단 얘긴 아니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준비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그만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텐데 혼자 집에서 하기엔 역부족이라 답을 내렸다. 또, 아무리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나름의 사회적인 시선도 있겠고. 그래도 제일 신경 쓰게 되는 건 아무래도 부모님이다. 더 이상 내 행복만 주장하기엔 살짝 억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야하나. 뭐든 상호적인 것이 좋지 일방적이게 되면 탈이 난다.
퇴사하기 전 항상 말했던 '먼 곳은 한번 다녀와야지'라는 목표를 달성해서 그런진 몰라도 유럽여행 이후로 마음이 뭔가 잡히긴 확실히 잡혔다. 친구와 만났을 때 '이제 뭔가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태까지 한 번도 안 그랬었는데'라고 말했더니 그럼 그때가 일을 할 때라고 친구가 말해주었다. 유별 떨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지 어느 정돈 알기에 마음이나 행동이 약간 타이트해진 것 같은 요즘이다.
내 말이 너무 길었나. 그래도 오랜만에 적는 일상 글이니까!
여행을 다녀온 뒤 사실 만날 사람이 많이 없기도 하고 그마저도 다 바빠서 외출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 욕구를 채우고자 어제 혼자 열심히 놀았지만.. 아무튼 하루는 예전부터 정말 가고 싶었던 북카페를 다녀왔다. 원래 홍대에 있는 곳을 가려고 옛날부터 메모해뒀었는데 한번 검색해보니 놀숲이라고 프랜차이즈처럼 퍼진 북카페가 있었다. 놀숲 사진들을 보니 내가 딱 원하던 느낌이라 나가기로 한 가까운 장소에 있는 곳으로 한번 방문해봤다.
만화책을 읽을까 했는데 읽고 싶은 것이 딱히 없어서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산문집을 읽었다. 총 2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는데 한 시간 반 정도는 책을 읽고 30분 정도는 잤다. 첫 느낌이 너무 좋았어서 앞으로 자주 방문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