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경력의 쉐프가 직접 차린 중식당 동천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실 텐데, 군산에 지린성이라고 고추짜장이 유명한 곳이 있다. 여기 아주 예전에, 지금처럼 새롭게 이사를 해서 고급스럽게 꾸며지기 전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군산을 자주 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거기를 꼭 가보라면서 극찬을 했었다. 그렇게 처음 갔었는데, 매장 내부가 정말 10명도 못 들어갈 정도로 좁아서 기다리면 끝도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추운 겨울날에 포장을 해서 밖에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렇게 먹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음에 뭔가 제대로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고추짜장의 매력에 빠졌었다. 짜장면이 불맛이 살아있고 매콤하니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에게 짜장면 맛집의 기준은 거기가 되었다. 짜장면을 먹었을 때, 내게 맛있다 기준은 뭐 고기 양이 많거나 면발이 탱탱하거나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중요하긴 한데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이 뭐냐면 불맛이 나야 한다. 딱 먹었을 때 불향이 확 올라와야 하고 기본적으로 매콤해야 한다. 단무지나 그런 것들이 필요 없을 정도로. 근데 정말 유명하고 많은 곳들을 가봤지만 그런 곳은 별로 없더라. 그래도 종종 '어 여기 불맛난다!'라고 해서 다음에 또 가보면 그때 그 맛이 안 나더라. 그래서 그냥 내가 군산에서 겪었던 맛은 여행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잊고 있었다. 그러다 그 뒤에 군산을 또 놀러 가게 되었고, 당연히 그 가게를 가봤다.
근데 그 가게 예전의 그 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가게는 인기에 힘입어 예전 매장의 10배는 넘는 크기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주문도 공장 형식으로 시키자마자 5분도 걸리지 않아 나왔다. 아마 면이나 소스나 다 준비를 해두고 바로바로 내어주는 시스템 같았다. 메뉴가 어차피 거의 단일 메뉴였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옛날 맛이 안 나더라. 맵기도 너무 맵기만 했다. 고춧가루나 그런 매콤함이 아니라, 그냥 캡사이신 매운맛이랄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매운맛이었다. 그래서 꽤나 실망을 했고 거의 다 남긴 상태로 밖으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유일한 나의 짜장면 맛집이었는데. 뭐 나중에 듣기론 양념을 한 번에 다 넣는 것이 아니라 반만 넣어서 먹어야 딱 적당하다곤 하는데 아무튼 처음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너무 기계식으로 변해버렸다.
그렇게 아쉬워하고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어느날 중식당 집을 가게 되었다. 물론 가기 전에 나름 맛있을 것 같은 곳으로 서치를 하고 간 것이긴 한데 큰 기대는 없었다. 근데 거기가 너무 맛있었다. 진짜 그날 시켜 먹은 모든 메뉴가 너무 맛있었다. 아 군만두 빼고. 아무튼 그래서 여기 있는 메뉴를 다 먹어보고 싶었고, 나중에 가족모임으로 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그 뒤로 중식이 생각날 때마다 몇 번씩 방문했던 것 같다. 이날도 그렇게 중식이 당겼고, 당연히 그 가게를 1순위로 올리고 가려고 했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휴무였다. 근데 중식은 먹고 싶고.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가게를 찾아보았고, 우연히 멀지 않은 곳에 동천이라는 가게를 찾게 되었다. 이 가게의 경우 33년 경력의 쉐프가 직접 차린 곳이라고 한다.
사실 여기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맛만 있기를 바랬다. 원래 가려던 곳을 못 갔으니 딱히 기대감이 생기지 않더라. 그렇게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사천탕수육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사천짜장이나 짬뽕은 들어봤는데 탕수육이라니. 좀 낯설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이거 매콤한 탕수육이냐고 여쭤보니 그렇다 했고,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 메뉴로 주문을 했다. 사실 이날은 이상하게 달달한 탕수육이 먹고 싶기도 했다. 원래라면 매콤한 게 최고인데. 그렇게 사천탕수육을 주문하고 짜장면 하나와 짬뽕 하나를 주문했다. 사실 뭔가 배가 고파서 사이드로 사천탕수육을 두고 식사 메뉴 하나는 다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이게 판단 미스였다.
