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고기가 한가득 올라가 있는 미국식 베트남 쌀국수 포락앤롤

디프_ 2023. 11. 21. 20:55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이런 이국적인 분위기는 처음이다

 

평소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잘 안 즐기는 편이다. 안 즐긴다기보단 못 즐기는 편이다. 그 특유의 향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더라. 뭐 대표적으로 고수라든가 마라 같은 계열이 있겠다. 그런 자극적인 향보다는 평범한, 한식스러운 음식들을 잘 먹기도 하고 익숙한 편이다.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음식들이 당길 때가 있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뭔가 평소 먹는 음식이 아니라, 다른 스타일의 음식이 먹고 싶었고 딱 떠오른 메뉴가 베트남 쌀국수였다. 솔직히 앞선 예시들과 다르게,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맛이긴 한데 뭔가 그 특유의 향이 있어서 이런 맛을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갈만한 가게가 어디 있나 찾아보다가 여기 나름 용산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는 포락앤롤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다.

 

일단 여기 분위기가 굉장히 힙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식당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다. 일단 이름 그대로 락이 흘러나온다. 처음엔 이름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가게 내부에 들어오니 이렇게 인테리어도 화려하고 저렇게 큰 스크린도 있다. 그리고 노래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물론 시끄러운 노래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7080처럼 그런 노래들도 흘러 나온다. 근데 여기의 경우 뭔가 회식처럼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엔 부적합해 보인다. 오히려 적당히 소음을 즐기면서 식사에 집중하기에는 괜찮다. 혼밥 테이블은 없었지만 나름 혼밥 하기에도 적당한 느낌이랄까? 왜냐하면 노래 소리나 그런 것들이 커서 따로 대화에 집중하기는 힘든 구조다.

 

그렇게 인테리어를 짧게 구경하고 있었을 때, 주문한 메뉴가 바로 나왔다. 점심 시간대에는 어느정도 바탕이 되는 수요를 기반으로 준비를 해두신 것 같았다. 메뉴가 거의 주문하자마자 바로 나온 느낌이었다. 이날 날씨가 굉장히 추웠다. 그래서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고, 다른 메뉴는 고려하지 않고 베트남 쌀국수로 주문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 맛집을 왔으니 사이드를 안 먹어주면 서운할 것 같아서 짜조도 하나 주문했다. 짜조의 경우에는 주문 후 조리가 들어가는지 좀 나중에 나왔다. 그렇게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일단 비주얼만 보고 여기 국물 맵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바로 위에 재료들로 고추들이 퉁퉁 썰려있는 것들이 보여서.

근데 실제로 맛까지 매콤하진 않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베트남 쌀국수의 담백한 맛이다. 이 메뉴의 경우 국물이 생명이다. 그 담백하고 깊은 그런 맛이 있다. 사골이랑은 다른데 뭔가 비슷한 계열이랄까. 근데 여기 그 육수 맛이 제대로 느껴졌다. 가게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날은 뭔가 면발보다 육수에 집중하고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고기가 정말 한가득 들어있었다. 솔직히 가격 자체가 9,500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근데 딱 이렇게 음식을 받아보고 난 뒤에, 제값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가 이렇게 들어가 있을 경우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가나 그런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고기가 양껏 들어가 있다. 이게 미국식 베트남 쌀국수인가? 잘은 모르겠다.

 

아 그리고 이런 베트남 음식점에 가면, 소스를 잘 활용해서 먹는 편이다. 따로 양파 같은 것을 주는데 그걸 소스와 함께 먹으면 김치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적어도 이 메뉴 한정해서는. 그래서 많은 가게들이 양파를 셀프로 두곤 하는데 여기는 그렇게까진 안하시는 것 같다. 별도 요청 드리니 가져다주셨다. 사실 이런 가게에 오면 양파를 소스와 함께 엄청 먹는 편이라 셀프 형식이 더 좋긴 하겠다. 그래도 뭐 충분히 주셔서 괜찮았다. 그리고 그 소스를 양파와 먹을 때만 먹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쌀국수 안에 들어있는 고기 혹은 숙주와 먹을 때도 같이 즐기는 편이다. 소스의 경우 테이블마다 놓여져 있으니 육수에 희석되어 옅어져도 다시 충전하여 제대로 즐기면 되겠다. 나름 적당한 그 자극적인 맛이 좋다.

 

짜조의 경우에도 별도 소스가 나왔는데, 개인적으론 기본 제공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더 좋았다. 확실히 내가 소스를 좋아하긴 한다. 저 기본 소스도 느엄막 소스인가. 뭔가 그런 느낌인 것 같긴 한데. 잘은 모르겠는데 갑자기 저 이름이 떠올랐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먹었다. 짜조 안에도 나름 고기가 실하게 들어있어서 겉바속촉 식감도 좋고 맛있었다. 가격은 조금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양이나 퀄리티는 괜찮았다.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만족스러웠다. 물론 점심 가격 기준으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데이트코스나 외식 기준으로는 합리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또 음식에 집중하다 보니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여기 인테리어나 노래들이 안 들리기도 했다.

살펴보니 여기 곱빼기 메뉴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기본도 양이 충분했다. 차라리 기본을 시키고 요즘은 날이 추우니 국물로 배를 채우는 것도 좋겠다. 여기 별도 공깃밥이 제공되나? 뭔가 밥이랑 국물이랑 먹어도 맛있을 것 같고. 원래 이렇게 국물을 잘 안 즐겼었는데 요즘 왜 이렇게 찾는지 모르겠다. 원래 날이 추워도 항상 얼음 콜라 같은 것을 마시고 그랬는데. 그래도 몸에는 확실히 탄산보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더 좋긴 하겠다.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이런 이국적인 분위기는 처음이었던, 용산 맛집 포락앤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그냥 제대로 된 쌀국수를 즐겨보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고기부터해서 퀄리티는 제대로니까 실망할 일은 없겠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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