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15년 이상 방치된 빈집을 리뉴얼한 이색 종로 카페 아마츄어작업실

디프_ 2024. 3. 28. 20:17
디카페인도 있고, 독특한 네모 치즈 케이크도 맛있었던 종로 카페 아마츄어작업실

 

 

사실 예전만큼 혼자서 시간을 잘 못 보내고 있다. 잘못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잘 못 보내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예전처럼 혼자 놀 때가 이젠 재밌지가 않더라. 예전엔 어떻게 그렇게 혼자서 돌아다니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을까. 아직도 생각나는 한 장면은, 혼자서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골목길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이다. 그때도 심심하니까 친구들이랑 보이스톡으로 연락도 하고 어머니와 통화도 하면서 그렇게 길을 거닐었다. 근데 그게 단순 심심했던 것이지 전화를 하며 그 공간을 거니는 것 그 자체는 행복했다. 근데 요즘은 새로운 곳을 가도 즐겁기보단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진다. 똑같이 심심하긴 한데 그 기반이 되는 감정이 다르다고 보면 되겠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요즘은 언제나 그러니까. 요즘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러려나?

 

그래도 이 공간이 주는 매력 자체는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실 카페 포스팅은 잘 안하는 편이긴 하다. 왜냐하면 잘 안 가기도 하고, 뭔가 음식과 다르게 이것저것 사진을 찍기도 뭐해서. 막 디저트를 이것저것 펼친 다음에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음료 하나 디저트 하나 이렇게 주문하니까 말이다. 뭐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여긴 이 공간이 너무 매력 있어서, 공간 별로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다양하게 사진을 찍어봤다. 사실 처음엔 사진 찍을 생각을 안했다. 근데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여긴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찍은 다음에 포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런 유명한 곳이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보시면 좋겠다. 물론 나도 이날 처음 알았다.

 

이날 오랜만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었다. 원래는 이 근방에서 저녁까지 먹을 생각이었는데, 시간도 애매하고 배도 안 고프고 뭘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간단히 해결한 다음에 카페를 가서 디저트나 먹자고 계획을 바꾸었다. 그래서 오기 전에 가볍게 김밥 한 줄을 해치우고, 이렇게 카페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 말고 다른 후보군이 2군데 더 있긴 했는데, 여기 15년 이상 방치된 빈집을 리뉴얼한 이색 종로 카페 아마츄어작업실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판매하여 이렇게 와봤다. 사실 그냥 디카페인이 아니라 베트남 연유 커피도 디카페인이 되더라. 요즘 연유를 과거에 비해 많이 줄이긴 하지만 이게 습관이 무서운 것이, 아직도 여전히 메뉴판에 연유라떼가 있으면 반응하게 되더라. 사실 연유라떼 종류 아이스를 판매하는 가게가 많이 없다. 여전히 많이 없다. 게다가 그게 디카페인이어야 하니까.

 

이 카페의 경우 카운터에서 가서 주문을 하고, 진동벨이 울리면 주문한 메뉴를 가져오는 구조다. 매장의 경우 밖에서 보면 굉장히 좁아 보이는데, 내부는 꽤나 넓다. 테이블도 많고. 그리고 2층도 있어서 사실 여기 왔을 때 웨이팅이 있다거나 그럴 일은 없어 보인다. 내가 갔을 때도 불금이긴 했는데 1층엔 사람이 많고 2층에는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은 아니고, 적당히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카페다. 뭔가 여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가지고 있달까?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여기만의 느낌을 갖고 있어서 좋다. 이건 메뉴도 해당이다. 사실 케이크야 요즘은 어디든 팔지만, 그래도 여긴 뭔가 네모 치즈 케이크라고 해서 독특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이런 사소한 포인트까지 마음에 들었다. 즉 다시 방문하고 싶은 카페라는 말이 되겠다.

 

그리고 여긴 술 종류도 팔더라. 주말에는 좀 분위기가 다르려나? 이날은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그래서 밖에서 시간을 보낼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좀 카페 내부도 한산했다. 근데 이렇게 테이블이 많은데 주말에 웨이팅까지 발생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너무 유명한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뭔가 나만 알고 있는 카페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더 좋기도 하고. 오랜만에 그냥 외부 공간에서 커피와 디저트 하나 시켜놓고 핸드폰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뭔가 집 안에서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밖에서 하면 더 즐거울 때가 있다. 이날 보지도 않던 피지컬 100을 잠깐 봤었는데, 스킵하면서 보니 1시간 정도가 후다닥 지나갔다. 사실 이때 특정 시간까지 버텨주어야 해서 나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여기 마음에 들었던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다. 개인적으로 뭐 어느 스피커가 좋은지, 음질이 어떤지 그런 것은 잘 모른다. 근데 확실히 최근에 스피커가 중요하다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우연히 좋은 스피커로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스마트폰과 같은 것으로 음악을 들으니 딱 듣는 귀가 다르더라. 그래서 그쪽 분야도 자꾸 눈이 높아지면 계속해서 높아진다고 하는 말의 의미를 그때 알 수 있었다. 뭐 여기 카페가 그렇다는 것은 아닌데, 아무튼 내가 좋아했던 느낌은 LP 바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우선 적당히 조명이 어둑어둑한 부분도 좋았는데, 잔잔하게 따뜻한 노래들이 들려오니 그냥 그 공간 자체가 힐링인 느낌이었다. 물론 이날 혼자 온 일행은 나밖에 없긴 했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여기 아마츄어작업실 카페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네모 치즈 조각 케이크. 이것 맛 괜찮았다. 일단 비쥬얼이 너무 귀엽다. 저 포장되어 있는 봉지도 마음에 들고. 다만 가격이 좀 나가긴 해서 어떻게 보면 가성비는 없는 디저트라고 보면 되겠다. 근데 한국에서 디저트 중에 가성비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그나마 대전 이성당과 같은 곳이 그러려나? 한국 빵값이나 디저트 가격 비싼 것은 이제 다 아니까. 아무튼 근데 이 치즈 케이크 맛있었다. 그리고 보는 것과 다르게 먹다 보면 양이 은근 된다. 물론 1인 기준으로 말이다. 2인 기준으론 2개는 시켜야 좀 수다도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종류별로 안에 과일이 들어있기도 하고 이 시원하면서도 푹신푹신한 식감이 괜찮았다. 와인 안주로도 괜찮은 느낌이라고 말하면 좀 와닿으시려나? 적당히 달달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처음에 그냥 나갈까 하다가, 이렇게 2층으로 올라와봤다. 15년 이상 방치된 빈집을 리뉴얼한 곳이기 때문에 옛 흔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좀 남아있다. 단적인 예로, 올라오는 계단이 굉장히 가파르니 내려올 때랑 올라올 때 조심해야겠다. 잘못 헛디디면 넘어지기 딱 좋다. 그리고 2층으로 올라오면 탁 트인 공간이 펼쳐지는데 그 첫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람이 없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창문 너머로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아무튼 오랜만에 카페에 방문해서 이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현대화된 느낌도 좋아하긴 하는데, 감동을 주는 것은 이런 느낌인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좀 희소하기도 하고. 그리고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라고 하여 위생이 안 좋다거나 그렇진 않았다. 사장님께서 워낙 깔끔하게 잘 관리해 주시는 것 같았다. 머무르는 시간 내내 기분이 너무 좋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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