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키지 수산시장 우니토라 나카도오리점 (TSUKIJI ITADORI UNITORA)
4~5월의 도쿄도 정말 더웠다. 밤에는 그래도 선선해서 괜찮았는데, 아침과 낮 햇빛이 쨍쨍할 때는 더웠다. 살짝 땀도 날 정도? 그래도 뭐 8~9월과는 비교할 수 없겠다. 사실 9월에 한 번 더 가볼까 싶었는데 9월 기온을 봐보니까 도쿄가 28~30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8월보다 한 2~3도만 낮은 수준이어서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큰 차이가 없겠다 싶어 여행 계획을 그만두었다. 추석 전에 한번 다녀와볼까 싶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10월이 되어서 가을이 왔을 때나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여름은 한국도 워낙 더웠어서 막상 일본 여행을 8월에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한국이 더 덥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 진짜 더웠다.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은 기간이 오래가서 의아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더위를 먹었었던 것 같다. 온열질환 증상 쳐보니 나랑 꽤나 비슷했다. 무기력하고 머리 아프고 덥고.
근교 등을 나가기엔 일정이 비슷하고 그렇다고 도심에만 있기엔 너무 여유로웠다. 저번처럼 첫 여행도 아니고 이미 두번째로 온 것이기 때문에 갈만한 곳들은 다 가봤다. 그래서 도심에만 있으면 갔던 곳을 또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정말 처음 여행 왔을 때 가봐야지 했었는데 못 갔던 곳이 있다. 바로 도쿄 도심에 있는 수산시장, 츠키지 시장이라는 곳이다. 여긴 긴자역 쪽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뭐 시부야나 신주쿠 이쪽에 머무르면 이른 아침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와야 하지만 하네다 공항을 이용해서 긴자나 도쿄역 쪽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걸어서 올 수 있겠다. 나의 경우 숙소를 정할 때 여기 오는 것까진 고려하지 않았는데 검색해 보니 걸어서 15분 거리여서 아침에 산책도 할 겸 걸어서 왔었다. 도심에서 접근성이 꽤나 좋다.
솔직히 첫 계획은 아침 일찍 오는 것이었다. 어차피 전날 숙소에서도 일찍 잤으니까 그냥 일찍 일어나서 가자 싶었다. 근데 역시나 아침 게으름증 어디 안 간다. 솔직히 친구랑 여행 왔거나 그랬으면 씻지도 않고 추리닝 입고 잠시 들려서 식사를 한 다음에 숙소에 돌아왔을 것 같은데, 내 계획은 여기서 식사를 하고 바로 이동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씻고 준비를 하고 나가야 했다. 그래서 그런 마음 때문에 좀 늦어졌다. 그렇게 도쿄 츠키지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오픈런 시간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야 했지만, 내 경험상 오늘 평일이기도 하고 그냥 막연하게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때가 뭐 관광 시즌도 아니었고 그냥 다른 맛집들도 나름 순탄하게 갔었기 때문에 여기도 그럴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었다. 그만한 인파는 진짜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일본인도 간혹 있긴 했는데 서양 관광객들이 정말 많더라. 한국인도 보이긴 했는데 여기에선 오히려 다른 곳들보다 덜 보였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아시아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과 서양인들이 자주 오는 곳이 나뉘는데, 여긴 서양인들이 주로 찾는 곳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한국인들도 많이 찾긴 하는데 한국인이 안 온다기보단 서양 사람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표현하면 맞겠다. 그래서 그 많은 인파를 보고 좀 놀랐다가 뚫기 시작했다. 내가 가기로 한 맛집에도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이 좀 급해졌다. 그렇게 처음 가려던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없어서, 뭐야 여긴 소문이 덜 났나 싶었다. 근데 알고 보니 웨이팅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번호표를 주고 나중에 시간에 맞춰 찾아오면 되는 것이었다. 효율적인 시스템이긴 했는데 내가 오전 11시쯤 도착한 것 같은데 오후 12시 40분에 오라는 것이었다. 약 2시간 정도..
진짜 고민을 많이 했다. 잠시 들릴 곳이 있었는데 거길 들렸다 여길 다시 올까 싶더라. 근데 내가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 택시비는 어마무시하니 택시를 탈 것도 아니고. 고민을 하다가 여긴 아닌 것 같아 번호표를 반납하고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 다른 곳은 찾아본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사람이 별로 없는 곳으로 가서 검색을 해보고 가기로 했다. 그렇게 검색해서 오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츠키지 수산시장 우니동 전문점, 우니토라 나카도오리점이었다. 여긴 걸어서 찾아오긴 힘들고 구글맵을 통해 검색해서 오셔야겠다. 여기 골목골목 가게들도 너무 많고 인파 때문에 복잡해서 그냥 돌아다니며 찾긴 힘들다. 아무튼 그렇게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여기도 웨이팅이 있었다. 여기도 오픈런을 해야 그나마 짧게 기다려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난 이미 오픈런은 놓쳤으니 더 기다려야 했다.
