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도 심플하게 딱 막국수와 수육이 전부다!
요즘 평소 잘 안 가본 동네를 가보는 것에 나름 재미가 들렸다. 서울에 살면서 강동이나 강남 쪽은 잘 가보지 않았다. 그나마 강남엔 학원도 많고 약속 장소로 중간인 경우가 많아서 종종 가보긴 했는데 그것도 가봤던 곳들만 가본 것이겠다. 근데 최근에는 왕십리부터해서 이쪽 지역을 많이 가고 있다. 그냥 동네 자체가 나에겐 재밌더라. 뭔가 골목길을 다니면서 안 가봤던 곳을 가보는 재미도 있고. 실제로 내가 원했던 노포 스타일의 맛집도 많더라. 오늘 소개할 곳도 약간 그런 느낌의 장소다. 원래 여길 안지는 좀 되었는데, 평소 이쪽 지역을 워낙 올 일이 없다 보니 올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근처에 갈 일이 있었고 어딜 갈까 하다가 이렇게 오게 되었다. 사실 집에서 멀어서 자주 못 올 것 같긴 한데,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안 가봤던 곳들도 가봐야겠다 싶다.
오늘 소개할 성천막국수의 경우 동대문구 답십리에 위치하고 있다. 답십리역과 장한평역 사이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사실 이 주변 자체를 놀러오시는 분들이 많이 없겠다. 왜냐하면 이 주변에 뭐가 없으니까. 아마 나처럼 그냥 주로 지나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여기 주변에 호텔이 많아서 관광객들도 그냥 머무르는 정도지 이 주변에서 뭔가를 하질 않겠다. 그만큼 여기가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찐 맛집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나처럼 멀리 사는 사람이 찾아올 정도로 입소문이 난 것이니까 말이다. 실제로 여기도 뭐 광고나 TV에서 본 것이 아니고 지인 때문에 알게 되었다. 지인이 다녀온 뒤에 괜찮았다고 소개를 해주어서 다음에 가봐야겠다 하고 이렇게 저장을 해둔 것이었다.
마감 시간에 애매하게 걸려서 설마 못 먹는 것 아닌가 걱정을 했다. 근데 다행히 주문을 받아주시더라. 기본적으로 음식을 준비해두셔서 그런지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주문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도 어느 정도 처리를 해주시는 것 같았다. 내가 방문한 이후로도 여러 손님들이 왔는데 다행히 쫓겨나시는 분들은 없었다. 근데 정말 신기한 것이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들이 계속 오더라. 평일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여기 술 마시는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계속 왔다. 그게 신기했다. 물론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소주를 함께 시켜서 식사를 즐기시긴 했다. 내가 술알못이라 그런가? 막국수가 술에 좋은 안주인가? 근데 여기 국물 자체가 깔끔해서 뭔가 평양냉면 느낌이 나긴 했다.
어디서 봤는데 진짜 술안주로 제격은 평양냉면이라고. 술이 계속해서 깔끔하게 들어간다고 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여기 성천막국수 가게의 경우 정말 오래 되었다. 1966년부터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그럼 약 60면 정도 되신 것인데, 메뉴도 심플하다. 정말 막국수 하나다. 제육이라고 하여, 잘 삶아진 수육이 서브로 제공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메인 메뉴는 막국수가 맞겠다. 막국수 종류도 심플하다.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 딱 두 종류다. 근데 여기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고객의 니즈를 어느 정도 공략했겠다. 솔직히 가게는 오래되었지만, 그 어느 새로 생긴 곳보다 고객 최적화가 잘 되어있고 세련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우선 제육이 반접시가 있더라. 사실 이렇게 반접시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가게들도 객단가를 올리려고 최대한 많이 팔려고 하지 이렇게 세분화시키지 않는다. 근데 여긴 혼밥도 충분히 다양하게 가능하도록 저렇게 반접시를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1인 메뉴도 따로 있었다. 저런 것을 보면 확실히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가게가 오래된만큼 저렇게 판매하는 방식은 솔직히 쉽지 않은데 그런 부분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괜히 서울 3대 막국수 가게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겠다. 아무튼 그래도 처음 온 가게이니만큼,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는 맛을 봐야 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올지 말지를 정할 수 있고, 그때 뭘 먹을지 결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막국수 하나와 비빔막국수 하나씩을 주문하고, 제육도 반접시를 주문했다. 사실 그냥 한 접시 먹을 법도 한데, 이날 점심에 본의 아니게 고기를 많이 먹었다. 순대국과 수육을 먹어서 사실 제육도 안 먹어도 괜찮긴 했는데 그냥 맛이라도 봐야 했다. 근데 실제로 맛을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다. 어느 보쌈집, 고깃집보다 여기 제육이 너무 맛있더라. 비주얼을 보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쫀득쫀득하고 찰기가 있다.
약간 주객전도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다음에 막국수보다는 저 제육이라 불리우는 수육이 먹고 싶어 올 정도랄까? 저런 식감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렇다고 잡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깔끔했다. 자신 있게 말하는데 누구 하나 호불호가 없을 그런 맛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첫 감탄을 하고 본격적으로 막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일단 양이 굉장히 많았다. 먹으면서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긴 했지만, 배고픈 상태에 왔어도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솔직히 면 하나에 제육 시켜서 둘이 나눠 먹어도 괜찮을 수준이었다. 아마 그런 손님들도 있지 않을까? 근데 먹으면서 다른 테이블을 구경했는데 1인 1 메뉴는 기본으로 가져가시더라. 아마 이 가게에 오면 그 정돈 먹어줘야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들긴 하겠다.
약 60면 막국수 외길 인생으로 서울 3대 막국수 인정 받은 성천막국수. 사실 나 같은 경우 이날 처음 방문했기 때문에, 여기서 안내된 방식대로 식사를 즐겼다. 짠지를 있는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양념장과 겨자, 식초를 섞어서 먹기도 했다. 그리고 제육을 짠지와 먹기도 하고 비빔막국수와 함께 먹기도 했다. 물막국수에는 별도 양념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딱 평양냉면을 생각하고 먹으면 되겠다. 먹다 보면 특유의 그 짠기가 살짝 느껴지는데 그게 은근 별미다. 비빔막국수는 건강하면서도 적당히 자극적인데 감칠맛이 살아있어서 손이 계속해서 가더라. 그래도 역시나 최고의 한입은 수육과 함께 하는 비빔막국수였다. 저 조합 너무 괜찮더라. 짠지까지 곁들여 먹으면 계속해서 흡입 가능하겠다. 사실 여기 위치 자체가 나에겐 자주 오기 쉽지 않다. 근데 만약에 주변에 진짜 막국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여길 데려오고 싶다. 막국수에서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