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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장사 중인, 연남동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맛집 송가네

디프_ 2024. 5. 7. 20:23
기대 없이 방문했다가 퀄리티와 양에 놀라서 나온 연남동 맛집 송가네

 

 

누군가와 만날 때는 그렇게 못하지만, 혼자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는 어딜 가는지 딱히 검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다음 일정이 있다거나 그럴 경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찾아보긴 하는데, 정말 자유롭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을 경우에는 우연한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편이다. 이날이 그랬다. 낮에 일정만 있었고, 저녁은 자유였다. 그래서 혼자 밥을 먹어야겠다 생각을 했었다. 근데 딱히 찾아보지 않았다. 일단 뭘 먹고 싶은지도 생각이 안 나더라. 그래서 그냥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가게를 가야겠다 싶었다. 근데 뭔가 걸어도 걸어도 딱히 땡기는 것이 없었다. 홍대 연남동이어서 맛집이랑 맛집은 모여있을텐데 구미가 당기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검색을 해봤는데도 딱히 땡기는 곳이 없더라. 디저트를 먹어야 하나 싶다가도, 막상 디저트를 먹으려고 하니 밥이 먹고 싶더라. 진짜 애매한 때였다. 안 먹을 생각이면 안 먹으면 되는데 그것도 아니고.

 

그렇게 그냥 일단 안 가봤던 길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저번에 봐두었던 길도 거닐었었는데 역시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소개할 이 가게를 발견하게 되었다. 딱 보자마자 여기 들어가야겠다 싶더라. 판매하는 메뉴를 보고 혹했던 것 같은데, 뭔가 한식이 땡겼었나보다. 홍대나 연남동 이쪽은 아무래도 데이트코스로 한식보다는 다른 종류의 음식들이 더 인기가 많아서 검색했을 때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나 보다. 차라리 한식이 땡겼으면 한식을 찾아 움직였을 텐데, 그전엔 아무 생각이 안 나다가 이렇게 메뉴판을 보고 꽂히다니. 뭔가 커플들끼리 아무거나 먹고 싶다고 말하는데 말하는 것마다 거절을 당할 때 이런 기분인가. 내가 혼자여서 다행이다. 아마 혼자니까 이런 것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 내부는 쾌적하고 넓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고추장불고기 하나를 주문했다.

 

가격은 11,0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겠다. 근데 여기 상권도 상권이고, 무엇보다 아직은 음식을 먹어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 가격이 다른 곳들보다 조금 높더라도 퀄리티만 괜찮으면 합리적인 금액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까지 내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여기 1988년부터 장사 중이라고 한다. 근데 나의 경우 이날 처음 알았다. 연남동 메인 골목에 있는 것도 아니고, 길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살짝 고개를 틀어야 보인다. 그니까 처음 오는 손님이 쉽게 찾아오기 힘든 구조랄까. 애초에 이쪽에서 이런 가게를 검색하는 손님도 많이 없겠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에 초점을 맞춘 것 같기도 한데, 이날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외국인도 있었지만 그만큼 한국인도 많았다. 무엇보다 근처에 거주하여 그냥 편하게 방문하는 손님들도 많아 보였다. 단골 고객 느낌이랄까.

 

여기 송가네의 경우 24시간 연중 무휴 영업을 한다. 간혹 특별한 날은 예외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이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계신 것 같았다. 사실 개인적으로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뭔가 내가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재료 상태에 의심이 간달까.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내 편견이긴 한데 내 생각은 그렇다. 근데 이날은 내가 첫 방문이기도 하고 사전에 그런 것을 몰랐다. 먹고 나서 알았다. 근데 결과적으로 24시간 가게에 대해 내가 우려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 최근 2~3년 간의 일 이후로 24시간 가게들이 많이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좀 좋아하던 짬뽕 가게가 있는데 거기도 폐업을 하고 가게가 사라졌더라. 친구들이랑 운동 끝나고 종종 가던 곳인데 좀 아쉽더라. 아무튼 그래서 그만큼 요즘 희소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막상 없어지니 반대로 찾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주문 후 좀 시간이 지나 주문한 고추장불고기 메뉴가 나왔다. 이제부터 여기를 칭찬해볼까 한다. 사실 앞서 말한 것처럼 가격이 11,000원이면 저렴한 금액은 아니겠다. 근데 개인적으로 여기 또 재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남동 자체에서 이런 밥집을 오기가 쉽지 않긴 하겠다. 나의 경우 여기 거주민도 아니고, 막상 나왔을 땐 한식보단 다른 메뉴를 먹고 싶어 하는 편이니까. 근데 만약 이날처럼 뭔가 한식이 먹고 싶어지면 충분히 여길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다. 꽤나 만족스러웠다. 일단 수저가 저렇게 개별로 보관되어져 있었다. 사실 요즘 그냥 다 통에 넣어져 있지 저렇게 개별 종이로 담겨져 나오는 곳이 별로 없다. 막 고급 집 아니고서야. 근데 여긴 이렇게 하나씩 개별로 포장되어 테이블마다 있더라. 저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저게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진 않겠지만.

 

그리고 기본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일단 고추장불고기의 경우 양이 충실하게 들어있더라. 그니까 대충 들어있는 것이 아니고 많이 들어있었다. 밥 한공기가 아니라 두 공기를 먹어도 충분한 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고추와 상추쌈, 김치와 장국이 제공되는데 여기서 끝이 났으면 살짝 아쉬웠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먹다가 계속해서 요청드리면 눈치 보일 수 있으니까. 근데 여기 저 각종 쌈 종류와 마늘, 된장 등을 편하게 셀프로 가져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돼지불백 같은 것을 먹을 때 쌈장 가득 찍은 마늘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 그렇게 흰쌀밥과 먹으면 너무 맛있더라. 상추는 중간중간 먹어주고. 근데 여기선 눈치 볼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가져다 먹으면 되니까 좋더라. 쌈장도 그냥 시판이 아니고, 직접 담그신 비쥬얼이라 적당히 짠기와 함께 고추장 불고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김치도 솔직히 맛있었고.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대를 하나도 안했는데 좀 감탄했던 곳이다.

 

고기도 뚝배기에 담겨나와 온도가 오래 보존되어 계속해서 뜨겁게 먹을 수 있어 좋기도 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매장 내부도 쾌적하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나름 독립성 있게 식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좋았다. 여기 메인 메뉴가 감자탕으로 보이고 다른 한식 메뉴도 많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정도 퀄리티와 양을 제공하는 곳이면 충분히 외국인들에게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가게다. 사실 요즘 명동 길거리 음식부터 해서 뭔가 한철 장사 느낌으로 가격만 높고 퀄리티는 생각하지 않는 가게들이 많아 개인적으로 아쉽긴 한데,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미 많은 외국인분들도 여기서 식사를 즐겨주시는 것 같고.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 먹으면서 이 고기가 만약 국내산이면 대박이겠다 싶었다. 근데 나오면서 원산지 표시판을 보니 국내산은 아니더라. 하긴 요즘 야채 값이 매우 비싼데 그게 무한리필이 되는데 이 가격도 합리적인 것이겠지. 1988년부터 장사 중인, 연남동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맛집 송가네 다음에 한식이 땡길 때 또 방문해야겠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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