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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렇게 파는 가게가 별로 없는 옛날식 구수한 청국장

디프_ 2023. 11. 15. 21:40
서울 도심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시골밥상 느낌의 청국장

 

확실히 날이 추워지니까 뜨끈뜨끈한 음식을 찾게 된다. 예전엔 계절에 따른 변화 같은 것을 잘 못 느꼈는데, 오히려 나이를 먹어가면서 체감하는 것 같다. 이게 정말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변화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탕후루가 한창 열풍일 때, 곧 겨울이 온다고 호빵, 붕어빵 같은 달달한 간식(?)들이 나타나 인기가 식을 것이라 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솔직히 아예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탕후루 열풍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나만 보더라도 솔직히 요즘은 탕후루보다 붕어빵이 먼저 생각나더라. 그리고 탕후루 자꾸 건강에 안 좋다고 여기저기서 소식을 전하니까 그냥 더 잘 안 먹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솔직히 들어가는 당이나 이런 것 따지면 과자나 그런 더 심한 것들이 많을 것 같은데.

 

아무튼 뭐 그렇다. 붕어빵도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다시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즐겨줘야겠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청국장이다. 아마 한식 중에 나름 호불호가 센 음식이지 않을까 싶다. 맛을 떠나, 애초에 향부터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나의 경우 나름 초딩 입맛인 편이다. 초딩 입맛이라고 해서 뭐 가리거나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 음식들이 좀 있다. 제일 약한 것이 비린 맛과 냄새가 나는 해산물 계열이다. 젓갈 들어간 김치 같은 것도 그렇고. 이런 맥락으로 보면 청국장도 잘 못 먹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청국장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향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뭔지 알겠는데, 맛 자체는 잘 모르겠더라. 그냥 구수하고 맛있던데. 나름 그 자극적인 맛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종종 어느 가게에 갔을 때 청국장을 팔면 잘 먹는 편이다. 이날도 지나가다가 여기 청국장을 판다는 것을 알고, 한번 먹어봐야겠다 싶어서 기억해뒀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 나름 횡단보도 앞에 있어서 입지는 좋은데, 오늘은 그렇게 사람이 많이 없더라. 덕분에 조용히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청국장을 주문하였고 가격은 7천원! 솔직히 요즘 7천원 음식의 가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가격만으로도 메리트 있었는데, 이렇게 밑반찬 하나하나가 직접 만드신 것 같은 찬들이 나왔다. 하긴 이런 가게들의 경우 직접 만드는 것이 그나마 더 저렴하지, 사서 쓰면 단가가 더 안 나오겠다. 그렇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까지 가볍게 밑반찬을 즐겨줬다. 막 싱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집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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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청국장이 나왔다.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져 나왔다. 사실 나오기 전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이렇게 끓여져 나오느라 그랬나보다. 비주얼을 보자마자, 요즘 이렇게 파는 가게가 별로 없는 옛날식 구수한 청국장임을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맛만 내는 느낌의 가게들이 많은데, 이렇게 콩이 한가득 들어있다. 사실 콩이 어떻게 조리되느냐에 따른 차이는 잘 모른다. 근데 이 청국장 비쥬얼은 익숙하다. 집에서 먹을 경우 여기에 김치가 들어가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맛은 잘 모르겠다. 이날 이 가게에서 먹은 청국장이 딱 내가 원하는 청국장의 모습과 맛이다. 무엇보다 날이 추운데 뜨끈뜨끈해서 좋았던 것 같다. 나름 아삭아삭한 식감도 살아있고.

 

먹는 과정에서 별다른 뭔가는 없었지만, 심플하게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정말 가격 대비 알차게 먹는 느낌이랄까? 여러 메뉴에 집중할 필요 없이 이 뚝배기에 공깃밥 하나면 충분했다. 그리고 구수하고 뜨끈뜨끈한 국물이 매력적이었는지, 국물을 많이 먹어 이렇게 건더기가 위로 드러났다. 이것저것 야채와 콩들이 실컷 들어있는 모습이다. 한 숟가락 뜨면 꽉 차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맛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은 아니다. 아무래도 뚝배기에 담겨 펄펄 끓여 나왔으니. 근데 그 전체적인 식감이라든가 조화가 괜찮았다. 딱 한식스럽게 담백하게 식사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속도 안 불편하다.

밥을 국물에 담궈 말아먹는 느낌으로 먹기도 하고, 그냥 국물을 덜어서 비빔밥처럼 쓱싹쓱싹 비벼서 김치와 함께 먹기도 했다. 정말 예전엔 이 정도의 한식 러버가 아니었는데 요즘은 한식을 제일 자주 먹는다. 원래 햄버거도 먹고 피자도 좋아하고 그랬었는데 점심은 웬만하면 한식을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그 다른 시간에 한식이 아닌 다른 메뉴를 먹으니, 한식으로 보충하는 것이긴 한데 그만큼 한식을 찾는 비중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예전엔 그런 것도 고려 안하고 한식 제외 다른 음식들을 먹었으니까. 아무튼 오늘 서울 도심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시골밥상 느낌의 청국장을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옛날식으로 구수하게 나오는 곳은 몇 없기 때문에 종종 생각이 나서 방문하게 될 것 같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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