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일하시는 분들은 꾸준히 들리고 있는, 용산 전자상가 맛집 8호 밥집
8호 밥집이라는 이름만 봐도 여기가 얼마나 이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겠다. 그리고 여기 상권이 예전에 얼마나 활성화되었었는지도 추측할 수 있겠다. 8호 밥집이라는 것은 그전에 1호부터 쭉 있었다는 것 아닐까. 물론 내가 그때는 여기를 와 본 적이 없어서 확실하진 않으나 아마 그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용산 전자상가 이쪽이 예전엔 엄청나게 사람들도 몰리고 장사가 잘 되었던 것으로 안다. 근데 이제는 오프라인이 아닌 대부분의 구매자가 온라인으로 소비를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상주하는 인원 외에는 유동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뭔가 외부에서 봤을 때 활력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온라인 가격 관리도 잘 되고 있어서 예전보다 확실히 종사자도 많이 줄긴 했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나쁘게 보진 않는다. 특히 용산 전자상가 이쪽의 인식이 안 좋게 된 이유가 그런 가격 문제도 크니까. 동대문 옷가게들도 그렇게 소비자들이 많이 줄지 않았나? 물론 아직 가보면 요즘은 예전과 다른 분위기로 사람도 어느정도 있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1~2년 전에 우연히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더라. 이런 것을 보면 반짝으로 뭔가 할 수 있어도 꾸준하려면 정체성과 같은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일희일비하면 정말 그 주체도 그렇게 사라지더라. 아무튼 오늘은 수요도 감소하고, 종사자도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용산 전자상가 직원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는, 밥보다 고기가 더 많은 야끼니꾸 전문점을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이 가게를 많이 와보진 않았다. 근데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양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고 볼 순 없겠다. 어쨌든 평균 1인 점심 가격 기준이니까. 근데 가성비는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여긴 메인 자체가 밥이라기보단 고기다. 근데 그 고기가 불맛을 가득 머금고 있으며 듬뿍 나온다. 한 숟갈을 뜨면 밥보다 고기가 더 많은 느낌이랄까? 물론 덮밥이기 때문에 위에 고기만 많은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겠는데, 먹다 보면 오히려 밥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되는 느낌이다. 그만큼 양 걱정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겠다. 하긴 이런 장점이 있어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는 것이겠다. 이 가게의 경우 정확하진 않지만 가족 단위로 운영을 하고 계신 것으로 보인다. 조리는 부모님이 하시고, 서빙은 자제분이 하시는 것 같다.
일행은 비빔밥으로 주문하고, 나의 경우 직화 소금구이 덮밥으로 픽했다. 예전에 여기 와서 매콤으로 주문했다가 너무 매워서 잘 먹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사장님께서 매운데 괜찮느냐고 물어서 덮밥인데 얼마나 맵겠어하다가 진짜 매워서 잘 못 먹었던 기억이 난다. 확실히 사장님께서 재차 여쭤보시는 것은 이유가 있겠다. 그리고 여기 천원만 추가하면 곱빼기로 고기 양을 늘릴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것도 좀 무리수였다. 배고플 때 와서 그렇게 먹어봤는데 가뜩이나 고기가 많은데 더 많아지더라. 솔직히 이게 마진이 남나 싶더라. 물론 근데 어느 가게든 손해 보고 장사하는 곳은 없으니 마진은 남는 것이겠는데 아무튼 소비자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고기가 많아지니까 대식가가 아닌 입장에선 너무 과하다 싶었다. 기본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원산지를 살펴보니 덮밥의 돼지고기는 미국산, 육개장의 소고기는 호주산이구나. 그외 배추나 고춧가루는 중국산이고. 하긴 이 구성을 보면 국내산 쓰기는 힘들겠다. 근데 개인적으로 고기 같은 경우 미국산이나 호주산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쪽 가축 환경을 보면 확실히 우리보다 선진국인 것처럼 보인다. 아무래도 공간 자체가 넓다 보니까. 다만 배를 타고 오든 뭘 하든 먼 곳에서 이동을 해야 하니 그런 관리적인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있겠다. 근데 그런 부분은 가격적인 측면으로 상쇄해 주니까 어느 정도 소비자도 인정을 하긴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비빔밥에도 상추를 걷어내면 저렇게 고기가 한가득인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점심 든든하게 먹고 싶은 사람들이 특히나 많은 이곳 용산 전자상가인데 확실히 다른 곳은 다 사라져도 여기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겠다.
그리고 계속해서 먹는 이 소스의 경우 사실 소금구이 덮밥에 나오는 소스가 아니다. 비빔밥에 나오는 소스다. 아마 양념이 부족하면 넣어서 먹으라고 같이 주신 소스인 것으로 보인다. 근데 일행이 한 번 부어서 먹어보라고 해서, 이건 이 소스 아니라고 하면서 소스를 워낙 좋아하니 손이 저절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숟가락 먹어봤는데 맛이 꽤나 괜찮았다. 그래서 그렇게 가볍게 시작하다가 나중엔 이렇게 전체적으로 비벼서 먹었다. 은근 감칠맛도 살려주고 맛있더라. 소금구이가 먹다 보면 첫맛에 비해 좀 심심해지는데 그 심심함을 없애주고 맛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은근 조합도 좋았다. 근데 이 부분은 확실히 내가 소스를 좋아해서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1만 원대의 금액으로 밥보다 고기가 더 많은 밥집에서 오랜만에 맛있게 고기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