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무침이 실하게 들어가 있어 감칠맛 있게 먹기 좋은 보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종종 방문하고 있는 칼국수 맛집이 있다. 근데 여기의 경우 정말 동네에서 알짜배기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신기하게 일요일에는 장사를 안하는데, 평일 점심과 저녁에 항상 사람이 많다. 사실 동네 장사의 경우 점심과 저녁 모두 장사가 잘되긴 힘들겠다. 고깃집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처에 회사 상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여기 입소문이 나서 알아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나의 경우도 꽤나 예전부터 이 가게를 방문했었는데, 매번 갔을 때마다 실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매장 내부도 청결하고 음식도 깔끔하고. 양도 괜찮고. 항상 먹다가 남겼던 기억이 남는다. 혼자서 다 먹으면 잘 먹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래서 메뉴 2개 시켜서 나눠 먹는 것이 그나마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런 가게다.
근데 사실 이 가게를 최근 방문하게 만드는 이유는 칼국수가 아니라 따로 있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갈 때마다 매장 테이블에는 칼국수만 먹는 것이 아니라 우렁무침보쌈 메뉴가 같이 올라가 있더라. 물론 나의 경우 요즘은 방문보단 포장을 해서 먹고 있어서 최신 정보는 아니긴 한데, 실제로 배달 앱 같은 것을 봐도 면 요리만 주문하기보단 이 고기류도 같이 주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평이 나쁘지 않다. 사실 보쌈을 파는 가게는 많으나 이렇게 우렁무침을 같이 제공하는 곳은 별로 없겠다. 그리고 여기 칼국수 맛집 답게 같이 저 육수가 담겨져 나오는데 청양고추 베이스의 매콤함이 살아있어서 고기에서 오는 느끼함을 확 잡아준다. 그런 적당한 조화와 감칠맛 때문인지 이상하게 보쌈을 먹고 싶으면 꼭 여기가 생각이 나더라.
칼국수 집인데 보쌈 먹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은 이상한 맛집. 사실 여기의 경우 가성비가 착하다고 볼 순 없겠다. 물론 칼국수는 가성비가 확실하다. 메뉴 단가 자체가 저렴하진 않더라도 나오는 양을 보면 '이거 어떻게 다 먹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 그렇다고 둘이 가서 하나만 시켜서 먹을 순 없으니 두개를 시키곤 하는데 꼭 남기고 오게 되더라. 아무튼 그렇게 양이 어마무시한 곳이다. 근데 이게 고기류로 넘어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사실 먹다 보면 고기 자체의 양이 적은 것은 아니다. 충분히 배부르고 맛있다. 2인 기준으로 충분히 먹을만하다. 근데 딱 보면 뭔가 양이 부족해 보인다. 칼국수의 양과 비교해서 그런가? 아니면 가격이 비싸서 그런가. 사실 이 우렁무침보쌈 2인용이 36,000원, 3인용이 51,000원이다. 이 금액이면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절대 저렴한 금액이 아니겠다.
주문하기 전에 이 금액을 보고 먹다 보니까 양도 부족하게 느껴지고 그런 것 같다. 근데 여긴 뭐 애초에 고기만이 전부가 아닌 곳이니까. 저 조개 가득한 육수부터해서 이 우렁무침까지 나름 비밀병기들이 튼실하게 버텨주고 있다. 그리고 칼국수 먹을 때도 한 젓가락에 꼭 먹어줘야 하는 김치들도 두 종류로 담겨져 나온다. 즉 가격은 좀 있는 편이지만 젓가락 향할 곳이 많은 그런 곳이겠다. 실제로 포장 배달이 올 때도 한 봉지가 가득 찬다. 그거 뜯는 것도 일이다. 그리고 기본 마늘, 쌈장, 새우젓, 상추쌈, 무쌈 등도 다 있으니까 뭐 하나 부족한 것은 없겠다. 즉 가격은 가격대로 받지만 구성이나 퀄리티 등은 제대로인 곳이랄까? 요즘은 오히려 가격을 낮추는 대신에 퀄리티도 같이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가격을 받는 만큼 제값을 해주는 곳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열심히 먹어주었다. 확실히 2인이라고 해서 혼자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다. 고기가 좀 적게 느껴질 수 있으나, 저렇게 겹겹이 잘 붙어있어서 한점씩 먹다 보면 금방 배가 차겠다. 그리고 대부분 밥과 함께 드실 텐데 이 정도면 솔직히 3인까지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럴 경우 저 조개가 가득한 국물이라든가 무생채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하긴 해야겠다. 은근 보쌈보다 저런 게 더 빨리 떨어지더라. 나만 그런가? 그래서 간혹 오프라인 가게를 가면 저런 밑반찬들이 셀프바에 있는 곳들을 좋아라 하는 편이다.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까. 오히려 가끔은 주객전도되어 고기보다 저런 것을 먹고 배가 차곤 하는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맛있게 먹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요즘 빠져 있는 제로 슈가, 제로 카페인 코카콜라와 이날의 식사를 같이 즐겨주었다.
사실 여기가 칼국수 집임에도 불구하고 보쌈 먹으러 오는 이상한 맛집으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은 이 우렁무침이라고 생각한다. 생색내기용 우렁무침이 아니라 정말 저렇게 튼실한 우렁이 한가득 들어있다. 야채 반, 우렁 반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서 간혹 아버지의 경우 오히려 보쌈보다 저 우렁무침을 더 좋아하시곤 한다. 그래서 저거 추가 주문이 됐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매번 추가로 주문해서 실컷 먹어야겠다 하는데 막상 주문해서 먹을 땐 까먹는다. 아무튼 나름 쌈도 싸 먹고 다양한 조합으로 즐겼는데 고기가 저렇게 반 정도 남았다. 고기 자체의 경우 막 특별한 뭔가가 있다기보단, 그냥 잡내 없고 부드러운 일반적인 수육 같은 느낌을 상상하면 되겠다. 비계랑 지방도 적절하게 나뉘어 있는 것 같고. 종종 삼겹살 말고 다른 종류의 고기가 먹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