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뜨 언덕과 사크레 쾨르 대성당, 위험하지 않았다.
(Cimetiere de Montmartre and Sacre coeur paris)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인 오늘!
위험해서 해가 졌을 땐 안 가는 게 좋고,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익히 들었던 몽마르뜨 언덕과 사크레 쾨르 대성당을 다녀오기로 했다. 사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인터넷에선 모든 것들이 직접 겪어보고 나면 약간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으면 그런 글을 쓸 이유가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만 글을 쓰게 되니 뭐 이해는 간다.
우선 준비를 하고 나오기 전, 조식을 먹은 뒤 밀린 빨래를 하러 집 앞으로 나왔다. 2년 전 일이라 얼마 전 상기해봤을 때 2주 동안 다녀왔으니 빨래 안 했겠지 싶었는데 나 두 번이나 빨래를 했었구나..
동전을 넣고 사용하는 무인빨래는 태어나서 처음 사용해봤는데 괜히 돈 넣고 이상한 것을 건드릴까봐 거의 장형이 알아서 했다. 세탁기가 워낙 커서 그런가 생각보다 빨래는 금방 되었다.
세탁을 기다리는 동안 근처 산책도 좀 하고 샌드위치도 하나 사 먹었다.
부를 대로 부른 배와 함께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했다. 먼 줄 알고 장형과 함께 살짝 부지런을 떨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까지는 좀 걸어야 해서 그냥 올라가며 골목길 곳곳을 걸었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밤에 이런 곳을 혼자 걷는다면 살짝 무서울 것 같긴 했다.
이날 역시 날씨는 더웠다. 한국 베스킨라빈스처럼 진열대에 다양하게 있는 아이스크림 집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자리에 앉아 쉴 겸 더위를 달랬다. 바이올렛 퍼플이란 맛을 먹어보았는데, 맛 없었다.
다 먹고 다시 걸었다. 장형이 맨 위로 올라가기 전에 잠시 들릴 곳이 있다 했다. 바로 A.P.C 아울렛!
뭐 하나 건질까 싶었는데, 아울렛치고 매장 규모가 너무 좁아 마땅히 살만한 게 없었다. 그러다 옆에 있는 계획에 없던 가게에서 물건을 잔뜩 샀다. 엄마와 이모들에게 줄 머리핀도 하고 특이하게 생긴 바구니도 하나 샀다. 막 물건들이 엄청 좋다기보단 그냥 여기에서 못 사면 다른 곳에서는 못 구할 것 같은 외형을 하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훨씬 더 많이 나오긴 했지만, 뭔가 진짜 장인 같은 외형을 하고 계신 할아버지께서 희소성 있는 물건을 판매하고 계시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올라왔을까. 목적지인 몽마르뜨 언덕 주변에 있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에 도착했다. 흡사 서울처럼 건물들만 빼꼭하게 보여 그렇게 장관이다라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속이 뻥 뚫리는 탁 트인 기분은 들었다.
바로 뒤에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저 인파 속에서 멍때리고 구경하다 보면 소매치기를 당한다는 건가.. 복잡한 것이 싫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긴 했는데 빼곡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평소 스타일대로 내부를 둘러보지 않기도 했고, Sacre coeur 외관은 특이하긴 한데 워낙 파리 특성상 건물들이 주는 느낌이 비슷비슷해서 별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
옆으로 걸으며 사진을 한 장 찍어보았다. 건물의 구성이 오차 하나 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구글맵에 의지하지 않고 여유를 부리며 주변을 정처 없이 거닐었다. 그러다 테르트르 광장이라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지나오게 되었는데, 여기는 좀 조심해야할 것 같다. 별도로 의사도 안 물어보고 갑자기 얼굴을 그리는데 나는 알고 있어서 죄송하다고 하고 왔는데 장형은 순간 당황했는지 우물쩡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얼굴을 그리려했고 죄송하다고 하며 장형을 데리고 나왔다.
말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진행됐다. 뭐 기념으로 초상화를 받아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상관이야 없겠지만, 원하지 않을 때 확실히 의사 표현을 안 하면 그대로 돈을 지불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막 위험하다고 하는 상황을 겪는다거나 보지는 못했다.
겁이 많은 1인으로서 항상 낯선 타지로 갈 때 '아 괜찮을까? 넌 괜찮냐'라고 물어보면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야'라고 항상 말하는 친구가 있다. 뭐 이 친구도 오지로 여행을 갔던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이 뭔가 모르게 의지가 많이 된다. 살아보니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고 위험하다는 곳도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위함하다는 곳 자체가 진짜 무슨 문제가 있는 곳이아니라 이런 여행지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것에 대한 걱정때문에 기회를 버려버린다면, 개인적으로 좀 어리석은 생각인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