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들만 찾아와 실컷 먹고 돌아가는 원효 추어탕
정확한 것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뭔가 기력 회복이 되는 음식들은 추운 겨울철보다 날이 좀 따스해지는 봄에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뭔가 겨울은 웅크리고 있는 느낌이라 그런가, 봄이 되면 다들 나와서 뭔가 더 에너지 있는 것들을 섭취하고 또 그만큼 발산하는 느낌이 든다. 뭐 정확한 데이터 같은 것은 없고 그냥 나 혼자 상상해보는 생각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으로 그런 효과를 기대하려면 한 끼로는 절대 안 되고 수천분량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래서 기대하는 효과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서 뭔가 보양식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을 먹을 때, 정말 몸에 좋겠다는 기대보다는 맛과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며 먹는 편이다. 뭐 그런 것들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영양제에 훨씬 더 잘 들어있으니 말이다.
다만 또 방송사 측에서는 이런 키워드에 여전히 소비자가 반응하기 때문에 '몸에 좋은 보양식'과 같은 말로 특정 음식들을 시즌마다 소개하곤 하겠다. 근데 뭐 그것이 아예 틀린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령 오랜 시간 좋은 뼈로 푹 끓인 사골 육수 베이스로 만든 곰탕 같은 것을 먹을 때, 먹으면서 땀 쭉 빼고 나면 실제로 개운한 느낌이 드니까. 라면 같은 것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적당히 리프레시도 되고 말이다. 그래서 그냥 대충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것은 확실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통해 체력이 좋아져서 한 달 동안 거뜬하다 이런 것들은 과장이라 생각하고. 뭐 그냥 단순히 이런 정도의 믿음만 있는 편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원효 추어탕의 경우 이 기준에 딱 부합하는, 적당한 보양 음식 맛집이라 생각한다. 우선 건강은 제외하고 맛만 고려하더라도 맛있어서 찾게 되는 곳이다.
근데 실제로 여길 방문하는 다른 손님들도 정말 맛 때문에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매번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국물 하나 남김 없이 다 잘 드신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몇 번 먹은 적이 있는데 최근엔 먹는 양이 줄어서인지 그렇게는 못 먹겠더라. 근데 여기의 경우 국물까지 다 먹는 것이 뭔가 몸에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겠다. 왜냐하면 들어가는 재료들이 다 워낙 신선하고 깔끔하고 괜찮다. 우선 고춧가루를 제외하고, 미꾸라지, 우렁, 돼지고기, 김치, 깍두기, 우거지, 쌀 모두 국내산이다. 고춧가루에만 중국산을 같이 섞어 쓰시는 것 같다. 사실 근데 뭐 나의 경우 중국산과 국내산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냥 맛있으면 된다. 뭐 중국산 피한다는 것이 집에서든 밖에서든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그리고 꼭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겠고.
봄철 기력 회복에 제격인 100% 국내산 미꾸라지 추어탕, 여기 가게의 경우 이 동네 사람들은 알고 방문하는 맛집답게 메뉴는 추어탕 단일 메뉴 하나만 판매하고 있겠다. 다만 이 추어탕이 얼큰인지 우렁이 들어가는지 차이만 있겠다. 그리고 저녁 술 한잔하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추어튀김, 해물파전, 제육볶음을 별도 판매하신다. 언제 한 번 여기 와서 추어튀김 먹어보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오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추어탕 하나를 주문하였고, 먹기 전에 기본 셋팅에 들어갔다. 여기 기본 찬으로 이렇게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 부추를 주신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산초가루와 후추, 들깨가루가 있는데 아직 이 세 개는 넣어보지 않았다. 예전에 후추를 넣어본 적이 있는데 뭐 드라마틱하게 맛이 변한다거나 더 맛있어진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느끼지 못했다. 마늘, 청양고추, 부추는 그냥 듣기만 해도 건강건강한 느낌이니까 팍팍 넣어줬다.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여기 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재료들이 정말 신선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 사장님께서 신경 쓰시는 것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만큼 기본 회전율이 보장되니까 이렇게 신선한 재료 수급이 가능한 것 같다. 그 부분이 제일 느껴지는 것이 부추다. 시들시들한 부추를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이렇게 다 강했다. 마늘과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도 먹을 때 다 섞어서 먹으면 맵다거나 그런 강한 자극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넣고 싶은 만큼 넣어서 먹으면 되겠다. 그렇게 잘 섞어준 뒤에 국물 한입 떠서 맛을 봐보면 되겠다. 사실 뭐 순대국처럼 별도 간을 맞출 필욘 없겠다. 애초에 그런 다대기를 넣는 음식이 아니니까. 이렇게 심심한 듯 적당히 즐겨주면 되겠다. 다만 먹었을 때 심심함보다는 구수한 맛이 올라온다. 그 구수하고 담백한 맛으로 이 추어탕을 즐기면 되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처음에 국 따로 밥 따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국밥은 말아아 제격이라고 하시는데, 그것보단 따로따로 먹는 것이 좋더라. 근데 여기 원효 추어탕 가게의 경우 그냥 말아서 먹는 것이 제일 낫다. 이유는 모르겠다. 여긴 그냥 말아서 먹는 것이 더 맛있더라. 아마 별도 고기나 그런 건져서 먹을 것들이 없고 숟가락 하나로 해결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근데 나중에 안 팁인데 처음부터 밥을 다 말면 국물이 걸쭉해지니까, 맑은 국물 베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반씩 말아서 먹는 것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겠더라. 올 때마다 항상 한 번에 다 말아버리니까 나중엔 떠먹을 국물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같이 온 일행이 그렇게 먹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역시 같은 메뉴를 먹더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똑같은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더 맛있게 잘하는 가게가 있는 것 같고.
그렇게 깍두기와 김치와 함께 계속해서 식사를 즐겨주었다. 사실 요즘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다. 그래서 어디 아픈가 싶었는데, 우선 내가 내린 결론은 피로 누적이다. 사실 피로하다 느끼는데 또 요즘 날이 좋아서 밖으로 자꾸 나가다 보니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못했다. 지난 주말에 쉬려고 일정을 다 빼두었는데, 날이 너무 좋아 또 급 나오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주는 이렇게 봄철 기력 회복에 괜찮은 100% 국내산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과 같은 몸에 괜찮은 음식들을 먹기도 하고, 잠도 푹 자고 하면서 시간을 보내볼까 한다. 당장 이번주가 아쉽더라도 뭐 충분히 쉰 다음에 또 달려주면 되니까. 아팠다 안 아팠다 하는 것보다 확 쉬고 계속 달리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오늘 소개한 곳의 경우 추어탕을 어려워 하시는 분들도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맛과 식감을 갖고 있으니, 여유 있는 날 한 번 방문해 보시면 좋겠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