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고기 두께에 한 번 놀라고, 부드러움에 또 놀라는 용산 효돈 돈까스
산책이 즐거워지는 요즘이다. 워낙에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요즘 날씨가 워낙 좋으니 그냥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되더라. 근데 그만큼 여름에 잘 못 걷기도 했다. 이상하게 이번 여름을 돌이켜보면 걸을 시간도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근데 그게 진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그런 여유가 없었던 것이겠다. 요즘은 체력도 돌아오고 시간을 다시 내가 온전히 쓸 수 있어서 그런 여유가 생겨서 더 원없이 걷는 것 같다. 얼마 전에도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친구라고 하기엔 너무 오랜만에 본 것이라 지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말로는 또 금방 보자고 했지만 아마 또 이제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
뭐 결혼식은 다녀와야겠구나. 근데 그땐 아는 척을 하기도 힘들겠고, 내가 밥을 먹고 올지도 모르겠다. 아마 혼자기 때문에 그냥 다녀오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날도 그 친구랑 저녁을 먹고 자기도 좀 걷고 싶다길래 그럼 공원 한 바퀴 돌고 어느 역까지 걷자고 했다. 그렇게 무작정 걷기 시작했던 것 같다. 기본으로 만보를 채웠고 한 30분 정도 더 걸으려고 했다. 처음엔 그 친구가 먼저 어디까지 가자고 하더니 중간에 잠시 쉬자고 하더라. 난 쉴 생각을 못했어서 그럼 잠시 쉬자고 했다. 그래서 마트에 들러 물이나 산 다음에 쉬려고 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한국에 그렇게 많은 편의점이 그때는 보이지 않더라. 그렇게 물도 마시지 못하고 20분 정도 앉아서 쉬다가 그냥 근처 역까지 걸어가는 것으로 그날은 끝이 났다. 오는 길에 여운이 남았는지 내려야 하는 역 전에 미리 내려서 혼자 또 노래 들으며 걷다가 집에 들어왔다. 2만보는 못 채웠는데 비슷하게 걸었던 하루였다.
근데 살을 빼려면 걷는 것도 중요하고 운동도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조금 먹는 것이 중요하겠다. 진짜 먹는 양만 줄어도 일상생활만 하면 알아서 살이 빠지는 것 같다. 그만큼 일상에서 쓰이는 에너지가 높다는 것이겠다. 일단 처음부터 먹는 양은 줄이기 힘드니까, 식사 제외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이건 중간중간 허기가 질 때 먹는 과자나 음료수, 커피 식후 디저트 등을 의미한다. 처음엔 이것만 시작해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고 그 뒤에 음식 총량 자체를 줄이면 다이어트가 되는 것 같다. 운동은 부수적인 것 같고.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그렇다. 먹을 것 다 먹고 운동을 더 해야겠다 생각하기엔 내가 체력도 없고 그런 에너지 자체는 없는 것 같더라.
맛집 포스팅을 하면서 본의 아니게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다. 먹을 때는 적어도 먹는 것만 생각해야지. 오늘 소개할 곳은 그렇게 번화가에 위치해 있지 않다. 물론 주변에 나름 큰 건물들은 있지만 지역 자체가 유명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오기 힘들겠다. 그렇다고 찾아서 오기엔 그렇게 알려지지도 않은 것 같고. 나도 여기를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알았다. 간판도 크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 같다 다음에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이날 오게 되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여기 용산 효돈 돈까스 나만 알고 싶은 맛집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곳이었다. 내가 자격을 운운하긴 뭐하지만 그냥 내 기준이니까 편하게 말해본다.
일단 여기 가격이 나름 착하다. 이렇게 간장계란밥까지 세트로 나오는데 만원 초반대이다. 물론 이게 돈까스만 생각하면 어떻게 가격이 착하다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실 것이다. 근데 이거 돈까스 퀄리티를 봐야 한다. 일반 김밥천국 돈까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그 부분은 두께와 겉 튀김을 보면 아실 수 있을 것이다. 두께 자체가 비교할 수 없다. 시중에 7~8천 원 하는 곳들은 대부분 두께가 얇고 넓게 펴져 있는 것을 아실 것이다. 근데 여긴 정말 수제 돈까스처럼 두툼하고 직접 컷팅한 게 티가 난다. 두툼한 고기 두께에 한 번 놀라고, 부드러움에 또 놀라는 그런 곳이다. 당연히 고기 두께만 두껍다고 칭찬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질기고 안 씹히면 오히려 얇은 것만 못하니까.
근데 여기 안심으로 먹어도 등심으로 먹어도 정말 부드럽다. 사실 이렇게 두꺼운 두께의 돈까스를 일반 동네에서 만나긴 쉽지 않다. 요즘 돈까스 맛집들이 워낙 많아져서 나름 유명한 곳을 찾아가면 이 비주얼을 만나기 쉽지만 그런 곳들은 이미 유명해진 곳이겠다. 근데 여긴 정말 동네 상권에 위치한 가게다. 근데 이런 퀄리티를 보여준다면 다시 또 찾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웨이팅 없이 나만 먹고 싶을 때 방문하고 싶은 그런 가게로 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뭐 당연히 괜찮은 곳은 입소문이 나기 때문에 동네라고 하더라도 피크 타임에는 못 먹겠지만. 그나마 아쉬운 포인트를 꼽자면 찍어 먹을 수 있는 소금이 없다는 점이었지만, 그 부분은 이 간계밥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은근 별미였다.
기본 찬은 심플하다. 아마 메인에 집중하자는 사장님의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여기서 뭐 더 이상 뭘 내야 할지 애매하기도 하고. 돈까스 소스의 경우 그렇게 특별함은 없었다. 그냥 보통의 느낌이었다. 밑반찬들도 그렇고. 여긴 그냥 돈까스 하나만 집중하고 오면 좋은 그런 곳이다. 그냥 먹어보기도 하고, 소스 듬뿍 찍어서 먹기도 하고, 겨자를 올려서 먹기도 하고, 샐러드와 함께 먹기도 하면서 열심히 식사를 즐겼다. 사실 맨 처음엔 이게 다소 양이 적나 싶었다. 가격은 어찌 되었든 만원이 넘어가니까. 근데 이게 두께가 함정이었다. 아래로 두꺼우니 위에서 볼 땐 양이 적어 보였던 것이었다. 먹다 보니 포만감이 꽤나 올라오더라. 따로 뭐 사이드가 아쉽지 않았다. 용산 효돈 돈까스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