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 삼각지 고가도로 아래에서 1978년부터 지금까지 장사 중인 청국장 맛집 진미식당
지나가다 딱 봐도 허름한 건물에 뭔가 맛집스러운 느낌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저기 한 번은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우선 청국장 메뉴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속이 가벼운 음식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먹고 싶었다. 근데 대충 먹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먹고 싶었다. 저번에는 청국장 메뉴를 판매해서 가봤는데 음식 맛도 괜찮고 밑반찬도 맛있고 다 좋았는데 위생적인 부분이 하나 걸려서 재방문을 안하게 되더라. 나름 충격적인 날 중 하나였다. 아직까지도 그때가 안 잊혀질 정도니까. 아무튼 이 가게 딱 뭔가 외관부터 맛집이다 느껴졌고, 무엇보다 중소벤처 기업부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고 하여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날 이렇게 방문하게 되었다. 근데 여러모로 놀랄만한 포인트가 많았고, 포스팅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놀랄만한 정보가 보이더라. 오늘 포스팅이 조금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벌써부터 든다.
무어라 특정지어 말할 순 없겠는데, 딱 외관부터 여기 진짜 맛집이네 느껴지는 곳들이 있다. 그게 꼭 허름하다고 해서, 크다고 해서, 깔끔하다고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뭔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은 그런 곳이랄까. 사실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한 장소에서 오래 장사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검증이 되었다는 의미겠다. 맛도 맛이고, 단골 고객도 단골 고객이고, 그렇게 오랜 기간 퀄리티를 유지하는 노력까지 포함이겠고. 사실 요즘 SNS가 발달함에 따라 반짝 장사를 하고 사라지는 가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근데 그런 곳들은 길어야 1~3년이 못 가더라. 실제로 가보면 비쥬얼은 좋아도 자극적인 맛만 있기도 하고. 딱 어릴 때 방문하면 좋을 느낌이랄까. 근데 이런 곳은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고, 또 연령대도 딱히 상관없는 그런 곳이기 때문에, 이런 기반을 만드는 데에는 적잖은 노력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 여기서부터 놀란 포인트를 말해봐야겠다. 우선 여기 정말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다. 청국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오랜만에 청국장이 먹고 싶어서 여길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중소벤처 기업부 백년가게에 선정된 곳이라는 포스터를 봤다. 그걸 보고 여기 한 번 와봐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백년가게 선정은 허투루 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면, 백년가게 선정의 경우 백 년이 되어서 선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사를 유지해갈 수 있을 것 같은 가게에 선정을 해준다고 하더라. 나도 정확히 찾아본 것은 아니고 어디서 본 내용이다. 실제로 이 가게도 1978년부터 장사를 시작했으니 아직 100년이 되진 않았겠다. 그럼 위 내용이 어느 정도 맞는 것이 맞겠다. 아무튼 그렇게 딱 저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가게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 봤을 때 사람이 많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안을 보니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웨이팅이 있더라.
물론 평일이기도 해서 오랜 시간 기다리진 않았다. 근데 나에겐 웨이팅까지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 충격이었다. 너무 편하게 그냥 동네 가게라 생각했나보다. 그렇게 기다렸고, 자리를 안내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일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나름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계셨다. 그리고 건물 외관은 허름할지언정 내부는 깔끔하고 쾌적했다. 밖에서 본 것과 실제 접한 느낌은 아예 다른 느낌이랄까. 그렇게 자리에 앉아 제육 하나와 청국장 하나를 주문했다. 주문 후 청국장이 먼저 나왔는데 비벼서 먹는 시스템이었다. 그걸 보고 이건 안 될 것 같아, 제육을 취소하고 청국장을 추가로 주문했다. 그래서 각자 청국장을 비벼서 먹기로 했다. 아쉽긴 하지만 잘한 선택이었다. 만약 청국장 하나를 시켜서 둘이 나눠 먹었으면 부족했을 것 같다. 애초에 비벼 먹는 구조여서 이게 맞고, 추가로 사이드 느낌으로 고기를 시키는 것이 맞겠다.
그렇게 청국장을 넣고, 기본 야채에 밥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열심히 비비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서 판단 미스를 했다. 간을 좀 세게 먹고 싶어서 고추장을 많이 넣었는데 기본적으로 청국장에도 간이 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고추장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넣었다. 그래도 나름 먹긴 먹었는데 비빔밥이 아니라 밥이 좀 눌려서 살짝 죽과 같은 느낌이 나서 아쉬웠다. 그래도 맛은 있었다. 간도 내 입맛에는 적정했고. 근데 다음에는 아마 고추장을 조금 넣어서 비벼 먹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먹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웨이팅은 계속 이어졌다. 아무래도 매장 내부가 협소하기 때문에 더 그렇겠다. 인기는 많고. 그리고 이때 당시에는 모르고 포스팅을 하기 전에 우연히 안 사실인데, 여기 성시경 먹을 텐데에도 소개가 되었던 곳이더라.
당시 소개 되었을 때는 '1978년부터 외할머니 레시피를 이어받아 백년가게 인정받은 청국장' 메뉴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여름철 콩국수 맛집으로 소개가 되었다. 근데 이도 놀랄 것이, 여기 왔을 때 메뉴판에 계절메뉴로 냉콩국수를 판다는 것을 보고, 일행과 함께 '여기 여름에 콩국수 먹으러 사람들 엄청 오겠다'라고 말을 했었다. 근데 실제로 여기 여름에는 또 사람들이 콩국수를 먹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었다. 성시경 먹을텐데에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애초에 콩 자체를 100% 국내산 문경 콩만 사용하시고, 콩을 불리고 삶고, 기계식 맷돌에 가는 것도 다 직접 하신다고 한다. 그리고 문경 콩 자체가 다른 곳들보다 고소하고 단백질 함유량이 많은 토종 종자라고. 메뉴만 봤을 땐 그냥 청국장이겠지 싶을 수 있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뭐 하나 대충 된 것이 없겠다. 그러니 이렇게 백년가게로 선정받아 현재 45년 넘게 가게를 유지 중이신 것이겠고. 재료도 당일 사용할 재료만 구매하여 당일에 모두 소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청국장은 처음부터 다 비비지 않고 적당량만 넣은 다음에 밥을 먹으면서 중간중간 떠 먹어주었다. 밑반찬은 심플한데 딱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이 아삭이 된장 고추가 너무 맛있었는데, 추가 리필을 하려고 하니 재료가 다 소진되어 먹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정말 당일 소진 하시는구나 싶었다. 고소한 청국장 향과 함께 신선하고 건강한 느낌 팍팍 나는 비빔밥을 야무지게 먹어주었다. 여기서 말씀 주신 것처럼 다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불편한 부분이 하나 없었다. 누군가는 힘들어 할 수 있는 청국장 향 자체도 뭐 평소 좋아해서 못 느낀 것일 수 있겠지만 다른 곳들보다 깔끔한 느낌이었고. 너무 맛있게 식사를 잘했다. 지금 콩국수를 개시하신 것 같은데, 다음에는 콩국수를 먹으러 한번 와봐야겠다. 무더워지는 피크 타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질 것 같고 슬슬 가보면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도 이렇게 숨겨진 맛집이 많음을 알게 해 준 용산 진미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