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베이스가 국물이 아닌, 비벼 먹는 비빔쌀국수
한국에서도 쌀국수는 자주 먹지 않는 편이다. 어디 맛집을 간다고 할 때 쌀국수 맛집을 딱히 찾아본 경험은 없다. 예전에 종종 분짜라든가 뭐 다른 것들 먹으러 간 적은 있어도, 쌀국수만을 먹기 위해 어디를 찾아간 적은 별로 없었다. 지금 기억을 되돌려봐도 한 두세 번 정도 되는 것 같다. 압구정 쪽에서 한 번, 홍대 쪽에서 한 번 정도? 두 번 다 내가 찾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아무튼 그렇게 잘 안 먹는데, 또 일상에서 잘 안 먹는 것은 아니겠다. 평소 일을 할 때 점심으로 편하게 종종 먹는 것 같다. 딱 나에겐 그 정도의 음식이었다. 맛집 느낌으로 찾아가진 않아도 일상에서 한두 번 정도 먹으면 좋은 음식이랄까? 사실 맛이 없진 않다. 맛있다. 기본 소스와 매콤한 소스 적당 비율로 섞어서 같이 나온 절임 양파나 안에 있는 숙주 같은 것 찍어서 중간중간 먹으면 꽤나 맛있다. 근데 딱 그 정도까지인 것 같다.
근데 동남아에 놀러가면 이 메뉴는 꼭 찾아서 먹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동남아 여행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여행을 주로 혼자 다닌 적이 많은 편인데, 휴양지는 도저히 혼자서 갈 엄두가 안 나더라. 그래서 휴양지에 대한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이제는 그래도 예전과는 좀 달라야 할 것 같아 그래도 시도를 해보고 있긴 한데, 사실 혼자 여행에다가 내 감성을 살리려면 아직 일본만한 곳은 찾지 못했다. 내가 워낙 좋아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싱가폴을 좀 가보고 싶긴 한데 혼자서는 아마 안 가볼 것 같다. 아무튼 다시 먹는 이야기로 돌아와, 이번 베트남 나트랑 여행에서 어떻게 생각하면 도착하자마자 거의 쌀국수를 먹으러 왔다. 전날 밤에 도착하였고, 잠만 자다가 브런치로 가볍게 해결하고 식사 느낌으로 첫 방문한 가게이니 말이다.
근데 평소 우리가 아는 그 베트남 쌀국수와는 다른 느낌의 장소를 방문했다. 구글맵으로 어딜 갈까 찾아보던 중에 여기가 눈에 들어왔다. 리뷰가 거의 2,000여개가 다 되어가는데 평점이 4.9점이었다. 사실 여행을 다니면서 구글맵을 이용해보면 이 수치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아실 것이다. 그래서 4.5점만 넘어가도 맛집이니까 믿고 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데, 4.9점이라니. 근데 이번 베트남 여행에서 느낀 부분인데 은근 동남아가 이렇게 거의 만점에 근접하는 가게들이 종종 있더라. 리뷰 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많은데도 말이다. 한국에서도 못 찾았고, 예전 유럽 여행 다녔을 때도 없었던 것 같은데. 동남아가 물가가 저렴해서 상대적으로 더 그런가? 아무래도 여행객들한텐 가격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근데 오늘 소개할 Pho Kho Hung Huynh의 경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가게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식사시간을 갖는 동안 관광객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경기도 나트랑시라고 불리울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곳인데 머무르는 시간 동안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근데 이 부분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여기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오전 6시에 오픈하여 오후 1시까지 장사를 하고,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다시 장사를 하신다고. 구글맵에 나온 정보가 틀린 경우가 많은데, 여긴 일치하더라. 내가 딱 12시 40분 정도에 도착을 해서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도 일단 가보자 싶었는데 마음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앉아 있다 보니 현지인 손님들이 오셨는데 대충 1시까지는 받아주시는 것 같다. 근데 그 이후에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못 드시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러니까 여유 있게 12시 30분까지는 오는 것이 좋겠다. 아무튼 이렇게 어정쩡한 시간에 방문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근데 리뷰들을 살펴보면 아직 관광객들이 확실히 덜 찾긴 하는 곳처럼 보인다. 다른 유명한 곳들에 비해 덜 알려진 느낌? 슬슬 찾아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근데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그 흔한 국물 베이스의 쌀국수가 아니라, 이렇게 비벼 먹는 쌀국수라도 일부러 안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겠다. 사실 기본 베이스를 즐겨주고 가끔 이렇게 이색적인 메뉴를 즐겨주는 것이 맞으니까. 나의 경우 이 비쥬얼이 워낙 신선해서 먹어보고 싶었다.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니까. 근데 여기가 다 기본 비빔 쌀국수인 줄은 몰랐다. 오기 전에 워낙 정보를 많이 찾아보는 편은 아니고 선택을 했으면 경험해보자 주의이기 때문에 일단 와봤다. 근데 알고 보니 여기 다 비빔국수였고 이렇게 별도로 쌀국수 육수가 제공되는 시스템으로, 저기 있는 고기와 국물만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면이랑 섞어서 먹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처음에 구글맵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비빔으로 먹고 싶다고 주문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메뉴가 나왔고, 처음 온 것처럼 보이는 손님들은 이렇게 여러 소스를 넣고 손수 비벼주신다고 한다. 맛있는 곳에 갔으면 맛있는 곳에서 주는 방법대로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근데 현지인들은 여러번 와봤기에 셀프로 비벼 먹는다고 하더라. 그렇게 기본 베이스가 국물이 아닌, 비벼 먹는 비빔 쌀국수를 처음 먹어보기 시작했다. 베트남 나트랑 쌀국수 리뷰 평점이 제일 높은 가게였기 때문에 과연 어떨지 맛이 궁금했다. 일단 여기 국물 맛은 합격이었다. 진하고 가볍고 담백했다. 다만 고수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나처럼 고수를 못 먹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빼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들어가 있는 고기도 큼지막하고 잡내 없고 살코기가 많아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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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비벼 먹는 쌀국수 맛은 어떨까? 개인적으론 솔직히 '잘 모르겠다'였다. 일단 내 입맛에는 국물이 있는 쌀국수가 더 맛있었다. 사실 그래서 여기도 처음부터 비벼 먹는 것이 아니라, 여기 쌀국수 저 육수가 너무 맛있으니까 면을 담궈 먹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그니까 여기가 국물 쌀국수를 못해서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물이 너무 맛있는데 이렇게 특색 있게 제공하는 것이라 보면 되겠다. 그리고 이게 누군가에겐 맛있으니까 여기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것이고. 근데 내 입맛에는 좀 아니었다. 물론 이 시간에는 경험치가 크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는데 다음에 또 오겠는 것은 모르겠달까. 일단 개인적으로 음식이 새콤한 맛은 별로 안 좋아한다. 근데 소스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새콤하더라. 그게 좀 안 맞았다. 오히려 이렇게 국물에 있는 여러 재료를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더 맛있었다. 뭔가 비빔 쌀국수 소스를 덜 넣고 비볐으면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 요즘 슬슬 입소문이 나고 있는, Pho Kho Hung Huynh를 소개해봤는데, 일반 쌀국수가 슬슬 지겨우신 분들은 한 번 가봐도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일단 가격이 착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