줄이 생각보다 너무 안 빠져서 가끔 서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시는 분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여쭤봤다. 지금부터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속으로 '어 생각보다 별로 안 기다리네?' 싶더라. 일반적으로 가게를 기다릴 때는 실제 대기 시간보다 더 길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데, 30분은 뭔가 잘못 말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기다렸는데 정말 30분 정도 기다린 다음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데 여기 매장 내부에 들어와 보니 굉장히 좁다. 바테이블 형식이었는데 실제로 앉을 수 있는 손님은 약 10명 정도? 야외에도 바테이블이 있는 것 같은데 거기론 손님을 바로바로 안내하지 않으셨다. 근데 내가 기다리면서 거기서 드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굉장히 좁은데 그나마 내가 빨리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혼자여서 가능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사실 웨이팅 하면서 어떤 어떤 메뉴가 있나 미리 살펴봤다. 내 기준 3~5만 엔 정도가 딱 적당했다. 애초에 성게알 재료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가격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 근데 이 한 그릇 9,600엔 성게알 5종이 들어간 우니동을 딱 마주쳤다. 뭔가 여기에 와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처럼 보였다. 근데 개인적으로 해산물에 강한 편도 아니고 이정돈 무리겠다 싶었다. 근데 희소성을 추구하며 살아오는 나로서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웨이팅을 하면서 포기한 기회비용도 떠오르고, 타지 여행 중이란 점도 있고, 이 메뉴를 다른 곳 가면 못 먹는다는 점도 있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 메뉴로 주문했다. 원화 기준 한 그릇 10만원 돈이다. 솔직히 한국에선 이 돈을 내고 절대 못 사먹는다. 그나마 해외라 이렇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지.
주문을 하고 메뉴는 금방 나왔다. 이게 별도 조리가 들어갈 것은 애초에 없는 메뉴이기 때문에 그냥 바로바로 만들어주시면 됐다. 애초에 성게알도 어느정도 구분을 해두신 것 같았다. 바로 앞에서 쉐프님이 뚝딱뚝딱 만들어주신 다음에 내 앞에 놓아주시면 먹으면 되겠다. 그리고 이 메뉴는 다른 메뉴들과 다르게 특별히 내어주신 뒤에 설명을 해주시더라. 이 성게알은 어디서 나왔고, 이건 어디서 나왔고 등등. 각 지역마다 대표하는 그런 것들을 한 종류씩 총 5종을 내어주시는 시스템 같았다. 그래서 어느 리뷰를 보니 이러한 성게알 맛을 구분할 수 있으면 이걸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더라. 실제로 맛 좀 잘 아시는 맛잘알분들은 정말 별미고 맛있었다고 하시더라. 근데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겠다. 난 그런 것을 잘 구분 못하는 막 먹는 입이니까.
한 그릇 10만원, 성게알 5종이 들어간 츠키지 수산시장 우니동 먹으며 개인적으로 바랬던 것은 내가 오마카세를 먹을 때 느꼈던 그 한입 그대로를 계속해서 느끼길 바랬다. 개인적으로 바다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 특유의 향이 느껴지면 못 먹는 편인데 그 맛이 안 느껴지길 바랬다. 애초에 성게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담백하고 녹진한 그런 맛만 느껴지는 것 말이다. 근데 역시나 첫입을 맛보고 상대가 쉽지 않음을 느꼈다. 분명히 내가 원하던 담백함과 녹진함은 살아있었는데 바다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역시 나에겐 딱 한입까지 괜찮았다. 만약 일행이 있었으면 어렵지 않은 메뉴도 시켜서 반반 나눠 먹었을 것 같은데 혼자 여행을 온 것이라 어쩔 수 없겠다. 그래도 10만원이나 되는 돈을 남기고 갈 수 없으니 다 먹어야 했다. 향이 강한 것이었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다 먹을 수 있었다.
도쿄 츠키지 수산시장 우니토라 나카도오리점에서 먹은 성게알 5종 한 그릇 10만원 우니동. 개인적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호텔 뷔페도 아니고 단일 메뉴 기준으로 이 금액을 먹어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근데 아무리 상상해 봐도 정말 엄청나지 않은 이상에야 이 금액으로 단일 메뉴를 먹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한 끼 식사가 이 금액이 나올 순 있어도 단일 메뉴가 이 금액이 나오긴 힘들겠다. 근데 그 돈이 개인적으로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기가 아니라면 먹어볼 수 없는 그 경험치를 높게 생각하고, 성게알을 이렇게 풍족하게 먹는 경험도 또 언제 해보겠느냐 싶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각기 종류마다 색깔도 다른데 이런 비주얼도 또 보기 쉽지 않고. 개인적으로 막 눈 돌아갈 정도로 맛있게 먹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그건 내 입맛이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고, 이 경험은 너무나도 값졌다. 성게알 요리 끝판왕을 경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 가보시길 추천드린다.