여기 가격이 있는만큼 나름 양이 괜찮게 나오더라. 결과부터 말하자면 사천탕수육은 너무 맛있어서 다 먹었는데 짬뽕을 거의 다 먹지 못했다. 진짜 무슨 새것처럼 남을 것 같길래, 면은 남기더라도 다른 재료들은 먹자고 해서 그나마 먹었다. 전복이나 각종 해산물 등등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 있더라. 그래도 매콤한 국물과 함께 그런 재료들만 먹는 것도 맛있었다. 근데 막 잘 먹었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배부르고 맛있게 먹긴 했는데 남긴 게 너무 많아서 좀 돈 아까운 느낌이랄까. 식사 종류 하나만 시키면 딱 맞았을 것 같은데 그땐 늦었다. 근데 여기서 하나 아쉬운 포인트가 있었다. 여기 사장님 운영 방식인 것 같긴 한데, 메뉴들이 코스 요리처럼 순서대로 나오더라. 메인을 다 먹으면 식사가 나왔다. 난 동시에 즐기고 싶었는데.
그래서 사천탕수육을 다 먹고 난 뒤에 짬뽕과 짜장면이 나왔는데, 이땐 이미 배가 너무 부른 상태였다. 사실 동시에 먹으면 더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텀이 있고 하나 다 먹고 나면 오히려 못 먹는 느낌이다.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근데 뭐 이날 그냥 준비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여기 스타일이 그런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날 첫 방문이었으니. 아무튼 뭐 그 부분이 아쉬웠다. 잠시 하소연을 했는데, 이제 맛 표현을 좀 해봐야겠다. 어쩌면 처음 먹어보는 매운맛의 사천탕수육.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었다. 솔직히 이런 맛은 처음이었다. 아마 예전에 먹어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거의 안 먹어본 것이 맞겠다. 일단 메뉴판에 있는 설명 그대로 매콤한 탕수육이었다. 일반적인 달달한 탕수육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근데 그 매콤함이 인위적인 맛이 아니라, 정말 감칠맛 있게 맛있었다. 전혀 안 매운 것도 아니고 진짜 매운맛도 아니었다.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매콤한 정도라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이날 어머니와 집에 있다가 급으로 이렇게 식사를 온 것이었는데, 어머니도 이거 맛있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잘 드셨다. 원래 입맛이 좀 까다로우셔서 먹다가 잘 안 먹는 편인데 맛있다고 하시더라. 근데 나도 진짜 맛있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튀김 요리가 갓 튀겨져 나와 더 맛있었던 것도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맛있었다. 그래서 다음에 오면 또 먹고 싶어졌다. 확실히 요즘은 워낙 이것저것 많이 먹어봐서, 안 먹어본 듯한 맛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근데 이 사천탕수육은 크게 호불호도 없을 것 같고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아마 다음에 이 가게를 언젠가는 또 올 것 같은데 그때도 같은 메뉴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짜장면, 짬뽕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어떻게 보면 맛 자체는 평범했다. 근데 하나 매력적이었던 것은 두 메뉴 모두 불맛이 살아있더라. 딱 먹자마자 불향이 올라온다. 그래서 느끼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만약 앞서 말한 것처럼 둘 중에 식사 메뉴 하나만 시켰으면 안 남기고 다 먹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이 너무 아쉬웠다. 원래라면 좋았지만 이날 아쉬웠던 점은 양이 정말 많더라. 진짜 그냥 이 면 요리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양이었다. 그래서 남길 수밖에 없었다. 고급 식당의 경우 양은 적게 나오는 곳들이 있는데 여긴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33년 경력의 쉐프가 직접 차린 중식당 동천에서의 식사를 끝마쳤다. 마지막까지 그래도 나름 기분 좋게 면 요리를 즐겨주었다. 남기긴 했어도 조금의 노력을 통해 뿌듯하게 먹었다. 그렇게 다 먹고 나니 이렇게 수박과 중식당에서 흔히 나오는 디저트 중 하나인 저 과자를 주셨다. 저거 이름은 잘 모르겠다. 뷔페 같은 곳에 가도 종종 있던데. 올여름에 수박을 잘 못 먹은 것 같은데 달달하니 맛있었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 동천의 경우 솔직히 고급 중식당 치고는 가성비가 꽤나 좋게 느껴졌다. 가격 자체도 그렇게 안 비싼 편인데, 양은 꽤나 많달까. 그래서 나름 단골 고객들이 있는 것 같다. 막 사장님이 알아서 메뉴를 주시는 테이블도 있더라. 인사만 하고. 기회가 되면 한 번쯤은 가봐도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