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도 호불호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본 가정식 돼지고기 생강구이 부타동
예전에는 원래 가려던 곳을 못 가면 많이 아쉬웠다. 가기로 했다는 것은 그전부터 계획을 세웠다는 것인데 단순 못 가는 것도 못 가는 것인데, 그 계획이 흐트러지는 것이 싫었다. 근데 이제는 못 가려던 곳을 못 간다고 그렇게 많이 아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회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이유는 두 가지가 있겠다. 일단 첫 번째는, 기존 내 성향과 반대되는 삶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 나의 기존 성향을 고집하면서 살아와서 많은 것을 얻었다. 정말 많이 변했고 얻었다. 그러나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듯이 반대의 것들도 커져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중간 지점을 찾아야겠다 생각했고, 기존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반대의 것을 찾기로 했다. 이 마음가짐을 갖고 나니까 그래도 계획이나 틀이 깨진다고 해서 그렇게 실망스럽지 않더라.
두 번째는 실제로 원래의 계획과 틀어져 즉흥적으로 뭔가를 정했을 때 오히려 기존의 목적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났던 경험이 어느 정도 누적이 되어서다. 정말 그랬다. '아 여기 못 갔네. 그럼 근처 찾아서 가볼까?' 이렇게 계획 잡았던 것들이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 경험치가 누적이 되다 보니 그렇게 많은 것들이 아쉽지 않아졌다. 만약 이런 경험들이 계속해서 실패로 돌아갔다면 이렇게까지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다행이었다 생각한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왜 하나 싶으신 분들도 있으실 것이다. 오늘 소개할 가게와 나름 연관성이 있다. 원래 처음에 이 가게를 오려 한 것이 아니었다. 이 옆에 있는 장어덮밥집을 먹으려고 처음 여기에 왔다. 그 장어덮밥집은 첫 도쿄여행에서 먹었다가, 또 오고 싶어서 들린 곳이었다.
처음 왔을 때는 오픈런을 했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이번엔 1시간 정도 늦게 왔다. 그렇게 오니까 사람들 웨이팅이 꽤나 길더라.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나에게 그런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 먹어봤으니 다른 것을 먹어보자 싶었고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식당의 메뉴판을 살펴봤다. 여기가 백화점 맨 윗층 식당관 같은 곳이어서 대체할 수 있는 식당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저번 오사카 여행에서 우연히 먹고 빠졌던, 일본 대표 가정식 돼지고기 생강구이 부타동 메뉴를 파는 곳이 있어서 망설임 없이 바로 들어와봤다. 사실 하루 이틀 전에 어느 가게에서 먹었었는데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 나름 백화점 고급 식당에서 제대로 판매하는 것을 먹어보고 싶은 니즈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딱 맞았다고 볼 수 있겠다.
앞 가게와 다르게 매장 내부가 여유있었고 바로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여기 나름 사람들이 있었다. 앞서 가게는 장어덮밥 메뉴 때문인지 관광객이 많았는데, 여긴 정말 일본 현지인들만 있었다. 나름 모임 같은 것도 하고 그래 보였다. 그래도 꿋꿋하게 혼자 밥을 잘 먹었다. 주문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 메뉴가 나왔고, 사진을 찍고 바로 먹기 시작했다. 단순 밥과 반찬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식처럼 구색을 갖춰서 나왔다. 처음에 저 오뎅 같은 것을 먹었는데, 뜨거울 줄 알았다. 그래서 안에 국물이 나오면 입 안이 다 데일 수 있으니 조심히 먹어야겠다고 먹었는데 차갑더라. 차가운 음식이었다. 생소했다. 뭔가 오뎅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경험하기엔 낯선 일본 음식이었다. 아직도 궁금하다. 저게 맛있을 수 있나 싶어서.
그래도 뭐 메인이 중요하니까. 관광객도 호불호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일본 대표 가정식 돼지고기 생강구이 부타동을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여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음식 자체가 전체적으로 고기가 얇고 크게 나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초밥처럼 뭔가 밥을 싸먹게 되더라. 실제로 이렇게 먹는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기를 젓가락으로 잘라서 먹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나도 뭐 제대로 먹는 법을 보고 배운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 음식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우연히 방문한 오사카 현지인 맛집에서 이 메뉴를 처음 먹어보고 맛에 반해서 그 뒤로 4번 정도 먹은 것이 전부다. 근데 그 4번의 경험이 처음 가봤던 가게에서만큼은 임팩트가 없었다. 그래서 그 집을 가고 싶어서 오사카를 또 가고 싶더라. 근데 정말 다시 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다음에 특정 기회가 되면 오사카를 가보려고 한다. 그때나 가봐야지.
일단 음식 자체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면, 딱히 뭐 추가로 설명할 것이 없다. 비쥬얼에서 보이는 맛 그대로이고 전부다. 짜거나 그렇지도 않고 좀 달달한 베이스에 담백하다. 한국 불고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다만 국물이 없고 야채랑 같이 먹는 그런 느낌인데 조금 더 건강한 느낌이다. 근데 간이 심심한 곳은 또 심심해서 짜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싱거울 수 있겠다. 근데 또 누군가는 일본 음식이 너무 짜서 못 먹는다고도 하니까, 그럴 때는 이 메뉴를 먹어보면 괜찮겠다 싶다. 근데 아직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이 메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일본 가정식이라고 하더라도 뭔가 료칸 같은 데서 즐기는 해산물 베이스가 익숙하지 이런 비쥬얼은 낯설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일본을 갔었어도 먹은 지는 별로 안 됐으니까. 근데 나름 괜찮아서 안 드셔보신 분들은 꼭 드셔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메뉴가 은근 가성비가 괜찮다. 일본 현지인들도 쉽게 즐기는 음식이다보니 가게만 잘 찾아가면 정말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겠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8천 원에서 만원 초반 사이이지 않을까 싶다. 장어덮밥 같은 것은 5만 원이 넘어가니 그런 것과 비교하면 뭐 우리가 흔히 먹는 점심 느낌이라 볼 수 있겠다. 비교군이 잘못되었던 것 같긴 하지만 바로 옆가게이긴 했으니까. 아무튼 이름도 생소한 돼지고기 생강구이. 이게 번역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 일본 사람들도 이렇게 말하긴 하더라. 부타동이라고 하면 '어 잘못 말한 것 아닌가?' 싶으실 수 있는데 결이 많이 비슷하고 실제로 부타동 계열이라고 이름으로 판매하는 곳이 있기도 해서 개인적으론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다음에 도쿄에 가게 되면 그때는 일본의 김밥천국이라 불리는 마츠야 같은 곳에서 이 메뉴를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