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떼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직접 삶아 제공하는 왕십리 순대국

디프_ 2024. 2. 20. 20:35
불맛이 나는 수육은 또 처음 먹어본다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그만큼 실망도 많이 할 수 있는 메뉴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하는 순대국이 아닐까 싶다. 물론 대부분 테이블마다 다데기, 소금, 새우젓, 들깨가루 등이 있어서 손님이 간을 하기 때문에 맛 조절을 할 수 있어서 우리가 맛있게 느끼는 메뉴 중 하나라고 하지만, 그래도 대충 판매하는 곳과 진심으로 판매하는 곳의 갭이 개인적으로 큰 메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앞서 말한 것처럼 맛 자체는, 간 조절을 셀프로 하기 때문에 어딜 가든 대충 어느 정도의 맛은 보장된다. 물론 다데기가 입맛에 안 맞거나, 순대 등 베이스가 다를 경우 좀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짠맛이라든가 그런 것은 개인이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입맛에 대충 맞긴 하겠다.

 

그럼 어디서 차이가 발생하느냐. 개인적으로 재료 퀄리티와 구성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순대국 초보자로서, 기본적으로 이런 국 안에 순대가 3개 들어가는 것도 작년에 처음 알았다. 어느 유튜버가 추측을 하는데 실제로 그 개수가 딱 맞았고, 그 뒤로 먹으니 기본 3개가 정말 들어가더라. 그중에 잘 나오는 곳은 4~5대가 나오긴 하는데 평균은 3개가 맞았다. 근데 이 단순 공통된 숫자에도, 순대가 기본 기성품 순대가 들어가는지 아니면 조금 고급스러운 순대가 들어가는지에 대해 또 차이가 발생하더라. 진짜 맛있는 곳은 순대 자체도 맛있어서 굉장히 찰기 있게 먹을 수 있다. 그냥 서브용이 아니라 메인인 느낌? 그리고 순대국은 기본적으로 머릿고기부터해서 수육고기까지 여러 종류가 같이 들어간다. 그래서 이런 잡고기(?)를 못 먹는 사람들의 경우 순대만 넣어달라고 하거나 고기만 넣어달라거나 하기도 하고 그런 것으로 안다.

 

나의 경우 그때그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느날엔 순대만 넣어달라 하기도 하고 어느 날엔 고기만 넣어달라 하기도 하고 그런다. 사실 근데 내가 이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수육 베이스 고기는 잘 먹는다. 뭔가 식감 자체가 고기 식감인 것은 좋아라 하는 편이다. 근데 간혹 내장이 더 많다거나, 그 딱딱한 연골 고기라고 해야 하나. 그게 많이 들어있는 순대국집들이 있다. 그런 곳에선 사실 내장부터해서 이것저것 속재료는 잘 못 먹고 밥 한공기만 해치우고 오는 느낌이다. 처음엔 어찌저찌 먹는데 나중에 먹다 보면 숟가락 휘휘 저어가면서 고기를 찾고 있는 느낌이랄까. 음식 휘적거리는 거 별로 안 좋아하긴 하지만, 어차피 이 순대국은 혼자서 먹는 것이니 좀 그래도 괜찮겠다. 사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순대국 집의 경우 이렇게 휘휘 저을 필요가 없는 곳을 좋아한다.

반응형

 

일단 여기 떼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직접 삶아 제공하는 왕십리 순대국 가게에서는 정식을 주문했다. 사실 순대국 시켜놓고 수육을 시킬까 했는데 그렇게 헤비하게 먹을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었다. 뭔가 소화가 덜 된 느낌? 그래서 이렇게 정식으로 시켜서 먹어봤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나름 구성 괜찮게 잘 나왔다. 그리고 여기 수육이나 순대 등이 신기한 것이, 직접 삶아서 그런지 마지막에 토치 불로 살짝 그을려 주신 것 같았다. 겉 부분이 저렇게 살짝 그을린 포인트가 있는데 저게 은근 불맛을 나타내주었다. 사실 퀄리티 자체도 괜찮았다. 씹는 맛이 있을 수 있게 두께 적당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순대 자체도 토실토실하니 맛있었다. 다만 괜찮은 순대국 가게에 방문했을 때는 조심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함부로 수육을 시키면 안된다는 것. 사실 3~4명 이상일 경우 수육 하나 시키면 누가 되었든 먹긴 먹는다. 근데 둘이서 방문했을 때 순대국에 수육까지 시키면, 그 집 순대국 퀄리티가 괜찮을 경우 100% 수육을 남기게 된다. 왜냐하면 순대국 자체에도 이미 고기부터해서 이것저것 재료가 실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따로 추가 주문한 수육을 다 먹기가 힘들겠다. 근데 확실히 그 차이는 있는 것 같다. 기본 순대국에 들어있는 고기나 순대 퀄리티보다, 별도 주문한 수육이나 순대 퀄리티가 훨씬 더 좋다. 이건 맛집을 가든 일반 가게를 가든 공통적으로 경험한 부분이다. 사실 들어가는 재료는 아마 같을 텐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육수에 담기면 좀 질겨지나? 원래 더 부드러워져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먹었다. 개인적으로 순대국 맛있게 먹는 방법은 따로 없다. 우선 처음부터 밥을 말지 않는다. 그리고 쌈장과 새우젓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흰쌀밥에 각종 고기를 올리고 쌈장과 새우젓과 함께 먹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국물을 떠 마셔준다. 그리고 밥을 반공기 정도 해치웠을 때 국밥처럼 밥을 말아준다. 그다음에 또 비슷한 방법으로 먹는다. 근데 이때는 더 이상 쌈장을 쓰진 않겠다. 흰쌀밥과 함께 할 때 맛있는 것이 은근 쌈장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요즘 국밥 맛집을 판단하는 기준은 바로 새우젓이다. 새우젓이 좀 큰 사이즈로 나오는 곳은, 정말 수육 한 점에 새우젓 하나 올려서 먹으면 그걸로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는 순대국집이 김해에 있는데 거기 새우젓 사이즈가 커서 거기는 정말 기회가 있으면 매번 가서 먹고 있다.

 

그리고 양념 다데기 역시 처음부터 풀지 않는다. 처음엔 소금이나 새우젓으로 간만 해서 먹는 편이다. 물론 얼큰하게 먹고 싶을 때는 다데기를 풀 때도 있는데 분명히 두 맛의 차이를 느껴보긴 하는 편이다. 여기 왕십리 순대국 가게의 경우에는 신기하게 양념 다데기를 풀기 전이 더 담백하고 개인적으로 입맛에 맞았다. 양념을 푸니까 칼칼함이 살아나는데 좀 이질적인 느낌이랄까. 뭐 이날 입맛에 담백한 것이 더 맞았을 수도 있겠고. 아무튼 이날 새우젓을 잘 활용해서 고기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여기도 맛집은 맛집인 것이 이렇게 고기나 순대 등이 국밥 안에 실하게 들어있다. 이렇게 안 들어있는 곳들도 막상 다녀보면 꽤 많다. 다음에 또 방문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날 한 끼는 만족스럽게 잘 먹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