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인당 7천원만 내면 되는 가성비 백반집 팔도강산
요즘 물가 기준으로, 제일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 가정식 백반 집인 것 같다. 이렇게 백반을 판매하는 곳에 갈 때면, 이 가격이 맞나 의구심이 들었던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래 이 가격이면 이 정도가 맞지'라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곳도 있었지만, '이 가격에 이 구성이 나온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들도 있다. 왜냐하면 찬이 하나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나오니까. 개인적으로 하나를 많이 먹기보단, 여러 개를 다양하게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단일 메뉴 판매하는 곳보다 이렇게 여러 구성으로 나오는 곳을 좋아한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종종 이렇게 백반 집을 찾고 있다. 오늘 소개할 팔도강산 역시 근처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방문하고 있는, 그런 동네 맛집 같은 곳이다.
고민할 것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백반 2개를 주문했다. 여기서 다른 단일 메뉴 먹어볼 생각을 못했다. 그냥 그날의 백반을 주문하면 알아서 주시니까,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부분도 좋은 것 같다. 가끔 점심을 먹는 시간보다 오히려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긴 경우가 있는데 그런 부분 역시 여기서 해결해주니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여기의 경우 매장 내부가 좁지도, 넓지도 않은 편이다. 다 좌식이어서 좀 붙어서 앉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래도 나름 독립적인 공간은 있다. 오히려 일하시는 분들 동선이 조금 힘들면 힘들었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괜찮겠다. 이날 처음으로 이렇게 안쪽으로 앉았었는데 나름 아늑한 느낌도 들고 괜찮았다. 무엇보다 마루가 온돌 느낌이라 따뜻해서 다 먹고 난 뒤에 잠이 솔솔 오더라.
주문 후 메뉴들이 금세 나오기 시작했다. 집밥이 그리울 때 가줘야 하는, 모든 메뉴 7천원 백반집 팔도강산의 경우 기본 구성에 고기도 들어가며 이렇게 순두부찌개도 들어간다. 그리고 그때그때 다른 메인 메뉴가 하나 더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이 정도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생각한다. 벌써 눈에 보이는 찬만 하더라도 9종이다. 근데 이따 하나가 더 나오면 총 10종이 나오는 것이겠다. 게다가 여기서 더 먹고 싶으신 분의 경우, 밥과 반찬은 무료 리필이 가능하다고 하니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 사실 같이 나오는 찬들이 다 밥도둑이어서 공깃밥 한 그릇 해치우는 것은 뚝딱이겠다. 이날은 밥도 굉장히 찰지게 잘 되어서 맨밥만 먹어도 맛있었던 날 같다. 내가 배고팠나?
이날의 숨은 메뉴는 오징어 볶음이었다. 오징어 맞나? 요즘 오징어 수획량이 많이 줄어서 오징어 값이 금 값이라고 하던데. 근데 내가 먹어본 바로는 오징어가 맞았다. 아무튼 그렇게 마지막 메인 메뉴까지 나온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일단 뚝배기 안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찌개부터 덜어서 먹기 시작했다. 여기 가게가 참 센스 있는 것이, 알아서 덜어 먹을 수 있도록 국자와 함께 빈 그릇을 주신다. 사실 이게 기본이긴 한데 이렇게 제공 안 되는 가게들도 참 많다. 하나씩 요청을 해야 해주시곤 하니까. 기본적으로 역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 그리고 백반집의 경우 퀄리티가 좋으려면 무엇보다 회전율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찬도 자주 바꾸고 신선하기도 하니까. 근데 여기 용산 맛집 팔도강산은 그 부분을 충족하고 있었다.
사실 이 주변에 백반집이 여기 말고도 여러군데 더 있다. 근데 결과적으로 여기만 살아남았다. 백반 생각이 나면 이 가게를 찾게 된다. 일단 7천원이라는 가격 자체가 말이 안된다. 요즘 다들 8천원으로 올리곤 하는데, 여긴 이렇게 7천원에 제공되니까. 근데 단순 돈 때문에 여길 찾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구성이나 퀄리티 자체도 훨씬 더 높다. 일단 기본으로 고기가 있는 점이 매우 높게 평가된다. 다른 백반 집의 경우 찌개는 나오는데 고기가 안 나오는 곳들도 있는데, 여긴 필수다. 그 필수를 넘어 추가로 또 다른 메인 볶음이 제공된다. 가격도 저렴한데 퀄리티까지 좋으니 여길 안 올 이유가 없겠다. 그래서 종종 찾는다. 찌개도 좋고 이렇게 볶음김치도 적당히 달달하니 맛있다. 그리고 뭔가 군더더기 없는 사장님 서비스도 좋은 것 같다.
적당히 불맛이 나는 고기와 케찹이 발라진 계란말이, 그리고 얼큰한 순두부찌개까지 다양하게 식사를 즐겨주었다. 막 조금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름 2인이서 충분히 나눠 먹을 수 있도록 나오니까 만족도 높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고기나 찌개를 제외하곤 미리 조리가 되어있는 상태에서 담아져만 나오는 것이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회전율 높게 소비자도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이날 식사가 거의 10분 만에 끝난 것 같은데, 방 안 쪽에 자리를 잡기도 했고 땅바닥도 뜨뜻하니 뭔가 아늑한 기분이 들어서 조금 천천히 나왔다. 마침 손님도 없었고. 여기 원래 점심시간 기준으로 웨이팅까지 있는 곳인데, 요즘은 날이 추워서 그런지 좀 한산했다.
겉절이 김치는 아닌데, 나름 겉절이 스타일도 아삭아삭 맛잇었다. 확실히 이런 것들은 뭔가 식감을 살려주기에 좋은 것 같다. 콩나물 무침도 그렇고. 그리고 오징어 볶음도 불맛이 나는 고기와 함께 먹어주었다. 원래 여의도에 가면 삼겹살과 오징어를 같이 볶아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게가 있는데 그 느낌을 살려봤다. 근데 거기는 확실히 전문점이라 그런지, 이렇게 섞어서 먹어도 그 기분이 나지 않더라. 그래도 이렇게 먹으니 나름 조합도 좋고 괜찮았다. 오징어가 탱글탱글 쫄깃쫄깃했다. 그렇게 인당 7천원만 내면 되는 가성비 백반집 팔도강산에서의 식사를 마쳤다. 아 그리고 이날 배운 하나 팁이 있는데, 백반집에서 음식이 계속 나오는데 언제까지 나오는지 알고 싶으면, 사장님이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이제 나올 것은 다 나왔다 생각하면 되는 것 같다. 이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