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패티보다 더 맛있었던 떡갈비
어렸을 때부터 두통이 심했다. 근데 그 당시에는 그냥 원래 그런 것인 줄 알고 따로 이유는 찾지 못했다. 그나마 간단한 해결책이 타이레놀을 먹는 것이었다. 원래 성인 복용량이 두 알인데, 개인적으로 뭔가 자주 먹으니까 많이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한알씩만 먹고 그랬다. 근데 최근에는 한알로는 안되고 두 알을 먹어야 하더라. 그나마 빈도수가 운동도 하고 이것저것 마음가짐을 바꿔가면서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남들에 비해서는 두통이 잘 오는 것 같다. 주변에 두통이 잘 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나 나나 공통점이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이것저것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고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이 부분을 고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덕분에 많이 나아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 한 달에 한 번 약을 먹었다면 지금은 3~4개월에 한 번 정도?
그냥 오늘 오랜만에 두통이 와서, 타이레놀을 먹고 자고 일어난 뒤에 쓰는 포스팅이라 적어본다. 오늘 소개할 가게와는 하나도 관련이 없다. 오늘 소개할 곳의 경우 원래는 그냥 술집이다. 요리주점 같은 곳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처음에 여기 점심 장사를 하는지도 몰랐다. 밖에서 보기엔 입구가 너무 좁고 그렇다고 불이 켜져 있어도 티도 안 나고. 근데 지나가다 우연히 안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나중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어느 날 시간이 났고 이렇게 오게 되었다. 여기 나름 배달 전문점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연예인도 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사장님과 찍은 사진도 붙어잇고 그러더라. 처음에는 일층에만 식사할 곳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층에도 자리가 있었다.
일층 기준으로 테이블이 두개인가 세 개가 있어서, 속으로 이렇게 장사가 되나 했는데 좁은 계단을 올라오니 나름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처음에 일층에서 식사를 할까 하다가 사람이 오면 좁을 것 같아 위로 올라왔다. 사장님께서도 아무 곳에서나 먹어도 상관없다고 말씀 주셔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여기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떡갈비 정식으로 2인을 주문했다. 사실 떡갈비 예전에 안동에 놀러 갔을 때였나. 한정식 집에서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난다. 물론 거기서도 떡갈비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사이드가 너무 훌륭해서 제대로 집중을 못하긴 했지만 여긴 그 정도까진 아닐 것이기 때문에 그때보다 더 맛을 잘 즐길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공깃밥만한 사이즈로 나오는 두툼한 수제 왕떡갈비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렇게 크게 두 덩이가 나오는데 이거 다 먹을 수 있나 싶었다. 그리고 가격이 9천 원인데 이렇게 크게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솔직히 한 덩이만 다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은데 그러면 좀 비싼 느낌이 있긴 하겠다. 근데 이렇게 두 개가 나오니까 가성비가 꽤나 괜찮게 느껴졌다. 옆모습을 보면 아시겠지만 그 두께가 얇은 것도 아니다. 꽤나 두껍다. 일단 비주얼이 마음에 들었다. 겉에 불에 그을린 것 같은 탄 자국들이 오히려 불맛이 날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식욕을 돋궈주었다. 그리고 밑반찬 하나하나가 직접 만드신 것 같은데 적당히 식감도 살아있고 감칠맛이 있어서 좋았다. 확실히 술집에서 먹는 안주들이 맛있다.
햄버거 패티보다 더 맛있었던 떡갈비. 여기 떡갈비의 경우 얇고 고르게 펴져있다기보단, 이렇게 햄버거 패티처럼 두껍게 나온다. 진짜 빵만 있었으면 그 안에 넣어서 먹어도 될 것 같은 비쥬얼이다. 아마 여기에 그냥 햄버거 번이랑 스프가 같이 나오면 오히려 더 인기가 많아졌을 것 같기도 하다. 딸기잼 같은 것도 같이? 그냥 내 입맛인가. 먹을 때는 그냥 맛있게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지금 포스팅하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근데 이 메뉴가 9천 원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하시다 보면 마진 자체가 안 남긴 하겠다. 요즘 물가로 보면 이것도 충분하다. 사실 직접 만든 수제 떡갈비인 것도 감안하면 그 메리트가 더 크겠다. 일단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떡갈비 자체가 너무 두툼하고 컸다. 나의 경우 소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미 넉넉하게 소스가 둘러져 나오긴 했지만 부족했다. 그래서 내려가서 사장님께 소스를 조금 더 받아왔다. 그래서 더 뿌리기도 하고, 컷팅해서 먹으면서 더 찍어 먹었다. 소스 베이스가 매콤함보단 우리가 아는 그 달달한 소스 맛인데 그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왜냐하면 이 떡갈비 안에 들어가는 고기가 잘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조금 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니까 이게 고기가 안 부드럽다는 것이 아니라, 쉽게 닭으로 이야기하자면 닭다리보단 가슴살로 만든 느낌이랄까? 퍽퍽한 느낌이 있었다. 근데 소스도 단맛 베이스이고 해서 먹다 보면 조금 지루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이 가격에 이 구성에 욕심을 내면 안 되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도 맛있게 잘 먹긴 했다. 확실히 점심 기준으로 메리트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